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의 내진용 H형강 압연과정<사진=현대제철>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이틀 전 발생한 ‘포항 지진’으로 건축물 내진용 강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경주 지진으로 내진설계 의무 범위는 커지고 있지만, 내진재 적용에 관한 법안은 아직 수면 아래 상태. 관련 법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차례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한국도 더 이상 지진 리스크 안전국가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진 발생 시 대피 훈련에 대한 필요성과 함께 내진 건축물에 대한 관심 또한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포항 지진 때 여러 건물의 기둥들이 부서져 인명피해로까지 이어졌다. 건물 주차장 기둥부터 학생안전을 보호해야 할 학교 건물도 무너졌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진이 발생한 포항의 전체 건물 중 내진설계가 돼 있는 건물은 전체의 20%에 불과했다. 특히 국내 건축물 가운데 내진재를 적용한 건물은 극히 일부다.

이번 포항 지진은 5.4 규모로 지난 경주 지진(5.8)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지진위험도가 높은 미국 서부지역 및 일본 등지에서는 건축물에 대한 건축구조용 강구조 설계 및 적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빅3’ 철강사가 내진용 형강·철근·후판·강판 등 다양한 내진재를 내놓고 있지만 실제 적용률은 높지 않다. H형강 기준으로 내진재 사용비율이 2012년 4%에서 2016년 21%로 증가세긴 하지만 이마저도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진재 확산에 속도가 붙지 않는 건 관련법이 없기 때문이다. 건설기술진흥법, 건설산업기본법, 원산지표시법 등의 관련 규정 강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건설 강재 중 품질관리 의무 대상 품목만 보더라도 한국은 철근, H형강, 6mm 이상 강판 등 3개지만 일본은 무려 22개에 달한다. 이를 확대하기 위한 법안이 아직 표류 중이다.

더욱이 건설사들은 내진설계 조건만 갖추면 내진재 대신 일반재를 사용해도 되기 때문에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일반재를 선택하게 된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내진 설계기준 의무 대상이 2층·200㎡ 이상으로 확대됐지만 내진재 사용을 강제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

문제는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왔을 경우다. 내진설계 기준은 확대됐어도 지진 규모 5.0에 견딜 수 있도록 한 규정은 2015년 비로소 5.5~6.5에 대비하도록 강화된 실정이다. 지난 경주 지진 이후 기상청이 이보다 더 큰 규모의 지진 가능성을 전망함에 따라 내진재 관련 법안이 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렇듯 내진재 적용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인 가운데, 내진재 사용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 제정되면 수요 또한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구조재료로 많이 쓰이는 콘크리트에 비해 내진용 강재는 연성적 재료로서 지진과 같은 외력에 대해 저항하는 성능이 우수하다”며 “내진재 관련 기준이 강화되고 정착하기까지 시일은 걸리겠지만 한국의 지진 발생빈도가 잦아짐에 따라 필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내진설계 건축법 강화로 내진재에 대한 수요가 그전보다 급증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다만 그 부분이 내진재 법제화로까지 이어져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정부부처에서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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