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카 전 백악관 보좌관 "中 역할이 가장 중요"

지난 29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후 관련 속보 방송을 하는 일본 NHK 방송.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임해원 기자]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하자, 미국의 안보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이번 사태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북한이 29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일본 상공을 통과해 북태평양 해상에 떨어졌다.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으로 보이는 이번 탄도미사일은 약 2700km를 비행해 김정은 집권 이후 미사일 실험 중 가장 긴 사거리를 기록했다. 주로 고각 발사를 통해 기술적 능력을 검증하려했던 과거 미사일 실험과는 달리, 이번 실험은 최장사거리를 확인해 실질적인 타격능력을 과시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미국 안보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미사일 도발을 통해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연습(UFG)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미 양국이 UFG를 취소하지 않으면 고통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한·미 연합훈련이 계속돼 북한의 요구가 거절될 경우, 북한이 ICBM 발사와 핵실험 등 더욱 강력한 도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지나가도록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지나치게 위험한 시도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만약 미사일이 실수로 낙하지점에 도달하기 전 폭발해 일본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면 전쟁이 촉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만약 미사일이 홋카이도 상공에서 폭발해 사람이 다쳤거나 죽었다면 어떤 반작용이 일어났겠느냐”며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으로, 오로지 군사적 대결의 확률만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도를 지나친 군사도발을 자제시킬 수 있는 대응방안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한미경제연구소(KEI)의 도널드 만줄로 소장은 “이번 시험 발사는 명백히 일본을 타격할 수 있다는 북한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한 뒤, “지금이야말로 더욱 강력한 조치가 요구된다”며 강경한 대응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배넷 연구원 역시 “미국이 동해에서 평양 상공을 지나도록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해 서해에 떨어뜨리는 방법도 있다”며 군사행동을 통한 적극적인 대응을 주장했다.

반면 매닝 연구원은 자금조달 경로를 차단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매닝 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의 현금 조달 통로가 차단된다면, 북한 엘리트에 대한 포섭 능력이 축소될 것”이라며 “이는 북한 내부 정치의 역학 관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사임한 세바스찬 고르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29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문제 해결은 결국 중국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고르카 전 부보좌관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일본을 겨냥한 이번 미사일 실험은 명백하게 미국에 대한 메시지라고 분석하면서, 미국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발언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동북아 긴장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중국의 대북제재가 유일한 옵션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강경한) 입장에 가깝다”면서도 “하지만 지역적 특성이나 영향력으로 볼 때 문제는 항상 중국의 대응으로 귀결된다. 지금 중국에서 나오는 말들은 매우, 매우, 매우 강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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