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전 간부가 과거 삼성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사진=시사인 고재열 기자 SNS>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CBS 전 간부가 과거 삼성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에게 보낸 ‘자녀 취업 청탁성 문자메시지’가 논란이 되자 CBS가 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CBS는 8일 공식 입장을 통해 “시사 주간지 ‘시사인’에서 삼성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에 대한 언론사 간부들의 청탁문제를 폭로해 파문이 일었다”며 “시사인이 폭로한 문제에는 전직 CBS 간부가 장 사장에게 삼성전자에 지원한 자신의 아들의 입사를 부탁하는 인사청탁을 한 사실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사청탁을 한 인사는 현재 회사를 퇴직한 전직 보도국 간부로 알려졌다”며 “회사는 부정한 인사청탁에 전직 CBS 간부가 연루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CBS는 끝으로 “회사는 향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며, 특히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성희롱 등 중대 비위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는 시사인이 지난 7일 발행된 제517호 커버스토리를 통해 장 사장의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면서 비롯됐다. 공개된 문자메시지에는 몇몇 언론인들이 장 사장에게 보낸 각종 청탁 내용이 담겨있어 파문이 일었다.

이 중 CBS 전 간부는 장 사장에게 아들의 삼성전자 인사 청탁을 부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보낸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CBS 전 간부는 “존경하옵는 장충기 사장님, 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몇 번을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서 문자를 드립니다”라며 “제 아들 아이 OOO이 삼성전자 OO부문에 지원을 했는데 결과발표가 임박한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하반기에도 떨어졌는데 이번에 또 떨어지면 하반기에 다시 도전을 하겠다고 합니다만 올 하반기부터는 시험과정과 방법도 바뀐다고 해서 이번에도 실패를 할까봐 온 집안이 큰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CBS 전 간부는 아들의 구체적인 입사지원 정보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름은 OOO 수험번호는 1OOOOOOO번이고 OOO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이 같은 부탁이 무례한줄 알면서도 부족한 자식을 둔 부모의 애끓는 마음을 가눌 길 없어 사장님의 하해와 같은 배려와 은혜를 간절히 앙망하오며 송구스러움을 무릅쓰고 감히 문자를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장 사장에게 노골적인 청탁을 요구한 것은 CBS 전 간부만이 아니다. 문자메시지를 보낸 언론인들 중 전·현직 소속사가 공개된 곳은 현재 문화일보, 서울경제, 매일경제, 연합뉴스 등이다.

문화일보의 한 간부는 “올 들어 문화일보에 대한 삼성의 협찬+광고지원액이 작년 대비 1.6억이 빠지는데 8월 협찬액을 작년(7억) 대비 1억 플러스(8억)할 수 있도록 장 사장님께 잘 좀 말씀드려달라는 게 요지입니다. 삼성도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혹시 여지가 없을지 사장님께서 관심 갖고 챙겨봐 주십시오. 죄송합니다. 앞으로 좋은 기사, 좋은 지면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부탁했다.

서울경제의 전 간부는 “별고 없으신지요? 염치불구 사외이사 한 자리 부탁드립니다. 부족합니다만 기회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작년에 서울경제 OOO 그만두고 OOO 초빙교수로 소일하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내용의 문제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매일경제 한 기자는 “면세점 관련해서 OOOOO과 상의해보니, 매경이 어떻게 해야 삼성의 면세점 사업을 도와줄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셨으면 좋겠다고 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연합뉴스 관계자 또한 “시절이 하수상하니 안팎으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누워계시는 이건희 회장님을 소재로 돈을 뜯어내려는 자들도 있구요. 나라와 국민, 기업을 지키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져 갑니다”라는 내용을 보냈다.

해당 메시지들은 현재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장충기 사장에게 보내진 문자 읽어보다가 기가 막히다. 문자 보낸 자들 체면은 다 버렸더라. 언론인이라는 자들이 꼬리 흔들며 떡고물 좀 떨어뜨려달라고 사정사정하는 꼴이란!(hiss****)”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나라는 도대체 어디까지 썩어있는 건지 모르겠다(@curevine)”, “언론과 대기업의 유착이 오래전부터 있어왔는데 이제 증거로 보여진 것일뿐. 여태 비리를 폭로해도 기업 편이었던 이유. 이젠 좀 바꾸자(@hanmamin)”, “장충기에게 청탁문자를 보낸 기레기들의 실명을 공개하는 것이 적폐청산의 기본이다(@madam999)”라는 의견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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