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혜선 기자] 한 시내버스 기사가 버스 정류장에서 어린 아이만 내리고 미처 같이 내리지 못한 엄마를 태우고 출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11일 오후 6시 35분 경 건대역 근처 버스 정류장이었다. 목격담에 따르면, 퇴근시간 만원버스에서 승객들이 내리자 5살도 안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휩쓸려 내렸고 문이 닫혔다. 아이 엄마는 ‘아기만 내리고 나는 못 내렸다’며 울부짖었지만 버스 기사가 그대로 출발했다는 것.

결국 아이 엄마는 다음 역에서야 버스에서 내릴 수 있었다. 당시 자리에 있던 승객은 “아주머니가 문 열리고 울며 뛰어 나가는데 (버스 기사가) 큰소리로 욕을 했다”며 “아주머니는 아이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 급히 나갔지만, 제가 그런 일을 겪으면 어떻게 될지 상상이 안 간다. 꼭 사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천만 다행으로 아이는 엄마의 품으로 돌아갔다. 자양1파출소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어제 아이 엄마가 파출소에 찾아와 신고 상담을 하고 돌아갔다. 아이는 바로 그 정류장에서 찾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해당 버스사의 이야기는 다르다. 해당 버스는 K운송그룹의 계열사인 D교통이다. K운송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CCTV를 확인해보니 아이 엄마가 버스에서 내릴 시간이 충분했다. 화면을 확인하면 아이가 먼저 내리고 문이 닫힌 뒤, 엄마가 아이를 버스 안에서 찾는 모습이 보인다. 승객에 쓸려 나간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버스기사가 엄마만 태우고 출발한 것에 '고의성'이 없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버스 정류장을 벗어나서 승객을 내려주는 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운전자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버스 기사의 말은 어떨까. D교통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시내버스 일이라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해당 버스기사 측은 ‘정류장이 아니어서 문을 열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알고 있다”며 “원칙적으로는 징계 받을 만한 사안이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류장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도심에서 어린아이 홀로 버스 정류장에 두고 오게 한 버스기사의 처우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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