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임해원 기자]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이 받은 취업 청탁 문자가 추가로 공개됐다.

‘시사IN’은 지난 7일 장 전 사장과 주요 언론사 간부들이 주고받은 청탁 문자들을 공개한 바 있다. 이 매체는 오늘 장 전 사장의 문자를 추가로 공개하며 삼성과 박근혜 정권의 정경유착 의혹에 대해 보도했다. 공개된 문자는 삼성물산 합병과정, 정유라씨 승마지원, 정부 주요 인사 정보수집, 인사 청탁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이헌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은 “루츠알레 변호사 중 직접 나서는 변호사는 장대근, 연수원 22기, 방민주 로스쿨 1기입니다. 양재택 변호사가 실질대표입니다”라는 문자를 장 전 사장에게 보냈다. 루츠알레는 합병 전 삼성물산 주식 7.12%를 보유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합병 관련 소송을 수임했던 로펌이다. 상대측 변호인단의 정보를 국정원이 조사해 삼성에게 제공했다는 것은, 합병과정에서 정부 청탁은 없었다는 삼성 측의 주장을 반박하는 증거다.

또한 이영국 전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으로부터 대한승마협회 이사회 개최결과도 보고받았다. 이 전 부회장은 문자를 통해 이사회 내용을 보고하고 “아시아연맹 건으로 싱가폴 Mr.Ho는 3.8일 서울에서 만나 사전 협의키로 하였습니다”라며 추후 일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협회 간부로부터 세세한 이사회 내용을 개별적으로 보고받았다는 것을 통해 삼성의 대한승마협회에 대한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현재 이 문자들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에 의해 7월25일 증거로 채택된 상태다.

이 외에도 삼성은 정부 주요 인사에 관한 정보도 수집했다. 이번에 공개된 문자 중에는 신원미상의 발신인으로부터 받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서관, 법무부 감찰관에 대한 인사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한 문자는 “유일준 평택지청 공직기강비서관, 곽병훈 김앤장 변호사 법무비서관, 유일준은 채동욱 사태 때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서 우직하게 감찰을 수행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고, 부인이 서울대 음대 최희연 교수, 곽병훈은 신영철 대법관 전속연구관 출신입니다”라는 내용으로, 2015년 2월 민정수석실 비서관 인사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다른 문자는 “헌재 변환철(1958년생 17기 대구대륜고 서울대법대) 중앙대 로스쿨 교수, 화우의 장인종(1963년생 18기 숭실고 서울대법대, 경주지청장등 검사 출신) 변호사, 김앤장 지익상(1964년생 19기 전주고 연세대법대, 고양지청장등 검사출신) 변호사, 로고스 김용호 (1958년생 12기 경기고 서울대법대, 서울고법 부장 등 판사 출신) 변호사의 이름이 공직 인사검증 대상자로 거론됨. 어떤 자리에 대한 검증인지는 알려지지 않음. 민정비서관에 유일준 평택지청장이 거론된다고 함. 청와대가 인사검증 중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1966년생 서울 영동고 서울대법대 21기”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문자에 언급된 인사 중 장인종 변호사는 2015년 3월 법무부 감찰관에 임명됐다.

장 전 사장이 받은 취업 청탁 내역도 추가로 공개됐다. 대부분의 문자가 삼성 계열사 입사지원자에 관한 것으로, 이름과 수험번호, 출신학교, 지망부서 등 세세한 내용이 적혀있다. “○○○(89○○○○-1○○○○○○), 수험번호:1○○○○○○○, 1지망: 호텔부문 영업마케팅, 2지망 면세유통부문 영업마케팅, 3지망: 경영지원”, “선배님, 일전에 한번 말씀드린바 있는 제 큰조카 꼭 한번 살펴봐주십시오. ○○○,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팀 수석Eng’r 68년생. 바쁘신 분께 신경쓰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김영태 배상” 등의 문자가 장 전 사장에게 전달됐다.

장 전 사장이 MBC에 부탁한 취업 청탁 내용도 공개됐다. 장 전 사장은 신원불명의 상대에게 문자를 보내 “아들은 어디로 배치받았니. 삼성전자 이인용 사장이 안광한 사장과 MBC 입사동기라 부탁한 건데 안사장이 쾌히 특임하겠다고 한 건데 어떻게 되었지”라고 물었다. 상대는 “특임부로 가기 전에 국내 유통부에서 바로 연장을 하고 사장님이 경영국장에게 알아보니 이미 연장된 걸 아시고 국내 유통부에 그대로 근무하고 있는데 만족하게 잘 다니고 있어요. 어려운 부탁 쾌히 들어주어 고마워요. 시간나면 기회 주시기를…”이라고 대답했다. 장 전 사장이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을 통해 MBC에 인사 청탁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장 전 사장의 문자에 대한 내용은 ‘시사IN’과 ‘미디어오늘’ 등 소수 언론사를 제외하면 보도되지 않고 있다. 특히 주요 일간지에서는 이와 관련된 짧은 기사조차 전무한 실정이다. 장 전 사장의 문자메시지는 내용뿐만 아니라 보도행태를 통해서도 정·재계를 비롯해 언론계 전반에 미치는 삼성의 강력한 영향력을 입증하고 있다. 공개된 문자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거로 채택된 만큼, 재판결과를 좌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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