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국토교통부> <그래픽=월요신문>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공인중개사무소가 급증하면서 부동산 중개업계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집값이 비싸 중개수수료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중개업자들이 몰려들면서 경쟁에 밀린 공인중개사무소가 폐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국토교통부 통계누리 ‘개업 공인중개사 등록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개업 공인중개사는 9만96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0년(2만6452명)에 비해 71% 늘어난 수치다. 중개인과 중개법인을 포함한 전체 부동산 중개업자 수는 9만6257명에 달한다.

이런 현상은 청년 실업률 증가와 함께 명예퇴직 등으로 조기 퇴직한 중장년층이 몰린 탓으로 풀이된다. 공인중개사 시험의 난이도가 크게 높지 않고 개설등록의 법적 장벽이 거의 없다는 점도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공인중개사 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총 19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이중 30대 이하 청년층 비율은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경기지역에 집중돼 있다. 2016년 말 기준 서울과 경기도의 개업 공인중개사는 총 4만5188명으로 전체 공인중개사(9만968명)의 절반에 달하는 49.7%가 두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서울·경기 지역 내에서도 중개업소 분포의 쏠림 현상이 발견됐다. 지난 26일 부동산114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공인중개업소 수가 가장 많은 곳은 강남구로 나타났다. 4월 현재 강남구에 개업한 중개사무소는 총 2294개소로 서울 25개 구 전체 중개사무소(2만3520개)의 9.75%에 달한다. 이어 송파구가 1674곳으로 두 번째로 많았고 서초구가 1436곳으로 그 뒤를 이었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중개업소는 총 5천404곳으로 서울시 전체 중개업소의 23%에 달한다. 반면 서울에서 중개업소가 가장 적은 곳은 도봉구(531곳)로 강남구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처럼 강남권 등에 중개업소가 몰리는 것은 집값이 비싸 중개수수료가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구의 아파트 가구당 평균 매매가는 12억4255만원, 도봉구는 3억2201만원이다. 이같은 평균 매매가를 기준으로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계산하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도봉구는 2억원 이상∼6억원 미만 주택거래에 적용하는 0.4%의 상한 요율이 적용돼 가구당 평균 수수료가 약 129만원이다. 반면 강남구의 경우 9억원 이상 매매에 해당하는 상한 수수료율 0.9%를 적용하면 가구당 평균 중개수수료가 1118만원으로 도봉구의 8.6배 수준이다.

문제는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집값이 비싼 지역으로 집중되면서 한 달 수익이 100만원에도 못 미치거나 월세 내기도 힘든 중개업소들도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최근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급격하게 인상되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개업소의 일감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96만4468가구로 전년(119만3691가구) 대비 23.8% 감소했다.

변호사들로 구성된 부동산 중개 및 법률자문 서비스 업체의 등장도 부담이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부동산 수수료를 앞세워 젊은 층 고객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변호사가 중개하는 부동산 서비스’를 내세운 트러스트 부동산의 경우 기존 중개업소와 비교해 수수료가 최대 수백만원까지 저렴한데다 계약서 작성 시 권리관계나 채무관계를 확인해 법의 틀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는 등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 수가 36만명”이라면서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고용이 불안정하다보니 노후대비 차원에서 공인중개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프랜차이즈 창업에 비해 창업이 용이하다는 점도 공인중개사 증가의 요인이다. 공인중개업은 사무실 임대료와 컴퓨터 등만 준비되면 쉽게 창업에 뛰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과다배출 및 그에 따른 과잉경쟁 논란에 대해서는 “연간 약 1만5000여곳의 공인중개업소가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고 있다. 때문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제도개선을 통한 수급조절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인위적이고 불합리한 규제로 비칠 수 있다”면서 “주무부서인 국토부에서도 이런 부분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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