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 3분기 순익 20% 급감
카드론 총량규제 등 악재 겹쳐…해외진출로 살길 도모

카드사 각사 로고.

[월요신문=임민희 기자] 카드사들이 올해 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금융당국의 각종 규제강화로 울상을 짓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포용적 금융’을 표방하면서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혜택은 확대된 반면 카드론 총량규제,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 금융권에 대한 규제는 한층 강화돼 내년에는 카드업황이 더 나빠질 거란 우려가 적지 않다.

그간 카드론과 수수료 장사로 이익을 내왔던 카드사들은 국내 시장에선 답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 미래먹거리 발굴 차원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며 생존전략을 모색 중이다.

▲카드사, 금융당국 규제강화에 실적부진 ‘울상’

1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내년도 경영전략 수립을 앞두고 고심 중이다. 금융당국의 규제 수위가 날로 높아지면서 미국, 동남아시장 등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이렇다할 영업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를 보면 7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우리·롯데·하나카드)가 올해 3분기까지 거둔 당기순이익(누적)은 1조 71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1조 4597억원) 보다 17.5% 증가했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대손충당금 환입과 비자카드 지분 매각이익 등에 힘입어 3분기까지 7806억원 최대 실적을 낸 것이 주효했다. 이는 2위인 삼성카드 실적(3054억원)의 두배가 넘는 실적이다.

하지만 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 타격을 받은 3분기 순익만 따져보면 38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838억원) 대비 19.8% 감소했다. 신한카드는 1495억원으로 전년동기(1774억원) 대비 15.7% 줄었다. 삼성카드는 6.3% 감소한 918억원, KB국민카드는 2.1% 줄어든 804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카드(511억원)는 전년동기 보다 12.9% 순익이 줄었고, 우리카드(195억원)는 무려 38.1% 감소했다. 롯데카드는 1회성 요인(투자주식 등 보유자산 재평가로 손실 400여억원 반영)으로 카드사 중 유일하게 267억원의 적자를 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올 8월부터 수수료율 0.8%의 영세가맹점 기준은 연간 매출액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수수료율 1.3%의 중소가맹점 기준은 연간 매출액 2억~3억원에서 3억~5억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됐다.

수수료 우대를 받는 영세가맹점 수는 18만8000개, 중소가맹점 수는 26만7000개 늘어남에 따라 카드사 수수료 수익은 연간 최대 35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카드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위원회가 내년 하반기 원가분석을 거쳐 새 수수료를 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추가 인하가능성도 제기된다.

카드론 총량 규제와 기준금리 인상 등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카드사들의 카드론 규모가 큰 폭으로 늘자 금융당국은 대출 증가율을 7% 이하로 관리하라는 지침을 내리며 사실상 대출 총량규제를 실시했다. 내년 1월부터는 법정최고금리가 연 27.9%에서 24%로 낮아져 카드사들도 카드론 최고한도를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지난달 한국은행이 6년 5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데 이어 미국이 13일(현지시간) 올해 세 번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카드사들의 조달금리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10~15% 가량 영업이익이 줄었다”며 “카드사는 수신기능이 없어 회사채 등 채권을 발행하는데 기준금리가 오르면 원가가 상승해 조담금리 부담이 커지게 된다”고 수익성 악화를 우려했다.

물론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이 살길도 일부 열어줬다. 밴(VAN)사 없이 카드사와 가맹점간 카드결제를 허용하고 더치페이 결제 방식도 도입했다.

▲미국·동남아 등 잇단 해외진출, 수익 ‘미비’

카드사들은 국내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금융당국의 규제강화로 수익제고에 제동이 걸린 만큼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해외에서 독자적인 영업망을 구축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소모가 크다는 점에서 일단 현지 금융회사 인수나 업무제휴 방식을 택하고 있다.

실제로 신한카드는 미얀마(신한마이크로파이낸스)와 카자흐스탄(유한회사 신한파이낸스), 인도네시아(신한인도파이낸스)에 자체법인을 설립하고 할부금융 등 현지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4월 미국 신용카드 전표 매입사인 UMS와 합작법인을 설립한데 이어 6월에는 한인은행인 ‘뱅크 오브 호프’와 업무제휴를 맺고 미국 신용카드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또 지난 9월 미얀마 중앙은행으로부터 현지 대표사무소 설립인가를 받았고, 라오스에서는 KB캐피탈과 함께 KB코라오리싱을 설립해 할부금융 영업을 하고 있다.

롯데카드도 지난 9월 베트남 테크콤뱅크의 자회사 ‘테크콤 파이낸스’를 약 875억원에 인수했다. 인허가 절차와 라이선스 취득, 인프라 구축 등이 완료되면 늦어도 내년 하반기부터는 영업을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베트남은 롯데리아, 롯데시네마, 롯데마트 등 롯데계열사들이 진출해 있어 영업시너지를 내기에 최적의 장소”라며 “다만 신용도 조회시스템이 갖춰진 우리나라와 달라 대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기 때문에 당분간은 소비자금융과 할부금융 위주로 영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카드는 미얀마에 현지법인인 마이크로파이낸스를 설립해 운영 중이며 카자흐스탄과 캄보디아, 라오스 진출을 검토 중이다. 하나카드는 일본에 자회사인 ‘하나카드 페이먼트’를 설립했다. 카드망 사업자인 BC카드는 인도네시아, 라오스, 싱가포르, 베트남 등과 카드결제에 대한 기술(프로세싱) 및 플랫폼 기술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잠재적 성장성을 보고 주로 동남아 진출을 하고 있지만 아직 금융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 영업의 애를 먹고 있다”며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려면 적어도 2~3년은 소요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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