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지난달 13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의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금융권에 대대적인 인사태풍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주요 지지기반인 TK(대구‧경북)출신인 박 회장도 칼날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하이투자증권 인수로 인한 투자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DGB금융의 전망이 불안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 TK출신 박 회장에도 인사 ‘칼날’

금융권 수장에 대한 칼날이 드리워지자, 금융권에서는 적폐청산을 명목으로 했지만 사실상 전 정권 인적 ‘솎아내기’란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신입채용과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지난 사임 의사를 밝혀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이 외에도 연임이 확실시 됐던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노조의 연임 설문조사 개입 의혹을 받고 있으며,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금융감독원 채용비리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전 정권의 ‘낙하산 인사’로 평가받고 있는 박 회장이 ‘제2의 이광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비자금 의혹, 사실로 드러나면 대주주 자격 ‘박탈’

이런 와중에 박 회장은 최근 비자금 조성 및 횡령 혐의로 입건돼 두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DGB금융의 미래에 박 회장의 비자금 의혹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

TK 출신인 박 회장은 친박계 의원들에게 비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완전히 벗지 못했다. 대구지방경찰청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달 19일에는 박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6시간에 달하는 강도 높은 조사를 시행했다.

대구지방경찰청에 접수된 투서에는 상품권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뒤 현금화하는 방법으로 총 31억원 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만약 비자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타금융사의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된다.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비자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DGB금융은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 등의 제제를 받게 되는데,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게 된 금융사는 1년간 타 금융사의 대주주 자격을 확보할 수 없다.

◇ DGB금융 하이투자증권 인수…업계 반응 ‘글쎄’

지난 8, 9일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을 인수에 대해서도 업계의 부정적인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함으로써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포트폴리오를 완성했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DGB금융의 투자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대주주인 현대미포조선은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하이투자증권 지분 85.32%를 DGB금융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DGB금융 역시 지난 8일 이사회를 통해 하이투자증권을 4500억 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그런데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 인수가 확정되자마자 주가가 폭락했다. 원래 1만 원대의 주가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사회를 통해 하이투자증권 인수가 확실시된 8, 9일 DGB금융의 장마감가는 각각 9810원, 9360원이었다. 9일에는 장중 한때 9200원 선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무디스가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 인수 결정과 관련해 지주의 자회사인 DGB대구은행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

무디스는 이번 인수로 인해 DGB금융의 차입금이 확대됨에 따라 주력 자회사인 대구은행의 자원이 지주회사의 차입금 상환을 지원하게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증권가에서도 대체로 냉소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DGB금융은 하이투자증권 인수자금을 회사채와 신종자본증권 등으로 조달할 계획”이라며 “타인자본조달로 BPS 희석화 등이 없는 장점이 있으나 하이투자증권의 연간 순이익을 3~400억원 정도로 가정하면 자본조달비용 차감 후 이익증가분은 140~22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로 인한 수익성 개선 효과는 크지 않고, 증권업 업황에 따라 좌지우지될 것이란 분석이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하이투자증권의 최근 부진한 경영실적을 고려할 때 수익성 확보가 불확실하다”며 “주가가 연이어 하락하고 있는 것은 투자자의 불편한 심리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한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며 “박 회장의 의혹이 완전히 벗겨지지 않은 만큼, 사세 확장 보다는 내실 다지기가 우선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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