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바이오, ‘콜린알포세레이트 대조약 선정공고 취소’ 행정심판 제기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웅제약 본사 전경<사진=고은별 기자>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끝난 줄로 보였던 뇌기능 개선제 글리아티린(성분명 콜린알포세레이트) 대조약 지위분쟁이 또 다시 불거질 양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행정처분에 반발하고 있는 대웅 측이 ‘대조약 선정공고 취소’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4일 대웅제약의 자회사인 대웅바이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13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콜린알포세레이트 대조약 선정공고 취소 및 글리아타민 대조약 지정’을 청구하는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대조약은 제네릭(복제약) 개발 시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의 ‘기준’이 되는 약이다. 제네릭을 개발하려면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한 효능 및 효과를 나타내는지 이 시험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 제네릭의 동등성이 입증된 경우 시판허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이탈리아의 다국적 제약사인 이탈파마코가 개발한 성분이다. 원개발사가 공급하는 이 성분을 토대로 제품을 만들어 이른바 ‘글리아티린’이란 이름을 붙여 팔 수 있는 권리가 지난해 1월 대웅제약에서 종근당으로 넘어감에 따라 식약처는 지난달 17일 콜린알포세레이트의 대조약으로 ‘종근당 글리아티린’을 선정했다.

하지만 대웅 측은 식약처가 대조약 선정기준으로 삼는 ‘원개발사 품목’ 규정을 문제 삼고 있다. 대웅바이오는 “원개발사 품목은 그 개념이 국제법적으로는 물론 국내 약사법에서조차 존재하지 않는 불명확한 기준”이라며 “이를 근거로 종근당 글리아티린을 대조약으로 선정한 식약처의 결정은 무효”라는 주장이다.

또한 대웅바이오는 “이처럼 개념조차 불분명한 소위 ‘원개발사 품목’에 대조약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해외 특허 보유 다국적 제약사가 특허기간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제약사들과 계약을 바꿔가며 국내 대조약 지정을 좌지우지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웅바이오에 따르면 실제로 이탈파마코가 대웅제약과의 계약 기간 도중 재계약 협상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종근당과 새로운 계약을 맺음으로써 국내 대조약 선정을 좌우했다는 것.

특히 대웅 측은 이러한 제도상 허점을 이용해 다국적 제약사가 국내 제약사와의 계약 시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내거는 등 국내 대조약 선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웅바이오는 “국가가 대조약 지정권한을 포기하고 다국적 제약사에 대조약 선정권을 넘겨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종근당 본사 전경<사진=고은별 기자>

앞서 대웅제약은 지난 2월에도 행심위로부터 자사 글리아티린 대신 종근당 글리아티린을 대조약으로 선정한 식약처 공고가 부당하다는 결론을 받아낸 바 있다. 글리아티린 대조약 변경 전 식약처가 업계의 의견조회와 이의신청 절차를 생략한 탓이다.

당시 대조약 선정 기준은 ‘국내 최초 허가된 원개발사 품목’이었다. 대웅 측은 이 규정을 근거로 종근당 글리아티린은 대조약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내놨다.

특히 식약처가 행정심판 패소 직후 지난 4월 대조약 선정기준을 ‘국내 최초 허가된 원개발사 품목’에서 ‘원개발사 품목, 단 여러 품목인 경우 허가 일자가 빠른 것’으로 개정하면서 대조약 지위논란에 더욱 불씨를 당겼다. 논란의 여지가 있던 ‘국내 최초 허가’라는 문구를 빼 종근당에 특혜를 주려 한단 의혹이 불거진 것도 그 때문이다.

또 종근당이 글리아티린에 대한 판권을 확보하기 전 판매하던 제네릭 ‘알포코’의 허가 사항을 변경해 글리아티린 판매를 허가받은 점도 대웅 측에서 꾸준히 지적하는 부분이다. 대웅바이오는 “종근당 글리아티린은 종근당이 기존에 대웅제약 글리아티린을 대조약으로 해 이미 개발·시판 중이던 제네릭 의약품인 알포코와 비교용출시험을 거쳐 변경 허가된 제품”이라며 “원료의약품만 바뀌었을 뿐 허가 품목코드도 같아 실질적으로 같은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종근당은 “이후 원료뿐만 아니라 원개발사로부터 기술이전을 직접 받았다. 종근당 글리아티린은 오리지널 제품이 맞다”며 반박하고 있다.

원칙상 제네릭 의약품이 대조약으로 선정될 수 없고 다 같은 복제약이라면 판매량에 따라 대조약을 선정해야 한다는 게 대웅 측 입장이다. 대웅바이오는 지난달 9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사의 ‘글리아타민’이 신약 글리아티린의 대조약으로 선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종근당으로 판권이 넘어간 오리지널 글리아티린 매출액은 302억원에 그친 반면 대웅바이오의 제네릭인 글리아타민 매출액은 454억원 정도다.

이번에 대웅바이오는 “우리나라 의약품 시장은 제네릭 중심으로 형성돼 있고 대조약 선정기준은 제네릭 품질, 안전성·유효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글리아타민 대조약 선정 여부와는 별도로, 현행 ‘원개발사 품목’ 규정은 행정처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정의가 달라지는 등 명백한 하자가 존재하므로 이에 대한 식약처 및 제약업계의 심도 있는 논의 및 대조약 선정기준의 합리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웅의 행정심판 제기 소식을 접한 종근당 측은 별도로 입장발표를 내거나 대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종근당 관계자는 “종근당 글리아티린이 대조약으로 최종 선정됐고, 이미 종료가 난 사안이라 회사 차원에서 대응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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