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는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임해원 기자] 국방부가 공관병 제도의 전면 폐지보다는 제한적 운영을 검토 중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17일 “국방부는 전수조사를 각 군에서 실시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국방부 안을 만들어 국무총리실에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국무총리실에서 외교부, 경찰청 등 관련 부처 간 여러 사항을 검토해 정부부처안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총리실에서 원안이 변경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국방부는 공관병 제도를 당장 전면 폐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관병을 민간 인력으로 대체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국방부는 부대 임무와 위치등을 고려, 공관병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대에 한해 제한적으로 운영하면서 공관병에 대한 인권침해 요소를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박찬주 전 제2작전사령관 부부의 공관병 갑질 사태에 대해 엄중한 대처를 지시한 만큼, 이 같은 국방부 계획은 총리실에서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군 최고통수권자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군내 갑질 문화를 뿌리 뽑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나라를 지키러 간 우리 청년들이 농사병, 과외병, 테니스병, 골프병 등 이런 모욕적 명칭을 들으며 개인 사병 노릇을 한다는 자조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각 군에서 운영 중인 공관병은 육군 88명, 해군 5명, 해병대 7명, 공군 13명 등 총 113명으로 정원 198명 대비 57%다. 공관병 운영규모가 전체 병력 대비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공관병 제도의 폐지 자체는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이외에도 국방부는 정원대비 180%(916명/506명)인 복지회관 관리병과 정원대비 247%(2349명/949명)인 마트(PX) 판매병도 대폭 축소할 방침이다. 또한 비편제로 운영돼온 테니스병(54명), 골프병(35)명도 전투임무에 투입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방부는 공관병 실태조사 결과 4개 부대에서 추가적으로 ‘갑질’ 정황이 발견돼 추가 조사가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박찬주 전 사령관 공관병이 찼던 호출팔찌가 다른 4개 부대에서도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으며, 인터컴, 유선전화, 휴대전화 등으로 불합리한 업무지시가 이루어졌다. 일부 관사에서는 공관병이 텃밭 경작과 가축 사육 등의 업무에도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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