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이익기여 10%대 초반 그쳐 ‘은행편중’ 심화
비은행 강화 등 경영전략 부재, 지주사전환도 요원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임민희 기자] 취임 2년차에 접어든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이 지난해 더할 나위없는 한해를 보냈다. 경영실적 면에서는 1조 5000억원(시장예상치)의 순이익이 기대되고, 중소기업 지원 역시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실적쾌조에도 김 행장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비은행 자회사들의 실적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IBK캐피탈, IBK투자증권, IBK연금보험, IBK자산운용, IBK저축은행, IBK시스템, IBK신용정보, 기업은행 중국유한공사 등을 주요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지만 이익비중은 10%초반대로 부진하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이 2016년 같은 기간(9495억원) 대비 31.7% 증가한 1조 2506억원을 기록했다. 은행 개별 순익만보면 1조 970억원으로 전체의 87.7%를 차지한다. 이는 자회사 이익기여가 13%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8개 자회사별 순익을 보면 IBK캐피탈 628억원, IBK연금보험 349억원, IBK투자증권 288억원, IBK저축은행 142억원, 기업은행 중국 유한공사 137억원, IBK자산운용 45억원, IBK신용정보 16억원, IBK시스템 11억원으로 총 1616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1505억원) 대비 7.4% 증가하는데 그쳤다.

타은행들이 비은행 부문에서 상당한 이익을 거둬들이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자회사 실적부진이 지속되고 있지만 김도진 행장은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은행권은 이자이익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보험·증권 등 비이자이익 증대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KB금융지주는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을 인수해 비은행 비중을 3분기 기준 33.8%수준까지 끌어올린 결과 실적(2조 7577억원)·시가총액(1월 12일 기준 28조 3062억원) 모두 은행권 1위를 달리고 있다. 3분기 기준 계열사별 순익은 KB국민은행(1조 8413억원), KB손해보험 2813억원, KB국민카드 2339억원, KB증권 1601억원을 보였다.

신한금융지주(2조 7064억원)도 이상적인 포트폴리오(은행과 비은행 비중 6대 4)를 기반으로 비은행 인수·합병(M&A)을 통해 비이자확대를 모색 중이다. 3분기 누적 순익은 신한은행 1조 6961억원, 신한카드 7776억원, 신한금융투자 1572억원, 신한생명 1034억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지주(1조 5410억원)는 2012년 외환은행 인수 후 지난해부터 경비절감 효과와 통합시너지가 본격 발현되며 KEB하나은행(1조 5192억원)은 물론 하나금융투자(924억원), 하나카드(973억원), 하나캐피탈(690억원) 등 비은행의 실적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렇듯 은행들이 대내외 영업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비은행 강화 등 다방면으로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지만 기업은행은 여전히 은행편중의 영업관행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행이 기획재정부를 최대주주(51.8% 지분 보유)로 둔 국책은행이라는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시중은행처럼 일반고객을 유치해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차별화된 경영전략이 아쉬운 대목이다.

김도진 행장은 기업은행에서 33년간 몸담은 정통 ‘영업맨’으로 꼽힌다. 다만 보험, 증권 등 비은행업무 경험이 없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됐다. 김 행장은 1985년 기업은행에 입사한 후 본부기업금융센터장, 카드마케팅부장, 전략기획부장, 남부지역본부장, 경영전략그룹 부행장 등을 거쳐 2016년 12월말 25대 행장직에 올랐다.

기업은행의 숙원과제인 금융지주사 전환 역시 요원하다. 최근에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장관이 기업은행의 중기부 이관 필요성을 제기해 성사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홍 장관은 지난달 26일 ‘중소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우리 생각에는 기업은행이 중기부로 와야 한다”며 “우리와 함께 한다면 중소기업에 훨씬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기업은행 이관은 아직 구상단계로 교감이 있진 않았다”며 향후 관련 부처와 협의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만약 기업은행이 중기부로 이관될 경우 금융지주사 전환은 아예 물건너갈 수 있다. 또 핵심업무도 예·적금 등 고객 영업보다는 중소기업 지원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기업은행이 시중은행처럼 고객돈을 받아 예대마진 등 이자놀이에 치중할 게 아니라 본연의 역할인 중소기업 지원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은행과 주요 자회사들이 역대 정권마다 낙하산 보은인사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는 점 역시 실적부진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기업은행과 6개 금융계열사에 재직한 정치권·금융관료·행정부 출신인사는 총 41명에 달했다. 이런 이유로 기업은행과 주요 자화사들이 전문성과 경영능력 보단 정부입김에 맞는 인사들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기업은행은 올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증가 등으로 최대 실적갱신이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자회사 실적부진을 방치한 채 은행편중의 영업전략을 지속할 경우 기업은행의 지속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주사가 아니기 때문에 각 자회사별로 경영전략을 세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은행에서도 수익성 제고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비은행 강화를 위해 특별히 계획 중인 건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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