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개발원, “계약해지된 용역업체 이슈화 시도일 뿐”
인트라밴, “애초부터 갑을계약, 비정규직 떠넘기기”

[월요신문=임해원 기자] 보험개발원이 도급업체에 퇴직 임원의 취업을 부탁하고 비정규직 고용을 떠넘겼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경제TV 25일 보도에 따르면, 보험개발원의 한 퇴직임원은 AOS(자동차수리비 견적시스템) 관련 업무를 위탁 운영 중인 도급업체 ‘인트라밴’에 고용을 요구하고 구체적인 연봉조건도 제시했다. 이 매체는 또 보험개발원이 비정규직 고용승계를 입찰 조건으로 내걸어 부담을 도급업체에 전가하는 한편, 계약 해지로 인해 도급업체가 개발한 소프트웨어의 저작권도 보험개발원에 빼앗기게 됐다고 보도했다.

본지는 보험개발원과 인트라밴 양측의 이야기를 듣고 해당 쟁점에 관한 내용을 정리했다.

 

◇ 퇴직임원 인사 청탁

한국경제TV는 인트라밴이 제공한 해당 임원의 통화녹취를 공개했다. 해당 통화에서 퇴직 임원은 200만원 이하여도 괜찮으니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일할 자리를 달라며 인트라밴에 취업을 부탁했다. 인트라밴은 본지 통화에서 그 외에도 다른 보험개발원 고위 관계자의 인사 청탁을 받아, 이 관계자의 아들을 자사의 물류센터 직원으로 채용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보험개발원은 해당 주장에 대해 “경쟁 입찰에 불만을 품은 기존 업체의 흠집잡기”라고 반박했다. 퇴직 임원 인사 청탁의 경우 해당 인물의 자발적 구직활동이며 보험개발원이 이를 관리·감독할 권한이 없다는 것. 보험개발원 측은 “전화녹취 주인공은 실제로 인트라밴에 고용되지 못했다. 지난 1995년 계약을 맺은 이후 인트라밴에 취업한 퇴직임원은 단 한명 뿐”이라고 해명했다.

 

◇ 비정규직 떠넘기기

인트라밴은 보험개발원이 비정규직 고용승계를 계약 갱신 조건으로 내걸어 도급업체에 부담을 떠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이 지난 8월 17일 공지한 ‘AOS 콜센터 운영 도급업체 제안입찰 공고’에는 “업무 연속성을 고려하여 기존 도급업체 상담직원 3명, 선임상담직원 1명, 수금관리직원 1명 고용승계 및 기존 급여 보장”이라는 항목이 명기돼 있다.

인트라밴은 해당 직원이 사실상 보험개발원에 의해 고용된 비정규직 근로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이 이슈가 되면서, 이들의 고용이 부담된 보험개발원이 도급업체에 고용승계 부담을 떠넘겼다는 것.

보험개발원은 해당 의혹에 대해 “고용보장을 위해 일부러 입찰 조건에 포함시킨 항목인데 ‘떠넘기기’라는 비난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보험개발원은 이번 새 입찰을 통해 기존 인트라밴과 타 업체로 이원화된 AOS 콜센터 업무를 일원화하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도급업체들이 입찰에 실패할 경우 해당 업체의 상담직원들의 고용상태가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에 고용승계 조항을 넣었다는 것이다.

 

◇ 개발 소프트웨어 저작권 탈취

인트라밴은 계약이 해지되면서 기존에 개발해온 프로그램의 저작권도 보험개발원에 뺏기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보험개발원은 애초에 계약상 프로그램 소유권은 보험개발원에 귀속되는 것으로 명기돼 있으며, 이를 법원에서도 인정받았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19일, 인트라밴 측이 신청한 입찰 중단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인트라밴에게 개발한 소프트웨어 저작권이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인트라밴은 해당 재판이 이미 입찰이 끝난 뒤 진행돼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인트라밴(구 ‘하이웨이시스템’)은 처음 보험개발원과 인연을 맺은 1995년 계약서도 공개했다. 해당 계약서에는 보험개발원이 인트라밴에 개발용 소프트웨어, 메모리, 하드디스크등을 제공하고, 인트라밴은 무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공한다고 적혀있다.

인트라밴은 ‘을’의 입장에서 무상 개발이라는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후에도 보험개발원과의 계약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저작권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1995년 인트라밴(구 '하이웨이시스템')과 보험개발원의 계약서 일부. <자료제공=인트라밴>

 

◇ 논란의 결과는?

보험개발원은 이번 논란에 대해 각 언론사에 소명자료를 전달하고 인트라밴의 일방적 주장으로 조직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편 인트라밴은 보험개발원의 ‘갑질’에 피해를 입었다며 1인시위도 불사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번 논란의 쟁점은 입찰 공고에 명기된 상담직원 5명의 정확한 고용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인트라밴 주장대로 해당 직원들이 사실상 보험개발원에 의해 고용되어 일해왔을 경우 보험개발원은 비정규직 떠넘기기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보험개발원의 주장대로 해당 직원들이 도급업체에 고용되어 일해 왔을 경우, 보험개발원은 도급업체 용역직원들의 고용승계 보장을 위해 노력한 셈이 된다. 보험개발원은 “도급업체에서 일할 직원을 우리가 뽑는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 측이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대치하면서 이번 논란의 책임이 어느 쪽으로 향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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