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 10월 환율보고서에서 한국 '관찰대상국' 지정
미·중관계 경색되면 한국에 불똥 튈까 우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임해원 기자] 한국이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인한 경제제재를 면하게 됐다.

미 재무부는 18일(현지시간) 10월 환율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지정했다. 미국은 4월과 10월, 연간 두차례 환율보고서를 발표하고 종합무역법과 교역촉진법을 근거로 환율시장에 개입할 위험이 있는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특히 2015년 제정된 교역촉진법에 따르면 ▲대미 무역수지 흑자(200억달러 이상) ▲경상수지 흑자(GDP 대비 3% 이상) ▲환율시장 일방향 개입(GDP대비 2% 이상 순매수) 등의 조건을 따져, 3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경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한국 기업의 미국 조달시장 진입이 금지되고, 한국에 투자하는 미국기업에 대한 금융지원도 중단되는 등 강력한 제재조치가 취해지기 때문에, 대미무역 비중이 높은 한국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지난 1988년~1990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번에는 대미 무역수지와 경상수지에서 미국 기준을 초과했으나 환율시장 매수 규모가 GDP 대비 0.3% 수준에 그쳐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게 됐다.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과 환율조작국 지정 회피로 인해 위험한 대외변수들이 제거되면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된 대만과는 달리 한국은 지난해 4월 이후 4회 연속으로 관찰대상국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 간의 갈등이 심화되면 한국에 불똥이 튈 우려가 있다. 미국의 핵심 외교이슈인 대북 경제제재 문제에 있어 중국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이번 발표에서 환율조작국 지정이 예상됐던 중국이 관찰대상국 지정에 그친 것도 이러한 점을 고려한 미국의 결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에도 “중국이 북한문제에 우리와 공조한다면 왜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부르겠나”라는 글을 트위터 계정에 올리며 중국을 압박한 바 있다.

중국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발맞춰 일선 은행들의 대북거래를 금지한 며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의 대북제재 협조가 장기적으로 이어진 경우가 없어 언제 미·중 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돌아설지 알 수 없다. 만약 미·중관계가 틀어질 경우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을 완화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다음 환율보고서 발표 시 한국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위험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지지자라는 것도 변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 재협상 등을 요구하며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개선을 요구해왔다. 경우에 따라 미국이 자의적으로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을 변경해 한국을 압박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번 환율보고서 발표로 낙관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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