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9개 금융지주사 점검 결과 CEO승계절차 미흡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최종구 “경영진 영향 과도, 주주·소비자 이익보호 초점”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이 15일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 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임민희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를 점검한 결과 최고경영자(CEO) 경영승계 미비, 사외이사 선임절차 투명성 부족 등 그간 지적됐던 문제들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당국은 현직 CEO의 제왕적 권한행사 방지,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 등을 골자로한 새로운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하고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도 추진키로 했다.

금융지주사, CEO 경영승계 미비 등 고질적 문제 여전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NH농협금융·BNK금융·DGB금융·JB금융·메리츠금융·한국투자금융지주 등 9개 금융지주사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관련 리스크를 서면으로 점검하고 농협금융·메리츠금융·JB금융지주에 대해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 지배구조 문제점이 상당부분 시정되지 않았다고 15일 밝혔다.

금융지주사들은 자체 지배구조개선안을 마련해 운용하고 있으나 ▲CEO 경영승계계획 운영 미흡 ▲이사회의 구성 및 역할 미흡 ▲사외이사 선임 및 평가절차 투명성 부족 ▲성과보수체계 등에서 여전히 취약성을 보였다.

금감원 검사결과에 따르면 지배구조법상 CEO 후보군 등에 대한 체계적 육성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해야 하지만 일부 지주사의 경우 CEO 후보군 육성프로그램이 아예 없거나 일반 경영진 육성프로그램과 차별성 없이 운영하고 있었다.

장기간 검증을 통해 최적합자를 CEO로 선임하는 글로벌 금융회사와 달리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최고경영자 경영승계절차가 평균 임기만료 40일전에 개시돼 제대로된 평가가 이뤄지기 어려웠다.

이사회의 역할도 미비했다. 이사와 경영진의 업무를 감독하는 감사위원회 위원이 위험관리위원회 위원 등 평균 2.6개 위원을 겸직하고 있어 독립적인 감사기능 수행에 한계가 있었다. 사외이사들은 경영전략, 위험관리 등 중요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도 제한적으로 제공받았다.

사외이사들은 경영진에 대한 감시·견제역할에 대한 인식과 책무에 대한 충실도가 낮았고 중요 경영현안 관련자료나 자문도 적극 요청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사들은 사외이사 평가결과를 연임시 근거로 활용하고 있으나 관대한 평가 등으로 변별력이 떨어졌다.

9개사 모두 이연지급 기간 중 손실발생시 성과보수를 재산정하고 있지만 일부 회사의 경우 재무제표 오류, 부정 등에 따른 기지급된 성과보수 조정 규정이 미흡했다.

대주주 적격성 강화·CEO선임 투명성 제고

이날 금융위원회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주재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 간담회’를 열고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최종구 위원장은 “금융사들은 대주주나 경영진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크고 사외이사나 감사의 견제기능이 활발하지 못해 일반주주나 금융소비자의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크다”며 “주주와 금융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회사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와 실질적인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지배구조 개선안의 주요 내용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대상 확대 ▲CEO 선임투명성 강화 ▲사외이사 책임성 강화 ▲감사위원 겸직 금지 및 상근감사의 장기재임 제한 ▲고액연봉자 보수공시 강화 등 5가지다.

우선 대주주 적격성 심사대상을 ‘최대주주 전체(최다출자자 1인과 특수관계인 주주)’와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주주’로 확대했다. 금융사를 실제로 지배하는 지배주주들이 적합한 자질을 갖고 있는지 철저히 검증하기 위함이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요건에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으로 금고형 이상을 받은 경우’를 추가했다. 최대주주 중 어느 1인만 결격사유인 경우 해당 최대주주의 보유의결권 중 10% 초과분을 제한한다. 법인의 경우 ‘벌금 1억원 이상’을 받은 경우 의결권 제한명령이 가능토록 설정했다.

CEO와 사외이사의 선임절차 투명성도 강화했다.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을 추천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대표이사 참여를 금지하고 임추위의 2/3 이상(현행 과반수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의무화했다. CEO 후보자군이 투명한 선정기준에 따라 체계적으로 관리되도록 관련원칙을 지배구조내부규범에 명문화했다.

사외이사 연임시 외부평가를 의무화하고 후보군 선정시 다양한 이해관계자(금융소비자·소액주주) 및 외부전문가가 추천한 인재풀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자체기준을 마련토록 했다. 사외이사의 순차적 교체를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한 경우 일괄교체도 가능하다.

CEO선출 의사결정에 소수주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주주제안권 행사요건을 현행 ‘의결권 0.1% 이상’에서 ‘의결권 0.1% 이상 또는 보유주식 액면가 1억원 이상’으로 변경했다.

고액연봉자에 대한 보수공시도 강화했다. 총보수(5억원 이상) 또는 성과보수(2억원 이상)가 일정액 이상인 임직원의 개별보수를 보수체계연차보고서를 통해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 상장 금융회사(자산 2조원 이상)가 등기임원에 대한 보상계획을 임기 중 최소 1회 이상 주주총회에 상정토록 했다.

상근감사 및 상임감사위원의 경우 동일 회사에서 6년을 초과해 재임하지 못하도록 했다. 감사위원의 임기를 최소 2년 이상 보장하고 직무독립성 강화를 위해 업무연관성이 큰 보수위원회를 제외하고 이사회 내 타위원회 겸직도 제한된다.

상임감사위원이 없는 회사(은행·금융지주 및 일정규모의 2금융권 회사)는 감사위원회를 보좌해 내부감사 업무를 총괄하는 미등기임원인 내부감사책임자를 선임해야 한다. 금융지주 자회사간 겸직은 허용(상근-비상근)된다.

금융위는 다음달 24일까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및 시행령,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은 규제개혁위원회 및 법제처 심사를 거쳐 올해 상반기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금융사 경영실태평가제도의 지배구조 부문 평가를 강화하고 지배구조 모범사례 배포 등 자율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한다. 나머지 6개 금융지주사에 대한 현장점검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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