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金庸)의 무협소설 중 최고로 꼽히는 영웅문 시리즈 중 '신(新) 의천도룡기' 드라마화한 작품. <사진=뉴시스>

현대 판타지라는 장르를 새로이 출발시킨 JRR톨킨은 영국 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위대한 작가이다. 그 유명한 ‘반지의 제왕’ ‘호빗’ 등을 집필한 그의 작품들은 판타지 소설의 바이블로 칭송될 만큼 완성도도 높고, 그 상상의 세계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반지의 제왕은 지금까지 1억부가 넘게 팔렸고 영화로 제작된 시리즈는 30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렸을 정도로 그 영향력이 대단하다. 작가는 이 작품들을 1930년대에서 50년대 사이에 썼으니 꽤 오래된 작품들이다.

중화권에서도 판타지 소설로 유명한 작가가 있다. 김용(金庸)이다. 1924년생인 김용의 본명은 사량용(查良鏞)으로 중국 절강성 출신이다. 상해 ‘대공보’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1959년에 밍파오(明報)를 창간해 1993년 은퇴할 때까지 주필로 근무했다.

김용은 1955년부터 1972년 사이에 15권의 무협 소설을 썼다. 천룡팔부, 사조영웅전, 의천도룡기, 신조협려, 소오강호, 녹정기 등 수많은 작품을 써냈다. 이 작품들은 지금까지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용 작품세계의 특징은 실제 역사를 상상력과 결합시켜 새로운 인물상을 창조해내는 것이다. 김용의 소설은 동서양에 널리 출판돼 공식 집계된 판매부수만 1억 부가 넘는다. 또 원작을 바탕으로 영화와 비디오, 컴퓨터 게임까지 제작돼 인기를 끌고 있다. JRR톨킨이 이룬 성과와 견줄만한 것이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주인공의 캐릭터다. 톨킨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별세계의 인간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김용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하나같이 옆집 사람으로 느껴진다. 완벽한 인물보다 결점이 많은 캐릭터를 창조하다보니 독자들이 더 친근감을 느끼는 것이다.

김용은 어떻게 이런 무협 대작을 쓸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인문에 대한 깊은 소양에서 비롯된다. 한마디로 그는 단순한 무협작가가 아닌 것이다. 김용은 중국 장쑤성 쑤저우 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고고학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땄다. 외국 정부로부터 받은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1981년 영국 OBE훈장(외국인대상 명예훈장, 4등급) 1992년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 5등급(슈발리에) 2000년 홍콩정부 최고훈장(Grand Bauhinia Medal) 2004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코망되르장을 수상했다. 홍콩이 중화인민공화국에 반환된 뒤에는 김학(金學)이라는 그의 소설을 연구하는 학문이 생길 정도로 존경받고 있다.

문학작품은 영화 드라마 등 여러 컨텐츠에 자양분을 준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개발되는 롤플레이 게임의 상당수는 JRR 톨킨의 작품세계에 기반을 둔 것이 많다. 중화권에서는 미디어와 게임의 배경은 판타지나 무협일 경우 김용의 작품을 소재로 하는 것들이 많다. 작가 한명이 대기업을 능가할 정도로 고용 창출을 하고 그 사회가 필요로 하는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이런 작품들이 나올 때가 됐다. 현재 한류는 노래와 춤으로 상징되지만 문학작품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우리의 5천년 역사는 풍부한 서사를 제공하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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