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겔러리아면세점63에 입주해 있는 한 매장의 직원들이 손님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공을 들인 면세점 사업이 2년 연속 적자를 내면서 그룹 내 계륵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 2015년 서울지역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사업권을 따낸 뒤, 셋째 아들인 김동선 과장을 투입시킬 정도로 면세점을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로부터 2년여 지난 현재 한화 면세점 사업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지난해 매출액은 총2847억원이다. 이 가운데 백화점 부문 매출은 1356억원으로 47.6%를 차지한다. 면세점 부문은 1491억원으로 총 매출액의 52.4%를 차지한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지난해 122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사업부문별 영업 이익을 살펴보면, 백화점 부문은 315억원 영업 이익을 거둔 반면, 면세점 부문은 438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회사의 영업 손실이 면세점 사업에서 비롯된 것이다.

면세점 사업의 적자 이유에 대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관계자는 “면세점의 특성상 글로벌 경기변동, 내.외국인의 출입 객수에 따라 매출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제주도의 중국인 관광객 수에 따라 매출 변동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면세점 사업이 적자를 낸 이유가 유커(중국인 관광객) 감소 탓으로 본 것이다. 이런 설명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화면세점 사업은 지난해 뿐만 아니라 직전년도에도 적자를 냈다. 직전년도는 성주에 사드가 배치되기 한참 전이어서 중국인 관광객 감소 탓만 하기 어렵다.

문제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화 면세점은 올해도 적자가 계속돼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총 매출액 788억원 중 면세점 부문 매출은 443억원이며 영업 손실은 126억원에 달한다. 덩치는 크지만 빚 좋은 개살구 신세인 것이다.

한화면세점사업의 적자는 두산면세점과 비교된다. 두산면세점 역시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매출이 30% 급감했다. 그러자 두산면세점은 매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고객 다변화를 추진했다. 유커 중심의 유치 전략 대신 동남아 관광객과 내국인 비중을 늘린 것. 그 결과 5월부터 매출이 다시 늘기 시작해 사드 사태 이전으로 회복됐다.
 
두타면세점 관계자는 “사드 사태로 위기를 겪었지만 지난달부터 매출이 개선돼 올 초 수준까지 회복됐다. 다양한 고객 유치 전략이 통하고 있어 앞으로 매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같은 출발선상에서 스타트했는데 왜 이처럼 경영 성과가 다른 것일까. 몇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다. 갤러리아면세점63의 경우, 시내와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는 고궁과 떨어져 있다 보니 시내 면세점에 비해 불리하다. 이럴 경우, 불리한 조건을 상쇄할 ‘당근’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갤러리아면세점63은 구찌 외에는 고객을 사로잡을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지 못했다.

면세점 운영 경험 부족도 적자의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2015년 7월 면세점 사업자로 같이 선정된 HDC신라면세점은 올해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HDC신라면세점은 올해 1분기 매출 1447억5900만원, 영업이익 11억5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21.7%로 4배 가량 증가했고 영업 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면세점 경험이 풍부한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지분을 출자해 만든 면세사업 법인이 힘을 발휘한 것이다. HDC신라면세점은 구찌, 버버리 등에 이어 루이비통 등 LVMH 계열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다양화된 브랜드 유치로 고객을 끌어 모은 것이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임원들이 연봉 일부를 자진 반납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지난해 말 신규 허가를 받은 신세계디에프(강남)와 현대백화점면세점(삼성동) 등이 추가로 문을 열면 서울에만 시내면세점이 13곳으로 늘어난다. 한화로서는 경쟁자가 더 생긴 만큼 불리한 구도다.

김승연 회장의 머릿속도 복잡하게 됐다. 의욕적으로 투입해 결기를 보였던 셋째 아들 김동선 부장은 경영 일선을 떠났다. 대타를 투입하고 싶어도 여건이 녹록치 않다. 계속 적자를 보면 사업권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다. 김 회장이 그리는 다음 수순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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