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소유주 변경시 식별카드와 여권에 내용 등록 필수”

삼성 소유의 말 '살시도(살바토르 31)'의 소유주가 2016년 7월 11일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드의 소유로 등록됐다. 삼성은 지난해 8월 22일 이 말의 소유권이 헬그스트란드에게로 옮겨졌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FEI 홈페이지 캡쳐>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삼성전자가 소유권을 주장한 말 3필이 국제승마연맹(FEI) 등록 카드에는 다른 사람 명의로 소유권 등록이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현재 FEI에 등록된 말 등록정보는 ‘비타나 V’의 소유주로 스페인 선수 모르간 바르반콘으로 등록돼 있다. 소유주 등록일은 2015년 11월 16일이다. 삼성이 소유권을 주장하는 ‘라우싱1233’의 소유주 역시 2013년 7월 19일 등록된 스페인 선수 산드라 스턴토프가 소유주로 확인됐다. 특히 삼성이 최순실 재판에서 자사 소유 말이라고 주장한 ‘살시도(살바토르31로 이름 변경)’는 지난해 7월 11일 헬그스트란드의 소유로 등록됐다. 삼성이 헬그스트란드에게 8월에 매각했다고 주장한 시점보다 한 달여 앞선다.

FEI 규정에 따르면, 협회에 말 정보를 등록하려면 소유주를 반드시 적게 되어있다. 중간에 소유주가 변경될 경우 이미 작성된 등록카드에 소유주 변경사항을 등록하는 것은 필수사항이 아니다. 그러나 말 소유권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삼성 측이 협회에 말 소유권 변경등록을 하지 않은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받는 상황에서 소유권과 관련해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

삼성 측은 말 소유권 변경 등록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확실히 확인해주기 어렵다. FEI 등록 관련해서는 담당자에게 확인한 후 연락하겠다”고 답했으나 연락이 오지 않았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단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30차 공판에서 “말 소유권이 최순실씨에게 있다는 특검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법원에 말 매매 확인서를 제출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삼성이 말 소유권을 최씨에게 줬고 허위 매매라면 계약을 해지해도 ‘라우싱1233’ 등을 돌려받을 수 없다. 따라서 특검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이 주장한 요지는 이렇다. 삼성 측은 최씨가 당초 약속했던 승마선수단 지원 계획을 지키지 않고 자신의 딸만 지원 받도록 고집을 피우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해 8월22일 비타나 V, 라우싱1233, 살시도 등 말 세 필을 정씨의 코치인 헬그스트란드에게 재매각했다. 그러나 헬그스트란드가 잔금을 지불하지 않아 매각 계약을 취소하고 올해 5월 마필 소유권을 되돌려 받았다.

잔금을 지급받지 못한 기간 동안 헬그스트란드가 최씨에게 말 2필을 ‘블라디미르’와 ‘스타샤’로 교환해주며 차액금을 요구한 메일을 보낸 것은 삼성 몰래 헬그스트란드가 단독으로 진행한 것이라는 게 변호인단의 주장이다. 특검 측은 이 메일을 근거로 실제 말 소유권은 최씨에게 있으며 삼성과 헬그스트란드의 매매계약은 꾸며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삼성 측은 “삼성이 최씨에게 뇌물로 말을 제공했다면 매매 계약을 취소했다고 해서 말을 되돌려 받을 수 없었을 텐데 말의 소유권을 삼성이 갖고 있기 때문에 돌려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은 그 근거로 ‘라우싱1233’은 검역절차를 거쳐 19일 인천공항에 도착했고 ‘비타나 V’는 독일 수출검역에 불합격해 현지 마방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마필과 차량 소유권에 대해선 재판 과정에서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말이 부동산처럼 등기가 되는 게 아닌 만큼 그 경위와 정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특검팀은 “말의 소유권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사후 행위는 교환 계약이다. 말 교환 후 블라디미르와 스타샤를 정유라가 지난해 10월 중순까지 탔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해 추후 의견서를 내겠다고 밝혔다.

 

말 소유권의 행방

삼성과 헬그스트란드의 말 매매계약이 여러 차례 걸쳐 이뤄진 까닭에 소유권이 언제 어떻게 이전됐는지는 불분명하다. 특검팀이 ‘말이 부동산처럼 등기가 되는 게 아니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월요신문> 취재 결과, 마필의 소유권을 추적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했다. FEI에서 발행하는 말 식별카드(FEI Recognition Card)와 말 여권(FEI Passport)이다.

단순 등록과 달리 말 식별카드(FEI Recognition Card)와 말 여권(FEI Passport)은 말 소유주가 바뀌면 FEI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해야 한다. <사진=FEI 홈페이지 캡쳐>

대한승마협회는 22일 본지 통화에서 “말 생산국에서 자체 발행하는 여권이 있는데, 큰 대회에 출전하거나 해외로 말이 이동할 때 말 여권이 필요하다. 여권 상에는 백신접종 여부나 말의 특징, 말 소유주 등이 표기돼있다. 비타나 V, 라우싱1233, 살시도는 승마협회에서 발급하는 말 여권이 없다. 이 말들은 국내에서 생산된 말이 아니고 해외 대회에 출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FEI에서는 말 여권에 준하는 식별카드를 발행한다. FEI에서 진행하는 대회에 출전하려면 이 식별카드를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FEI 규정에 따르면, FEI에서 발행하는 식별카드(FEI Recognition Card)와 여권(FEI Passport)은 말 소유주 변경을 필수로 등록하도록 되어있다. 소유주 변경 등록은 새로운 소유주가 FEI 데이터베이스에 직접 입력해야 하는데, 먼저 소유주 이름, 국적, 소유권 취득 날짜 등을 기록해 FEI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한다. 소유주는 입력된 내용을 스티커로 프린트해서 식별카드나 말 여권에 부착하고 도장과 사인을 받아 다시 FEI 데이터베이스에 식별가능한 스캔본을 업로드해야 한다. FEI가 이 스캔본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면 말 소유주가 변경된다. 이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해당 마필은 FEI에서 여는 행사에 참여할 수 없다.

FEI 말 식별카드 중 소유주 변경 페이지. 소유주가 변경될 때마다 '스티커'를 발급받아 순서대로 작성하게 되어있다. <사진=FEI 홈페이지 캡쳐>

지난해 비타나 V, 라우싱1233, 살시도가 수십차례 FEI 국제대회에 참여한 것을 고려하면 이 마필들의 식별카드가 있고, 여기에 ‘소유권 변동 기록’이 남아있다는 얘기가 된다. 정씨는 지난해 8월 28일과 9월 23일 각각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 열린 FEI 대회에 출전했다. 삼성과 헬그스트란트의 말 재매각 계약이 완료된 시점이다.

분명한 사실은 FEI 홈페이지에는 해당 말 3필에 대한 소유권 항목에 ‘삼성’이 표기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기록이 없다는 것. 여기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삼성이 소유권 등록을 일부러 하지 않았을 가능성, ▲소유권 등록을 했으나 FEI ‘등록카드’에 관련 정보가 업데이트 되지 않을 가능성이다. 이에 대해 본지는 22일 소유권 업데이트 시스템과 관련, 실제 소유주와 데이터 상 소유권이 다른 이유를 FEI 측에 문의했다. FEI 측은 23일 “문의 내용을 가능한 빨리 확인 후 알려주겠다”고 답변해왔다. 본지는 FEI 답변이 오는대로 후속 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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