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안전 4원칙 합의” vs “예고된 실패”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윤명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가진 한ㆍ중 정상회담이 아름다운 동행과 굴욕외교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 정상은 확대 정상회담과 소인수 정상회담을 합쳐서 2시간 15분 정도 회담을 통해 한반도 안전과 평화를 확보하기 위한 4대 원칙에 합의했지만 사드 문제에 대해선 확실한 결말을 맺지 못해서 야권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북핵 위기에 중요한 키를 갖고 있는 미국이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여부도 관건이다. 또 정상회담 직전에 터진 중국 경호원들에 의한 한국 기자단 집단 폭행사건도 한중 관계 개선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시진핑, 한반도 평화 안전 4원칙 합의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4가지 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 정상이 합의한 4대 원칙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절대 용납할 수 없고,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한다. 또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모든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남북한 간의 관계 개선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한ㆍ중 양 정상이 미국과 북한이 북핵 위기에 따른 우발적인 군사충돌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고, 전쟁이 아닌 대화와 협상만이 해결 방법이라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어 양 정상은 양자 방문 및 다자 정상회의에서의 회담은 물론, 전화 통화, 서신 교환 등 다양한 소통 수단을 활용해 정상 간 "핫라인(Hot Line)"을 구축함으로써 긴밀한 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또 경제, 통상, 사회, 문화 및 인적 교류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오던 양국 간 협력을 정치, 외교, 안보, 정당 간 협력 등 분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정상 차원은 물론 다양한 고위급 수준의 전략적 대화를 활성화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정치권의 극대극 엇갈린 반응
 
국내 정치권의 반응은 극과 극을 보였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에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반도에서 전쟁불가, 확고한 비핵화, 북핵의 평화적 해결 등 두 정상의 합의는 매우 시기적절하며 중요한 성과”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우 원내대표는 “특히 한중 양국의 핫라인 개설 등 긴밀하게 소통하기로 한 점 또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이번 합의를 계기로 향후 양국 간 경제, 외교, 문화적 소통과 협력이 제 분야에서 활성화 될 것으로 믿으며 이를 통해 동북아 평화 질서 정착이 진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야권은 이번 4대원칙 합의에 대해 혹평을 쏟아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공동기자회견도 아니고 공동선언문도 아니고 겨우 나온 4대  합의는 이 정부의 북핵 위기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안일한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합의”라고 평가절하했다.
 
장 대변인은 이번 합의에 대해 “이미 핵 보유 수준에 가 있는 북한을 두고 한반도 비핵화 원칙 운운하는 것은 결국 북한 핵 보유에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닌가”이라며 “북핵 위기가 최고조에 달해 있는 지금 대화와 타협이라는 용어를 떠올리는 모습에 할 말을 잃을 지경”이라고 힐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드 문제는 접근도 못하고 ‘전쟁방지’, ‘대화와 협상’이니 하는 하나마나한 북핵문제, 4대 원칙 등에 국민들은 별 관심 없다”며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노영민 주중 대사 경질을 촉구하는 초강수를 뒀다.
 
바른정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실패”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유의동 바른정당 수석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상황은 급박한데 양국이 합의했다는 4대 원칙은 한가하기 그지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대변인은 “북한에 원유공급을 중단해 달라는 요청은 해 보지도 못했다. 전 세계가 중국을 향해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데, 당사자인 대한민국 대통령은 한마디 입도 떼지 못했다”면서 “의도된 실패다. 예정된 실패”라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 “협상, 지금은 때가 아니다”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에 대해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13일(현지시간) 논평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지만 북한은 먼저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진지하고 의미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북한의 선 조치가 없는 한 대화에 나설 뜻이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특히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조건없는 대화 제안을 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백악관의 반응이라서 미국이 아직은 대북 강경책을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 정책을 고수하는 있는 상황에서 한ㆍ중 정상의 4대 원칙 합의의 실효성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미국이 이번 한ㆍ중  정상간의 합의와 상당히 거리가 먼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한미 양국의 긴급 현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 경호원 한국기자단 집단 폭행 사건, 관계개선 변수 작용 가능성 높아
 
한ㆍ중 정상회담 당일에 발생한 중국 경호원에 의한 한국기자단 집단 폭행 사건도 양국 관계 개선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게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야권과 국민의 감정이 심상치 않다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문제의 사건은 1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베이징 내셔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에 참석하는 과정에서 중국 경호원들이 문 대통령을 취재하려던 한국 사진기자 2명을 집단 폭행하면서 발생했다.
 
우리 정부는 중국 측에 유감의 뜻을 전하며 진상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 요청했다.
 
하지만 야권의 반응은 심상치 않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말할 것도 없고,정의당은 이날 최석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한 나라의 대통령이 국빈으로 방문한 현장에서 동행하는 기자들을 폭행한다는 것은 단순히 불미스러운 해프닝이 아니라, 국가 간의 관계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양국 모두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기자들 뿐 아니라, 이 일을 지켜보는 우리 국민들의 가슴에도 피멍이 들 지경이다. 중국 정부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그에 걸맞은 후속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의도 정치권의 한 인사느 “당초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한 가운데 발생한 이번 폭행 사건은 對中 관계 개선에 찬 물을 부은 격이 된 셈”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귀국하면 이번 사건에 대한 야권이 공세에 시달릴 것이 분명하고, 중국 측의 대응 자세에 따라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국민의 반응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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