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어수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최저임금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임해원 기자] 지난 15일 최저임금 인상안이 발표되자 내수 진작과 소득분배에 대한 기대부터 고용감소와 자영업 붕괴에 대한 우려까지 다양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찬성과 반대 입장 사이에 접점이 없는 듯 보이지만, 두 입장 모두 한 가지 가정을 전제한다. 바로 ‘모든 사업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안이 준수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점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에 대한 논쟁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미준수율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2016년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발표한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의 특성 분석과 보완방안’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은 OECD 26개 회원국 중 14위로 나타났으나, 최저임금 미만 수준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비율은 13.7%로 OECD 회원국 중 3위로 높게 나타났다. 이들은 대부분 25세 이하의 청년층과 60세 이상의 고령층, 여성, 10인 미만 영세사업장 종사자, 비정규직, 고졸 이하의 저학력자,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종사자들로 고용시장에서 경쟁력에 취약한 계층이다.

최저임금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관리감독의 부실이 가장 큰 원인이다. 고용노동부 단속에 따른 최저임금법 위반건수는 2012년 9,051건에서 2015년 2,058건으로 크게 줄어들었지만, 근로자에 의한 신고건수는 같은 기간 771건에서 1,810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복잡한 절차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위반을 신고하는 근로자가 증가하고 있는 반면, 높은 최저임금 미준수율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에 의한 단속 건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최저임금법 위반에 대한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현재 최저임금 감독 업무는 고용노동부 소속 근로감독관이 담당하고 있다. 2016년 2월 기준 근로감독관 수는 총 1,142명, 이중 실무인력은 999명으로 근로감독관 1명당 총 1,754개의 사업장을 담당하고 있다. 2015년 한국노동연구원이 근로감독관 5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근로감독관 1명 당 월 평균 신고사건 수는 약 45건이며 1주일 평균 13시간 이상의 초과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원 부족과 업무량의 폭증은 결국 업무처리기간의 지연으로 이어진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4년 신고사건의 평균 업무처리기간은 46.1일, 지연처리율은 21.2%였다. 근로감독관 충원을 통해 과중한 업무 부담이 해소되지 않으면 최저임금 위반 단속이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가벼운 처벌도 최저임금 미준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2016년 고용노동부 단속으로 적발된 최저임금 미달 사례 (최저임금법 6조 위반) 1,278건 중 사법처리 처분을 받은 것은 겨우 17건으로 약 1.3%에 불과하다. 나머지 1,261건은 시정조치를 받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반면 근로자에 의한 신고 1,768건의 경우 절반이 넘는 896건이 사법처리 되었다. 시정지시를 이행할 경우 사법처리를 면해주는 관행으로 인해 고용주 측에서 스스로 최저임금을 준수할 이유가 없는데다, 설령 벌금이 부과된다 해도 소액에 해당해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홍희덕 전 국회의원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최저임금법 위반사건 판결은 모두 69건으로 그중 징역 3건, 선고유예 21건, 벌금 45건이었다. 징역 3건의 경우 징역 4~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며, 벌금의 경우 평균 88만원에 불과했다.

고용노동부는 2016년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제출, 최저임금 미만의 금액을 근로자에게 지급한 고용주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삭제하고 이를 ‘적발 시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고용노동부는 그 이유로, 형사처벌의 경우 기소율이 낮고 시일이 오래 걸려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근로자가 직접 신고한 경우 형사처벌 조항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해왔다”며 반박했다. 즉, 실질적인 처벌 강도가 개정안을 통해 오히려 완화됐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제도의 복잡성으로 고용주가 위반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분기별 상여금은 최저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거나, 연장근로에 대해서 50%의 추가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등, 근로조건이 복잡해질수록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급하고 있는지 계산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특히 영세사업자의 경우 이러한 문제를 전담할 인력을 고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주의에 의한 최저임금법 위반이 발생할 확률도 상대적으로 더 높다.

내년 최저임금 7,530원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목표를 향한 문재인 정부의 첫걸음이다. 하지만 높은 미준수율을 획기적으로 낮추지 못한다면, 당장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른다 하더라도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업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다양한 소상공인 지원정책을 함께 발표했다. 이제는 최저임금 미준수에 대한 고용시장 취약계층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새로운 대안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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