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출처=국토교통부> <그래픽=월요신문>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제19대 대통령선거 주요 후보들이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주거안정’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라는 기본방향에는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및 사후 관리체계 등의 측면에서는 깊은 고민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매년 17만호씩 공적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문 후보는 “현재 5.6% 수준으로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재고율을 임기 말까지 9%에 도달하도록 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공공기관이 직접 공급·관리하는 장기임대주택 13만호와 정부의 지원이 이뤄지는 공공지원 민간 임대주택 4만호를 매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공약집 ‘국민이 이긴다’를 내놓으면서 공공주택 공급 청사진을 밝혔다. 안 후보는 “청년층과 중장년층, 노년층에게 각각 5만가구씩 매년 15만가구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면서 “매입임대주택, 기숙사형 주택, 셰어하우스, 사회임대주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매년 5만가구의 청년희망임대주택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후보들 역시 공공임대주택 확대에 주거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공공임대주택을 연평균 12만호 수준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고,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는 “청년층 1~2인가구 주택을 2022년까지 15만호 공급하고, 공공 실버임대주택 5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공공택지를 원가에 공급하고 시장의 실제 도급가액에 기초해 건축비를 낮추면 반값 임대주택 공급이 가능하다”면서 “주거안정을 위해 ‘반값 임대주택’을 매년 15만호씩 공급해 장기 공공임대 주택 비중을 12%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라는 기본적인 방향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필요한 부지나 재원마련의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임대주택의 특성상 공급을 확대하는 것만큼 주변 입주민들과의 갈등 문제나 사후 시설의 개보수 문제 등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한데 그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명지대 부동산학과 권대중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우리나라 주택공급률이 수치상으로는 103%에 달하지만 실질주택공급률인 자가주택보유율은 56.8%밖에 안 된다. 약 43.2%는 집이 없다는 얘기”라면서 “집 없는 사람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지속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 교수는 무조건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임대주택의 입지도 중요하다”면서 “주택공급률이 200%가 된다 하더라도 주민들이 원하는 위치에 있지 않는 주택은 효용성이 없다. 우리나라 현실에 필요한 도심지역의 저가 임대주택을 확충할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대주택 수요자들 중에는 1~2인 가구만 있는 게 아니라 두세 명의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를 모시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소형 임대주택 뿐 아니라 중대형 임대주택의 공급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국책팀 김성달 팀장 역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팀장은 본지 통화에서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한다는 기본방향은 맞다”면서 “OECD 국가의 평균 공공임대주택 재고량이 8%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6%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전세금 지원 등을 빼면 실제로는 5%에도 못 미친다. 주거불안 해소 차원에서 최소한 OECD 평균 정도의 재고량은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공공임대주택 확충 문제는 그동안 시민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건이고, 역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도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면서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재고량이 낮은 것은 의지의 문제도 있지만 공공임대주택 확충을 위한 재원이나 택지 확보를 위한 구체적 방법과 제도 마련에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팀장은 “공공임대주택 공급 문제를 종합적인 주택정책의 틀 안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이어 “공공임대주택의 슬럼화 방지나 공동체 운동의 필요성, 지속적인 개보수를 위한 관리 문제도 중요하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의 주거안정과 복지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특히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상관없이 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는 집을 가지고 있지 않다. 집을 가질 수 없는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위한 주택정책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면서 “슬럼화라는 부작용 때문에 공공주택을 짓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 공공주택은 그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가져가야 하는 정책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런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그간의 성과를 돌아보고 방향설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건국대 부동산학과 손재영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각 후보들이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부지나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숫자만 강조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호수 늘리기 경쟁을 할 때는 아닌 것 같다. 1년 정도 심도 있는 실태조사와 연구를 통해 그간의 성과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설정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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