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 전경<사진=고은별 기자>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삼성전자, LG, SK그룹의 2018년 정기 임원인사가 마무리됐다. 5대 그룹 중 아직 임원인사 발표가 안 난 곳은 현대자동차그룹과 롯데그룹. 롯데그룹은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 회장의 1심 판결(12월22일) 결과에 따라 연말 정기인사가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재계는 현재 노조 파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정기 임원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일 재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삼성전자, LG, SK그룹에 이어 이달 말 2018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통상 12월 말에 임원인사 발표를 하는 현대차그룹은 올해도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임원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진행된 삼성전자와 LG·SK그룹의 인사 포인트는 ‘세대교체’와 ‘성과주의’였다. 특히 삼성전자는 주요 사업 부문에 50대 CEO를 전진 배치했고, 앞으로 남은 비전자 계열사 임원인사에도 이 같은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 그룹의 전체 승진규모는 삼성전자가 221명, LG그룹 157명, SK그룹은 163명으로 SK를 제외하곤 두 그룹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경우 올해 실적 악화 탓에 임원 및 전체 승진규모 또한 ‘최소한’이 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다른 그룹의 ‘세대교체’ 흐름에 대해선 현대차 내부도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라면서도 “승진인사와 관련된 건 월말 발표가 나봐야 규모 등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승진규모는 ‘승진잔치’로 불릴 만큼 크지는 않을 듯하다”며 “통상 크리스마스 전후로 발표가 나고 있으나, 25일 전에 임원 및 후속인사 모두 발표가 날지 아니면 그전엔 임원인사만 발표하고 이후 후속인사가 날지 정해진 바는 없다”고 전했다.

현재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과 단체협상 교섭 난항으로 엿새째 부분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 관계자는 노조의 반발 등 우려와는 별개로 성과가 탁월한 인사는 승진명단에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 전경<사진=고은별 기자>

재계 등에서는 현대차그룹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승계와 관련, 당장은 회장으로 올라서진 않을 것이라는 말들이 많다. 정 부회장을 포함해 현대차그룹 내 부회장이 많은 것이 그 이유다.

현대차그룹에는 정 부회장을 포함, 총 9명의 계열사 부회장이 있는데, 계열사별로는 ▲현대차 정의선, 윤여철, 양웅철, 김용환, 권문식 부회장 등 5명 ▲기아차 이형근 부회장 ▲현대제철 우유철 부회장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 ▲현대파워텍 김해진 부회장 등이다.

삼성전자의 권오현 부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며 이재용 부회장이 유일한 부회장 직급을 가진 것처럼 현대차그룹도 정 부회장의 대외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선 부회장단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한편, 현대차가 9년 만에 비서실 역할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알려지며 업계에선 이를 통해 정 부회장의 승계 작업이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14일 공개된 현대차의 올 3·4분기 보고서를 보면 미등기 임원인 김용환 부회장 담당 업무에 비서실이 추가됐다. 비서실을 관장하는 김 부회장이 법무까지 맡고 있어 향후 정 부회장의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을 문제 등까지 총괄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대외활동을 자제하던 정 부회장이 해외 순방을 시작으로 이번엔 방중 경제사절단에도 참여를 하지 않나”라며 “본격적으로 외부에 얼굴을 알리는 등 언젠간 승계 작업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본다. 다만, 가까운 시일 내 승계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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