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누구든지 나와봐라” vs 한국당 “거기 누구 없소?”

2년 전 부산 ·경남은 보수의 텃밭이 분명했다. 하지만 지난 20대 총선 민심은 더불어민주당으로선 축복 그 자체였다. 부산은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 김해영 의원, 박재호 의원, 전재수 의원, 최인호 의원이, 경남은 김경수 의원, 민홍철 의원, 서형수 의원, 등 무려 8명이 당선된 ‘진보의 新 아성’인 축복의 땅이 됐다.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윤명철 기자] 2년 전 부산 ·경남은 보수의 텃밭이 분명했다. 하지만 지난 20대 총선 민심은 더불어민주당으로선 축복 그 자체였다. 부산은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 김해영 의원, 박재호 의원, 전재수 의원, 최인호 의원이, 경남은 김경수 의원, 민홍철 의원, 서형수 의원, 등 무려 8명이 당선된 ‘진보의 新 아성’인 축복의 땅이 됐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PK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자 여론은 급속도로 더불어민주당으로 쏠리고 있다. 현 여권은 이제 ‘한 번 해볼만 하다’가 아니라 ‘누구든지 나와봐라’는 여유있는 표정을 짓고 있다. <월요신문>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보의 新 아성’인 된 PK지역의 민심을 듣고자 부산과 여권이 모두 장악한 경남 김해를 찾았다. 먼저 부산의 민심을 전한다.

내홍에 빠진 한국당. 후보군 넘치는 민주당

자유한국당은 부산을 지켜야 한다. 영남의 맹주로 수십년 간 군림했던 지위가 무너질 태세다. 특히 자유한국당을 바라보는 부산의 민심은 싸늘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지지한 대가가 ‘탄핵’으로 되돌아왔다. “은혜를 원수로 갚아도 되는 거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민심은 돌아서고 있는데 자유한국당은 심각한 내홍에 휩싸였다. 홍준표 대표의 자유한국당은 지난 17일 당무감사 결과를 통해 부산을 뒤집어 놓으며 친박계의 유기준 의원, 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 친 김무성계의 박민식 전 의원까지 내쳤다.

특히 박민식 전 의원의 경우는 홍준표 대표와 대척점에 설 이유가 없었지만 당협위원장에서 아웃됐다. 박 전 의원은 ‘新문고리 3인방’의혹을 제기하며 연일 홍 대표를 성토하고 있다. 이미 부산시장 출마를 예고하고 있는 이종혁 최고위원의 견제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홍 대표는 꿈쩍도 안하고 있다. 탈락파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문제는 홍 대표가 부산시장 후보로 점찍었던 장제국 동서대 총장이 26일 출마를 고사했다. 장 총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갑작스럽게 찾아온 정계 입문 기회 사이에서 잠시나마 고민을 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심사숙고 끝에 아직은 현재의 위치에서 제가 감당해야할 책임이 엄중하다는 결론에 이르게됐다”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장 총장은 “오늘을 기점으로 저의 부산시장 출마에 관한 이야기가 더 이상 회자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가뜩이나 인물난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장 총장의 불출마는 홍 대표로서는 충격 그 자체다. 현재로선 현직인 서병수 시장과 이종혁 최고위원, 그리고 박민식 전 의원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서 시장과 박 전 의원은 경선을 통한 후보 선출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지역 정가에선 홍 대표가 전략공천을 선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박 양인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이 최고위원의 경쟁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홍 대표가 측근인사인 이종혁 최고위원보다는 장제국 총장을 염두에 둔 것도 경쟁력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진퇴양난이 따로 없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인물이 넘쳐난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변호사와 정치활동을 한 덕분에 김영춘 장관과 조국 민정수석, 이른바 ‘3철’중 한 명인 이호철 전 민정수석 등 지명도가 높은 부산 출신 인사들이 즐비하다. 또 아직 민주당에 입당을 하진 않았지만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여권의 후보군으로 인정받고 있다. 오히려 후보군의 교통정리가 고민거리다.

지역 정가에선 김영춘 장관은 얼마 전 ‘세월호 유골 은폐 사건’으로 이번에 출마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을 하고 있다. 조국 수석도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자신의 발언을 번복하지 않으리라는 예측도 많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라는 격언을 보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상황에 따라 이들이 긴급 차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호철 전 민정수석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사 3인 중 하나다. 중앙 정치권과 지역 정가에서도 이 전 수석이 가장 유력한 부산시장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는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하지만 당내 경선을 무난히 통과해도 내년 지방선거까지 정치환경이 어떻게 변화할 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 분위기만 유지된다면 당선은 무난하겠지만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6개월이라는 시간은 많은 역사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다. 지난 2014년 선거에서 서병수 현 시장에게 석패를 했지만 아직도 유력한 후보군 중 하나다. 특히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지지층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직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인기가 높은 상황에서 입당도 하지 않은 오 전 장관을 여권 핵심부가 선택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 지역 정가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지역 정가의 한 인사는 “현재 분위기로는 한국당의 완패가 예상된다. 다만 친문과 친노의 미묘한 갈등 상황이 노출되고 있다. 즉 친문이 친노를 밀어내는 기미가 엿보인다. 정권을 잡기 전에는 동지였으나 정권을 잡고 나면 치열한 권력 암투가 시작된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친문과 친노의 갈등이 심화될 경우 한국당의 어부지리도 배제할 수 없다. 후보군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갈등도 많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현재 한국당의 내홍을 보면 어부지리도 언감생심일 듯 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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