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무노조 경영’ 원칙의 삼성그룹에 노동조합이 또 출범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이후 세번째 노조다.

지난 4일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산하 삼성에스원 노동조합은 서울 중구 순화동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노조 경영 폐단을 바로잡고 노동자 권익보호와 직원 삶의 질을 향상하고 보호하기 위해 노조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세콤’으로 유명한 경비업체인 삼성에스원 노조는 지난달 28일 설립총회를 열고 설립신고서를 제출, 지난 3일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 설립 필증을 발부받았다.

삼성에스원은 경비업체 중 독보적 1위 기업으로 총 630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노조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에스원의 ‘살인적 노동조건’을 개선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들은 “지난 5년간 관리건수가 6만 8천여건이 늘었지만 인원충원 대신 영업직원이 더 줄어들었다”며 “직원 중 절반을 차지하는 출동요원들의 월평균 근무시간이 290시간”이라고 전했다. 과도한 업무로 출동요원의 1년 미만 퇴사율이 30%에 육박한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성과연봉제’ 문제도 지적됐다. 노조는 “현재 직원 70%가 성과연봉제형 임금을 적용받고 있으나 실력 중심 문화보다 ‘줄서기 문화’ 등 기형적인 문화가 만연한 폐단이 있다”며 성과연봉제 폐지를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삼성에스원 직원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노조원 발언 등을 촬영하기도 했다.

한편, ‘무노조 경영’원칙을 깨고 만들어진 삼성 계열사 노조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지회(구 에버랜드노조), 삼성SDI지회,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웰스토리 노조 등이다. 삼성에스원 노조는 계열사 중에서 8번째로 출범했다. 삼성에스원 노조는 지난 2000년 ‘에스원노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바 있지만 사실상 ‘휴면 노조’로 간주된다. 노동부 자료를 통해 설립됐다는 사실만 확인 가능할 뿐, 현재까지 별다른 활동이 없기 때문. 또 삼성 측은 ‘한마음협의회’를 통해 직원들과 실질적인 노사교섭을 벌여왔으나 노조 측은 “(한마음협의회가)교섭위원 선출절차가 비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7일 서비스산업노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근무환경 개선과 성과연봉제 폐지, 관리자 갑질 문제 등으로 노조를 결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입 규모에 대해 묻자 이 관계자는 “아직 노조 설립 초기라 자세하게 말씀드리기 어렵다. 조직 규모를 키우는 중”이라고 답했다. 기존 노조에 관해서는 “노동부 자료를 통해 노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난 2014년 7월 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조합 조직현황’에 ‘에스원노동조합’이 확인되지만 실제로 활동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휴면노조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까지 본사의 접촉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노조설립과 관련해 삼성에스원 측은 “노조설립은 직원들의 당연한 권리”라며 “건강한 노사문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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