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영남 CEO 즐비했던 금융권에 호남·충청출신 약진 눈길
성균관대 출신 7명 포진, 50대 CEO 1년새 12명으로 늘어
금융협회 민간출신 영입행렬, 금융공기업 관료출신 득세

은행권 50대 CEO. (왼쪽 시계방향으로) 허인 KB국민은행장,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 이동빈 수협은행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 송종욱 광주은행장, 황윤철 경남은행장 내정자, 빈대인 부산은행장.<사진=각사>

[월요신문=임민희 기자] 금융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금융권의 주요 요직은 PK(부산·경남)나 TK(대구·경북) 출신의 범영남권 인사와 경기고-서울대 인맥, 고려대·서강대 등 특정대학 출신들이 대거 자리를 채웠다. 금융당국 수장과 금융공기업 사장 자리는 관료출신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취임한 금융권 주요 최고경영자(CEO)들을 보면 호남과 충청지역, 성균관대 출신들이 약진을 보였고 50대(1960년생) CEO들이 대거 탄생하는 등 세대교체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 금융권 CEO들의 출신지역(지방은행 제외)을 보면 호남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전남 나주)과 손태승 우리은행장(광주),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전북 군산),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전남 강진), 권영덕 손해보험협회장(전북 정읍) 등 5명이다.

충청권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대전)과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충남보령),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충남부여), 박종복 SC제일은행장(충북 청주),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충남 천안),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충북 보은) 등 6명이다.

이밖에도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동빈 Sh수협은행장이 각각 강원도 강릉과 평창에서 태어났고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서울,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은 경기도 포천 출신이다. 이들 CEO 대다수가 지난해 취임하거나 연임에 성공했다.

범영남권 출신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경북 안동),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부산), 허인 KB국민은행장(경남 진주), 김도진 IBK기업은행장(경북 의성), 김규옥 기술보증기금 이사장(부산),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경남 합천),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대구), 김태영 은행연합회장(부산), 이순우 상호저축은행중앙회장(경북 경주) 등 9명으로 여전히 수적으로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고른 지역안배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출신대학 분포도 다양해졌다. 이중 성균관대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이순우 저축은행협회장,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 임용택 전북은행장 등 무려 7명이 성균관대 출신이다.

지난 정권에서 득세를 보였던 고려대 출신은 최종구 금융위원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김용덕 손보협회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등 4명으로 줄었고, 경희대 출신은 박종복 SC제일은행장 1명에 불과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금융 시대를 맞아 50대의 젊은 CEO들이 대거 탄생한 점도 주목할만하다. 1960년생 CEO로는 허인 국민은행장(58세), 은성수 수은행장(58세), 이동빈 수협은행장(59세), 이대훈 농협은행장(59세), 김규옥 기보 이사장(58세), 곽범국 예보 사장(59세), 빈대인 부산은행장(59세), 황윤철 경남은행장 내정자(57세), 송종욱 광주은행장(57세), 권용원 금투협회장(58세),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55세),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55세) 등 총 12명에 달한다.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윤호영 대표는 1971년생(48세)으로 ‘최연소 금융권 CEO’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은 1946년생(73세)으로 ‘최고령 CEO’다. 이순우 저축은행협회장(69세)과 김용덕 손보협회장(69세), 신용길 생보협회장(67세), 3연임을 앞두고 있는 김정태 회장(67세)과 김용환 회장(67세)이 최고령 CEO 그룹을 형성했다.

관료출신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금융협회 CEO 자리는 금융산업에 이해가 높은 민간출신 전문가들로 채워지고 있다. 현재 5개 금융협회 중 김용덕 손보협회장(재무관료 출신)을 제외한 4곳 모두 민간출신이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은행권에서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이 유일한 재무관료 출신이다.

반면 금융공기업은 관료출신 CEO 시대로 다시 회귀하는 모습이다. 주택금융공사와 기보가 관료출신 CEO로 채워진 가운데 신보와 예보, 한국투자공사(KIC)도 관료출신 영입 가능성이 점쳐진다.

민간출신이었던 황록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임기 절반을 남겨두고 지난 1월말 사퇴한 후 관료출신인 최영록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내정설이 제기됐다. 신보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금융위에 최 전 기재부 실장과 박철용 전 신보 감사, 한종관 전 전무, 권장섭 전무 등 4명의 후보를 추천했다.

KIC 사장추천위원회는 최근 복수의 사장후보를 추천했는데 이중 기재부 출신인 최희남 국제통화기금(IMF) 이사가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예보는 곽범국 사장이 5월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경제 관료출신 수장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예보 사장은 대체로 기재부 출신들이 맡아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 첫 민간출신 수장을 맞았으나 최근 최흥식 원장이 채용비리(채용청탁)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하면서 후임으로 관료출신들이 대거 거론되고 있다. 차기 금감원장으로는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 정은보 전 금융위 부위원장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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