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측 "노조 주장은 추측일 뿐…향후 임금 상승 여부 등 지켜봐야"

(사진=마트노조)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신세계그룹(부회장 정용진)이 ‘일-가정 양립’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근로개선 정책에 동참하며 오는 2018년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지만, 막상 현장 노동자들에게는 ‘조삼모사(朝三暮四) 식의 꼼수’일 뿐이라는 비난에 휩싸였다.

14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이들은 오는 2018년 1월2일부터 ‘9-to-5제’를 실시한다. 주 35시간 근로제가 시행될 경우 신세계 소속 임직원은 하루 7시간만 근무하면 된다. 통상적으로 하루 8시간씩 근무하는 주 40시간의 법정 근로시간보다 무려 5시간이 단축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기업들에서 ‘유연 근무제’나 ‘패밀리 데이’ 등의 도입을 통해 근로환경 개선 및 근무시간 단축을 감행해왔지만, 그룹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공식적인 연간 근로시간 단축을 선포한 것은 최초다.

어찌 보면 매우 파격적이고 신선한 신세계의 이 같은 실험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장 노동시간(연간 2113시간)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근로환경 개선에 첫 단추를 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귀추가 주목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는 “‘고용 없는 노동시간 단축, 소득상승 없는 최저임금 인상’ 의 조삼모사식 꼼수일 뿐”이라며 “실무 현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보여주기 식으로 진행한 신세계의 근무시간 단축은 인력충원 없이 총임금을 깎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팽배하다.

앞서 신세계 그룹은 이번 근로시간 단축 정책과 관련해 “업무 특성에 따라 8시 출근 4시 퇴근, 10시 출근 6시 퇴근 등으로 유연하게 적용해도 문제없다”며 “점포에서 근무하는 경우에는 근무스케줄을 조정하면 되며, 이마트 등의 경우 영업시간 단축 역시 병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 노동조합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는 이마트 노동조합(이하 이마트 노조) 등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노조와 함께 지난 12일 명동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을 통해 “영업시간을 단축해도 노동 강도는 줄어들지 않는다”며 강력하게 규탄하고 본격적인 대응을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혁신적이라는 제도를 왜 007작전 수행하듯 비밀리에 추진하고 급작스럽게 발표했는지 의문”이라며 “현장의 주인인 노동자들이 신세계 노동시간단축의 실체를 직접 밝히려 한다”며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현장의 변화에 대해 언급했다.

마트노조에 따르면 막상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신세계그룹 측이 2년 동안 준비했다는 ‘주 35시간 근무’에 대해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

마트노조 측은 “‘노동시간 단축’은 중요한 문제이나 ‘어떤 노동시간 단축’인지가 더욱 중요하다”며 “신세계-이마트식 노동시간단축은 ‘고용 없는 노동시간 단축, 소득상승 없는 최저임금 인상’ 의 조삼모사식 꼼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실제 매출도 매우 적을 뿐더러 최소한의 인력으로 운영되는 23~24시 구간의 단축은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야간수당 등의 인건비와 부대비용 등을 줄이기 위한 선택일 뿐”이라며 “이 모든 것을 일-가정 양립을 위한 조치라고 선전하는 것은 매우 기만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대표한 마트노조 전수찬 이마트 위원장 역시 “마트의 경우 일이 딱 맞춰 끝나지 않는 업무 현장의 특성 상 인력충원이 없으면 영업시간을 단축하더라도 노동 강도는 줄어들지 않는다”며 결론적으로 근본적인 인력충원이 없이 총임금을 깎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월 소정 근로시간에 따라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리는 오는 2020년의 이마트 노동자의 월 급여는 209시간을 근무하는 노동자보다 26만원 낮은 183만원이 된다.

(사진=마트노조)

이 같은 상황에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노조 역시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현숙 롯데마트노조 사무국장은 “롯데마트 8000여명의 근로자는 이미 7시간(주 35시간)의 노동을 하고 있는데, 인원이 늘 부족하다보니 추가 근무를 하게 되고 연차를 맘대로 쓰는 것은 꿈도 못 꾼다”며 “이마트가 우려하는 부분은 상상이 아니라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미화 홈플러스지부 서울본부장도 “홈플러스지부는 조금이라도 임금을 정상적으로 받기 위해, 가정과 생활을 위해 단시간 근무를 8시간 정상근무로 바꾸고 있다”면서 “이마트 때문에 소정근로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이는 실제 마트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만의 주장은 아니었다.

박하순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신세계의 주 35시간제는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줄이는 반면 노동 강도를 강화하게 하는 제도”라고 주장한 것.

그는 “노동자들의 경우 시급도 매년 오르고 심지어는 법정 최저시급보다 더 높은 시급을 받게 돼 겉으로 보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월 임금 기준으로는 월 40시간 노동자의 월 최저임금보다 더 적은 월 임금을 받아가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8분의 1이 줄어드는 반면 매장 개장시간은 14분의 1만 줄어든다”며 “고임 노동자라면 노동 강도가 약간 강화되더라도 근로시간 감축으로 인한 기대임금의 감소를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신세계-이마트 노동자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이마트 측은 “좋은 의도로 결정된 사항을 추측성 자료를 통해 시행 전부터 비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노조 측에서 주장하는 최저임금 1만원 시대나 매년 10%의 임금 인상률 모두 추정일 뿐”이라며 “노조가 우려하는 부분은 잘 알고 있지만, 향후 노사 합의를 통해 임금이 더 오를 수도 있는 가능성은 왜 배제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내년만 보더라도 근로시간 단축에도 불구하고 임금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면서 “회사는 정확한 임금 체계에 따라 근로한 시간만큼의 충분한 보상을 할 것이며, 그룹 측에서 발표한 ‘임금의 저하 없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해당 제도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신세계의 35시간 근무와 관련해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일부에서 꼼수로 폄하하기도 하지만 꼭 그렇게만 보기는 어렵다”며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지금 상황에서는 근로시간을 단축해 최저임금 단가를 높여 놓은 것은 맞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양대 노총 간에도 갑론을박이 펼쳐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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