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대만은 중국의 23번째 성(省)이다”

이는 중국 정부의 공식적 입장이다.

“대만은 중국의 것이다”

이 또한 중국인들이 늘 하는 말이다. 중국인들은 대만에 대해 ‘같은 나라’라거나 ‘통일해야 하는 곳’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소유의 개념으로 말을 하는 것이다.

최근 시진핑이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는 발언을 트럼프에게 전했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말은 필자에게 전혀 낯설지 않다. 중국인들을 직접 접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중국인들은 “한국은 중국의 일부다”는 말을 버젓이 한국 사람에게 얘기하곤 한다. 한국의 역사에 무지한 사람들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인 전체가 그런 사고를 지니고 있다.

원인을 따져보면 역사 교육을 그렇게 시킨 탓도 있지만 중국 정부가 앞장서 이런 사고를 주입하고 조장한다. 대표적인 예가 ‘동북공정’이다. 다른 나라가 어떻게 생각하든, 사실 여부를 떠나 순전히 자의로 해석해 중국 역사에 편입시켜 버린다.

주변국 중에 중국에 가장 ‘눈의 가시’는 한국과 몽골이다. 과거 중국을 지배했던 수많은 북방 민족들이 사라져 버린 지금 유일하게 남아 있는 민족이 한국과 몽골인 때문이다.

동북공정에 의거해 중국이 쓴 역사는 역사가 아니라 소설에 가깝다. 예를 들면 고구려 때 수, 당과 전쟁한 역사를 국제전이 아닌 지방 정부인 고구려가 난을 일으켜 평정했다는 식으로 각색해버린다. 신라는 중국에서 이주해 세운 나라이고 백제는 부여 고구려와 같은 뿌리이기 때문에 역시 중국의 일부였다는 주장이다. 이쯤되면 소설 장르에서도 판타지 소설에 속한다.

시진핑의 발언은 대화 속에 실수로 나온 것이 아니라 뇌리 속에 잠재해 있던 사고가 발현된 것으로 봐야 한다.

중국 스스로의 역사는 매우 짧다. 그들 스스로 대륙을 다스렸던 때가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자. 근대의 청조 (淸朝)까지 역대 수많은 왕조가 다른 민족에 의해 세워지고 다스려졌다. 식민지 차원이 아니고 나라 자체가 멸망해 사라졌는데도 중국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원나라를 예로 들어보자. 원나라는 몽골이 지배한 나라 아니었나라고 물으면 중국인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 ‘중국 땅에서 있었던 사건은 모두 중국의 역사다’라고. 견강부회도 이런 식의 견강부회는 없다.

문제는 이런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사고방식이다. 해방 이후 수많은 반미 시위와 반일 시위가 한국 땅에서 벌어졌지만 반중 시위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한국 기업의 피해가 막심하지만 대놓고 따지지 못한다. 정치인들의 태도는 점입가경이다.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데 유독 중국에 대해선 침묵한다.

2008년 중국인들이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폭동을 일으켰다. 그런 굴욕적이고 큰 사건이 발생했어도 반중 데모 한 번 발생하지 않았다. 만약 한국인들이 북경에서 폭동을 일으켰다면 어떻게 됐을까.

한국이 중국에 지나치게 저자세인 이유가 뭘까. 수천년 모화사상에 젖은 봉건 지배 세력의 DNA가 알게 모르게 남아 있는 때문일까. 아니면 지정학적 이유 혹은 작은 나라가 갖는 대륙에 대한 포비아 때문일까.

분명한 것은 역사적으로 한반도를 가장 많이 침략한 나라가 중국이라는 사실이다. 그 다음이 일본이다. 최초의 침략은 기원전 108년 한나라가 고조선(위만조선)을 침략한 것이고 그 뒤에는 수천 년에 걸쳐 크고 작은 도발을 해왔다. 가장 최근의 개입이 66년 전 한국전쟁 때다.

그 도발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된다. 1897년 건립된 독립문은 청나라의 간섭을 저지하고자 만든 것이다. 당시 독립협회는 청나라 사신을 대접하던 영은문과 모화관을 허물고 그 자리에 독립문을 세웠다. '영은'은 은혜로운 대국의 사신을 맞이한다는 뜻이며, '모화'는 중국을 흠모한다는 뜻이다. 독립협회가 영은문과 모화관을 없앤 취지를 다시금 새겨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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