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살충제 달걀’ 사태를 사전 예방할 수 있는 정부 대책이 지난 2015년 나왔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막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민정수석은 우병우 전 수석이었다.

18일 머니투데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6월 말 작성한 내부자료를 인용해 “2015년 11월 17일 ‘계란 및 알가공품 안전관리 대책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민정수석실에 보고한 후 연기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살충제 달걀’ 파문은 산란계 농가에서 닭 진드기 퇴치를 위해 동물용 의약품을 오·남용해 불거졌다. 정부의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당시 안전관리 대책안을 그대로 시행했다면 ‘살충제 달걀’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식약처가 민정수석일에 해당 내용을 보고한 후 돌연 발표를 연기됐다는 것.

보도에 따르면, 당시 식약처가 작성한 대책안은 ▲계란 산란일자 표시의무 ▲식용란 품목신고 의무 ▲세척계란 냉장유통의무 ▲폐기란 기록관리 의무 등 안전관리가 주를 이뤘다. 또 생산자의 지도교육 강화 방안과 함께 닭 사육 및 위생관리 요령, 동물용 의약품 사용 요령에 대한 매뉴얼 마련 등이 포함됐다.

구체적인 보도자료 배포 일자까지 확정된 상태에서 왜 안전관리 대책이 미뤄졌을까. 이에대해 당시 식약처장이었던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민정수석실이 정책 시행을 연기한 것은 보다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정책을 다듬기 위해서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대책은 추가 대책 마련이나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설득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1년 후인 2016년도에는 조류독감이 확산되자 뒤늦게 일부 시행 후 흐지부지 사라졌다.

식품관리 대책을 ‘경제수석실’이 아닌 ‘민정수석실’에서 통제했다는 것도 의문으로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불량식품’을 ‘4대 사회악’으로 꼽을 만큼 관심을 가지는 사안이기 때문에 민정수석실에서 이를 직접 챙겼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 간식 격인 계란의 위생 관리에 관심이 많아 당시 청와대 주요 라인은 물론 국무조정실 등 정부부처들도 해당 대책에 관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농가·업체 등의 반발을 우려해 대책안이 연기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기업 계란 유통 사업자, 양계협회(농장), 계란유통협회(수집판매영업자) 등은 발표 전부터 안전관리 대책안에 깊은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식약처는 “민정수석실에서 대책안 보고 연기를 결정한 후 관련 기업과 단체를 직접 방문하거나 회의를 소집해 설명회와 의견수렴을 다시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해당 문제를 제기한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GP(계란선별작업장) 센터 등 전문적인 검란 기능을 갖춘 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 안전대책을 구체화시키고 살충제 잔류검사도 이 기관으로 일원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