브랜드명만 차용한 라이선스 계약…롯데마트만의 색다른 방식 ‘통했네’

(사진=유수정 기자)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세계 최대의 장난감 유통업체 토이저러스(Toys R Us)가 영국에 이어 미국 시장에서도 매장을 철수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한국 토이저러스의 철수 여부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토이저러스의 데이브 브랜던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매장을 모두 철수하겠다고 밝힌 지 불과 하루 만에 미국 매장 역시 전면 폐쇄가 결정됐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아울러 프랑스와 스페인, 폴란드, 호주 등 국가에 입점한 매장 철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같은 토이저러스의 몰락에는 아마존을 비롯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업체와 종합유통업체들의 적극적인 완구 시장 진출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아울러 최대 고객인 아이들이 고전적인 장난감 제품이 아닌 디지털 기기에 관심을 돌린 탓에 완구 전문 업체인 토이저러스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점 또한 크게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은 전국 롯데마트 점포에 입점한 토이저러스 매장(홈페이지 지점안내 기준 36개)으로 쏠렸다. 완구 전문점으로써는 국내 역시 해외와 마찬가지로 가장 큰 규모와 역사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

이와 관련해 롯데마트 측은 “한국 토이저러스 매장은 브랜드명만 차용하는 라이선스로 계약돼 있기 때문에 미국 본사의 영업환경 악화 및 철수 결정과는 무관하다”면서 “지난해 브랜드 10년 사용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오는 2026년까지는 영업을 지속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의 완구업체로 이름을 알린 미국 본사조차 시장 상황의 변화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의 사정은 어떨까? 이에 <월요신문>은 실제 롯데마트의 토이저러스 매장 두 곳을 방문해 국내 운영 상황을 살펴봤다.

우선적으로 기자가 방문한 롯데마트 인천 계양점의 토이저러스 매장은 일반적인 아파트 주거지역 내에 위치한 상권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규모로 운영되고 있었다. 입점 층의 절반 이상의 규모가 모두 토이저러스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던 것.

해당 매장의 경우 ‘테마가 있는 매장’이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각 매장의 테마를 어린이가 좋아하는 해, 달, 별 오로라의 콘셉트로 설계해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 매장 입구에 위치한 기차모양 계산대와 어우러진 매장의 모습이 마치 어린이들이 우주를 거니는 듯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아이들에게 ‘오래 머물고 싶은 매장’, ‘또 가고 싶은 매장’이라는 느낌을 주는 듯 보였다.

일반적인 마트 내 완구 코너와는 달리 전문화된 덕에 보다 세세한 부분 하나하나까지도 신경 쓴 모양새였다. 성별·연령 등의 특성을 고려해 매장 동선을 구성하고,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진열이 이뤄진 탓에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아울러 ‘출산부터 성장까지’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출산 직후부터 아이들의 성장기까지 필요한 아기용품과 교육용 장난감을 준비해 원스톱(one-stop)쇼핑이 가능하도록 꾸민 점이 돋보였다.

이와 함께 토이저러스 만의 또 다른 아기용품 매장인 베이비숍 코너는 예비 및 초보 부모들이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감 매장을 지나칠 수 없는 것처럼 만들기 충분하게 보였다.

일반적으로 “장난감 매장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부모들의 생각을 뛰어넘는 역발상인 셈이다.

(사진=유수정 기자)

특히나 눈길을 끄는 것은 ‘키덜트’를 위한 제품이 다채롭게 마련돼 있었다는 점이다. 주거밀집지역 상권 특성상 가족 단위로 쇼핑 나온 고객이 많다는 점을 노린 셈.

드론을 비롯해 마블과 스타워즈, 건담 등의 제품이 가득한 매장은 아빠와 아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복합문화공간이 되기에 충분해 보였다. 결론적으로 롯데마트 내 토이저러스 매장은 장을 보고 있는 엄마를 대신해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이자, 장난감 매장은 아이들만을 위한 곳이라는 편견을 깨줄 수 있는 공간이었던 셈이다.

최근 신세계 이마트의 ‘일렉트로 마트’(ELECTRO MART)가 ‘키덜트 토이’나 ‘피규어’, ‘RC’ 등의 대거 배치를 통해 키덜트를 위한 장소로 발돋움했다면, 롯데마트의 토이저러스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모두를 위한 장소처럼 보였다.

다음으로 방문한 롯데마트 김포공항점 내 토이저러스 매장은 ‘체험형 매장’의 표본을 보여주는 듯 했다. 최근 온라인 시장의 발달로 오프라인 매장이 약세하는 가운데 오프라인만의 강점으로 손꼽히는 ‘체험’을 전면에 앞세워 고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은 셈.

제품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코너를 곳곳에 배치한 것은 물론, 최근 유행하는 닌텐도 등 게임기를 다수 설치해 고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렸다. 아울러 레고 등의 작품 전시를 통해 볼거리 역시 살렸다.

결론적으로 “아이들을 장난감 매장에 데려가면 집에 갈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의 표본이었던 셈.

이 같은 롯데마트의 토이저러스 매장은 고전적인 제품 판매만을 고집해온 해외 사례와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진=유수정 기자)

롯데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토이저러스 온라인몰을 오픈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국내 완구 시장은 오프라인 매장이 강세”라고 설명하며 “완구의 경우 구매 고객의 상황적 특성 상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뒤 온라인 최저가를 비교해 구매하는 (쇼루밍) 방식이 통하지 않는 특수한 케이스 중 하나”라고 전했다.

한편, 롯데마트 토이저러스 매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경우 대부분 롯데마트 자체 PB상품과 국내제조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미국 토이저러스에서 공급받는 물품은 전체 판매 상품의 3%도 채 되지 않으며, 레고 및 OEM방식으로 생산되던 완구 제품들의 경우 제조 기업에서 직접 납품받으면 된다는 것이 마트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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