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외 변수로 주요 증권사 일부 대표 교체 유력

(왼쪽부터)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 윤경은·전병조 KB증권 사장,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 주익수 하이투자증권사장 <사진=각사>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10명이 올해와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올 한해 증시 활황과 함께 대부분 증권사들의 실적이 개선된 가운데 각 증권사 수장들이 연임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증권사 CEO는 KB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하이투자증권 등 9개사에서 총 10명이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연임 ‘청신호’

가장 연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CEO는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다. 지난 2007년 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11년째 대표직을 이어오고 있지만 ‘실적이 좋으면 연임도 가능하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김남구 부회장의 의지에 따라 이번에도 연임 전망이 밝다.

유 사장은 지난달 13일 금융위원회의 발행어음 인가로 사업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초대형 투자은행(IB) 핵심업무인 발행어음 인가로 한국투자증권은 회사 자체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금융상품으로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할 수 있게 됐다. 한국투자증권이 상반기 기준으로 보유한 자기자본은 4조 4019억원으로 최대 8조원 규모를 조달할 수 있다.

실적도 순항중이다. 유 사장이 2007년 3월 한국투자증권 사장으로 취임한 당시 63조 2000억원이었던 고객예탁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54조 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3조 2697억원, 영업이익은 3589억원을 기록해 지난 2015년 기록한 최대 영업이익인 3633억원에 다가서고 있다.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 김정태 회장과 한배?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도 실적 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분기 누적순이익 923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전체 순이익을 넘어섰으며, IB 시대를 맞아 사업다각화를 진행중이다.

하지만 실적보다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출신인 이진국 사장은 김정태 회장의 신임를 받아 하나금융투자 사장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 회장의 3연임 성공여부에 따라 이 사장의 거취가 결정될 공산이 커졌다.

지난달 2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지주사 회장 선임절차에 대해 언급하며 “금융사 최고경영자들이 경쟁자를 없애고 연임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책무유기”라고 비판했다. 금융권에서는 3연임에 도전하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저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나금융투자의 매출은 1조 85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7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37.76% 줄어든 684억원을 기록했다.

▲윤경은·전병조 KB증권 사장, 실적외 변수 영향 받을 듯

이달 31일 임기가 만료되는 윤경은·전병조 KB증권 사장의 연임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현대증권과 구KB투자증권의 합병으로 출범한 KB증권은 현대증권 출신인 윤경은 사장과 KB투자증권 출신 전병조 사장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KB금융지주가 회장과 은행장직을 분리하면서 지난달 허인 KB국민은행장이 선임된 만큼, KB증권도 단독대표 체제로의 전환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윤경은·전병조 사장의 공동체제 하에서 KB증권은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562.6% 증가한 217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두 사장이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윤 사장이 현대증권 재임시절 불법 자전거래를 한 사실이 적발돼 연임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해준 교보증권‧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연임전망 엇갈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의 연임 전망도 밝다. 지난 2015년 1조원 이상의 영업수익을 낸 김 사장은 신탁과 신사업 헤지펀드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하락한 순이익은 최대 실적 이후의 기저효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며, 10%대의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유지하고 있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의 연임 또한 업계 관심이다. 삼성증권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627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4.96% 증가했지만, 최근 삼성그룹 차원에서 50대 젊은 사장을 임명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윤 사장이 세대교체 바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나재철‧권용원 사장, 사업추진력으로 연임 따낼까?

내년 3월 임기가 끝나고 두 번째 연임에 도전하는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은 과거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과 안정적으로 사업다각화를 주도해 계열사 시너지를 높였다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서울 곳곳에 흩어져있던 대신금융그룹의 계열사들을 ‘대신파이낸스센터’라 불리는 명동 신사옥에 모두 집결 시키면서 제2의 명동시대를 부활시켰다는 평가도 연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은 벌써 9년째 키움증권을 이끌고 있지만 연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3분기 순이익이 소폭 하락했지만 누적 순이익은 지난해 대비 상승했다. IB‧PI부문 경쟁력 강화를 통해 수익 구조에서 다변화를 이루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김원규 NH투자증권‧주익수 하이투자증권 사장 연임 ‘불투명’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의 연임도 관심사다. 김 사장은 지난해와 올해 NH투자증권이 호실적을 기록해 연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업계에서는 교체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차기 사장에 대한 하마평이 일찌감치 나온 데다 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계열사 인사를 계속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의 차기 사장 선임은 내년 1월 중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주익수 하이투자증권 사장의 연임도 불투명하다. 하이투자증권은 주 사장이 취임한 이래 실적 악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하이투자증권의 연결 기준 순이익은 90.6% 감소한 29억원에 그쳤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