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9일 북한 조선중앙TV에 보도된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14'형의 2차 시험 발사 과정.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임해원 기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가능한 소형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는 미국 정보당국의 보고서 내용이 언론에 공개됐다.

워싱턴포스트의 8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국방정보국(DIA)은 북한이 ICBM 탑재용 핵탄두의 소형화 기술을 확보했다고 지난달 결론을 내렸다. 7월 28일 작성된 미 국방정보국 보고서에는 “정보당국은 북한이 ICBM을 포함한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핵무기를 생산했다고 평가한다”고 쓰여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해당 보고서와 관련된 정부관계자 2인에게 사실을 확인받았다고 밝혔다.

핵탄두 소형화 기술은 북한의 미국 본토 타격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한 중요 기준 중 하나다. 북한의 ICBM이 미 서부 해안을 타격하기 위해서는 약 500~600kg의 핵탄두가 필요하다. 만약 뉴욕 등이 동부 도시들을 타격하려면 탄두 중량을 400kg까지 줄여야 한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확보하는데 앞으로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해왔다. 이번 미 국방정보국의 보고서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크게 앞서는 것이다.

 

- 북한의 남은 과제는?

북한이 미국 본토에 대한 핵공격을 감행하기 위해서는 핵탄두의 소형화 외에도 대기권 재진입기술 확보와 고체연료 ICBM의 개발이 필요하다. 고체연료미사일은 발사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시켜, 적국의 탐지와 대응을 방지할 수 있다.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발사된 북한의 신형 ICBM 화성 14호는 액체연료를 사용했으며, 아직 고체연료로켓 제작기술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항공우주연구기관 '에어로스페이스' 연구원 존 실링은 1일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새로운 고체 추진제 ICBM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추구한다면 2025년에 개발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재진입 기술의 확보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은 7월 4일 1차 실험발사 후 “재돌입시 전투부에 작용하는 수천℃의 고온과 가혹한 과부하 및 진동 조건에서도 전투부첨두 내부 온도는 25~45℃의 범위에서 안정하게 유지됐다”며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 떨어진 탄두를 다시 수거해 조사하지 않는 한 판단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북한의 재진입 기술 확보가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최성만 고온플라즈마 응용연구센터센터장은 지난 2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데이터를 분석해서 재료를 다시 수정·보완하고, 앞으로 (추가 실험) 10회 정도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 북·미 상호 강경대응

미국은 그동안 경제제재를 주된 북한 압박 수단으로 강조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은 군사적 대응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5일 MSN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예방전쟁(preventive war)을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어보는 것인가?”라고 기자의 질문에 대답한 뒤, “북한의 미국에 대한 핵위협을 예방할 수 있는 전쟁. 대통령은 그에 대해 매우 분명하다.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물론, 우리는 (북한을 막기 위해)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방전쟁’은 자국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를 선제공격해 전쟁수행능력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한 것이 사실이라면, 미국이 설정한 위험한계선 ‘레드라인’에 거의 다다랐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의 보도가 있었던 8일, “북한은 더 이상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북한은 세계가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라며 강력하게 북한을 비난했다. CNN은 트럼프의 이날 발언을 북한에 대한 “최후통첩”(ultimatum)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8일 오전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와 우리 공군의 KF-16 2대가 한반도 인근 상공에서 비행훈련을 실시한 후 괌 앤더슨 기지로 복귀했다.

북한은 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앤더슨 공군기지를 포함한 괌의 주요 군사기지들을 제압·견제하고, 미국에 경고신호를 보내기 위해 중장거리탄도로켓 '화성-12'형으로 괌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 작전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괌 포위사격 방안은 곧 최고사령부에 보고하게 되며, 김정은 동지께서 결단을 내리면 임의의 시각에 동시다발적으로, 연발적으로 실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 외교적 해결 가능성 낮아

북·미 양측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군사적 대응을 강조하는 현 상황에서 북핵문제가 대화를 통해 해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특히 북·미 양측 정상이 복잡한 국제 갈등을 외교적으로 해결해본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CNN은 9일 기사에서 “트럼프의 수사법(rhetoric)은 오히려 ‘조국이 미국 침략의 위험에 처했다’라는 북한의 오랜 내러티브에 들어맞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화염과 분노”라는 표현이 ‘미국의 위협’을 이용한 북한의 체제정당화 논리를 오히려 강화해준다는 것.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의 자극적인 발언과 대응은 오히려 북한으로 하여금 자신들이 가진 힘을 과대평가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처럼 양국 정상이 강력한 수사를 남발하느라 서로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실패한다면, 자칫 계산착오가 발생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핵확산 방지를 위한 비영리 재단 플라우셰어스 펀드의 조 시린시온 회장은 7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경험이 부족하고 충동적인 두 정상이 거대한 군사적 수단을 다룬다는 점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린시온 회장은 이어 ”상대로부터 어떤 움직임을 이끌어내려고 신호를 보냈는데, 정반대의 움직임이 촉발될 수도 있다”며 “김정은과 트럼프 중 어느 한 쪽이 오판을 내려 2차 대전 이후 보지 못했던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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