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땡스기브 나동훈 대표는 "독서는 현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페이퍼리스(Paperless) 시대가 오고 있다. 점차 종이책은 사라지고 전자책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2020년까지 종이 통장이 사라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종이와 함께 독서 문화도 수그러들고 있다. 독서 가뭄의 시대, 독서를 권장하는 캠페인을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다. 기자가 만난 ‘(사)땡스기브’도 올바른 독서 문화 정착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하는 비영리 단체다.

하지만, 땡스기브에는 독서 캠페인을 진행하는 수많은 다른 단체들과 다른 점이 엿보였다. 땡스기브 나동훈 대표는 “우리는 현실세계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창구로서의 ‘독서’를 권장한다”라며 “그런 맥락에서 땡스기브의 독서운동은 그레이가 아닌 칼라”라고 말했다. 현실세계는 풍부한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다채로움을 지닌 곳이라는 의미다.

 

◇ 삶에 가까운 독서 전하고파

지금까지 독서 운동을 펼치는 많은 단체들을 만나면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 대부분 단체에서 독서를 문헌학적, 서지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 대표는 “독서에 대한 사람들의 기본 이해 수준이 좀 더 높아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며 “단순히 교양을 쌓기 위한 수단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실제적인 원동력으로 삼길 원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채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양산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그는 “제게 있어 책은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 나아가 변화시킬 수 있는 창의성, 통찰력을 던져 준 벗”이라며 “다른 사람들도 세상과 더불어 더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책을 통해 얻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 스티브잡스(Steve Jobs)를 예로 들었다. 스티브잡스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1974년 인도여행을 떠난다. 오랜 세월이 흘러 스티브잡스는 인도여행에서 얻은 깨달음이 일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고 술회했다. 그는 “인도에서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 커다란 문화적 충격에 휩싸였다. 인도 사람들은 지력 대신 직관력을 사용한다. 직관에는 대단히 강력한 힘이 있다”며 “우리 제품은 직관적이고 예지적이어야 한다. 무엇을 원하는지 속마음을 읽는 것처럼 말이다”고 선언했다.

나 대표는 “스티브잡스에게 인도여행은 인생의 거대한 나침반 역할을 했다”며 “독서를 통해서도 현실세계를 이해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땡스기브는 사람을 지향한다. 말하자면 사람을 낳는 독서 캠페인이다. 사람과 그 사람이 소속된 조직은 서로 비전을 공유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간다.

나 대표는 “내용의 공유 없는 구호의 외침은 헛된 주문과 같은 것”이라며 “비전의 공유를 말하기 전에 비전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 형성을 일으킬 수 있는 지식의 채움이 선행돼야 한다”며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독서는 본인이 속한 시대를 이해하고 문화해독력을 기르는데 도움을 준다. 이를 위해서는 이전 시대와 다가 올 시대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책은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링크 역할을 한다.

 

올해 7~9월에 진행된 '독서토론 지도자 양성 교육'. <사진=(사)땡스기브>

◇ 도서관‧토론 수업에 미래를 걸다

땡스기브는 도서기증, 매거진 땡스북스(Thanks Book) 발행, 도서토론 지도자 양성 교육, 도서관 수업, 해외 도서관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 나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은 독서 토론과 도서관 수업이다.

나 대표는 “우리나라는 토론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다. 사실 책을 읽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읽고 느낀 점을 나누고 토론하는 시간”이라며 도서토론 지도자 양성 교육을 중요시 여기는 이유를 언급했다. 그는 “땡스기브는 독서 토론 확산을 위한 허브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도서관 수업을 통해서도 가치 있는 열매를 맺고 있다.

땡스기브는 기업에게 도서를 기증받아 작은 도서관에 전달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나 대표는 “그 과정에서 도서관 관장이나 사서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들 대부분이 올바른 독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실정이었다”며 “이에 도서관을 운영하는 핵심 인력이 건전한 가치를 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하는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 지역아동센터의 관장은 “수십년간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까막눈으로 살아온 것 같다”며 “땡스기브에서 진행하는 수업을 통해 체계적으로 책을 분류하는 법, 아이들 성향에 맞게 책을 권해주고 대화하는 법 등을 알게 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내년부터는 땡스기브 사무실 안에 마음껏 토론회를 열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공간적 거점이 준비된 뒤에는 관련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나 대표는 기업들에게 “도서관은 그 지역 공동체를 통째로 변화시킬 수 있는 링크”라며 도서관 사업을 통해 사회공헌에 이바지할 것을 당부했다.

땡스기브는 동남아 현지 도서관에 도서를 기증하고,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활발한 해외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땡스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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