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혼인을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 말한다. 중국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혼인 풍습은 서양인과 큰 차이가 있다. 서양인들은 간소하게 결혼식을 치르지만 중국인들은 결혼준비부터 결혼식까지 특유의 허례허식이 넘친다.

중국에선 혼인 비용을 대부분 남자 쪽에서 부담한다. 이 때문에 결혼을 약속하고도 깨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들어 이런 경향은 더 심해졌다. 20여년 전만 해도 넉넉하지 않은 남자도 그런대로 장가갈 수 있었으나, 지금은 어렵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예전 보다 혼인 비용이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중국인의 평균 결혼 연령은 26세로 한국에 비해 빠른 편이다. 결혼 전에 집도 사야 하고 또 체면 유지를 위해 비용이 많이 든다. 결혼식 당일에는 웨딩카 행렬이 등장하는데 20여대는 기본이다. 캐딜락을 비롯해 고가의 수입 외제차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부분 대여한 것이다.

처음 그 광경을 봤을 때 외국에서 국가 사절단이 온 줄 알았다. 그 정도로 웨딩카들의 긴 행렬이 꼬리를 문다. 결혼식은 한국처럼 결혼식장에서 하지 않고 호텔이나 대형 음식점에서 진행한다.

요즘은 이벤트 결혼식이 유행이다. 이벤트 회사에서 갖가지 프로그램을 꾸며서 마치 쇼처럼 진행하는 것이다. 하객들은 결혼 축의금을 중국인이 좋아해 마지않는 빨간 봉투에 넣어 신랑 신부측에 전달하고 자리에 앉아 식을 지켜본다.

결혼식이 끝나면 피로연이 그 자리에서 바로 시작 되는데 사실 이때부터가 진짜 결혼식으로 볼 수 있다. 둥근 탁자에 음식들이 깔리기 시작하는데 여기서 중국인의 체면 중시가 여실히 드러난다. 음식을 많이 준비하면 할수록 그 집안의 지위와 체면이 선다고 여긴다.

필자가 참여한 한 결혼식은 지위가 꽤 높은 공무원 자제의 결혼식이었는데, 접시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음식을 다 먹기도 전에 그 접시 위에 다시 또 상을 마련하고 비우지 않은 그릇위로 다시 접시들을 깔고, 그렇게 여덟 층을 쌓았다. 물론 그 여덟 층의 음식을 어떻게 다 먹나.

당황해 하던 필자에게 동료 하객이 말했다. 그렇게 해야 지위에 맞는 대접을 했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결국 하객들은 1층까지만 먹었고 나머지 7층은 배가 불러 손댈 수도 없었다.

신랑 신부가 하객들에게 술 한 잔씩 받고 마시는 순서도 있다. 예를 들어 하객이 500명이면 500잔의 술을 예의상 마셔야 한다. 하지만 다 마시면 혼절할 것이므로 물로 몰래 바꿔치기 한다. 더러 짓궂은 하객들이 진짜 술을 먹여서 대취하는 경우도 몇 번 보았다.

이렇듯 허례허식이 지나치다 보니 정작 가야 할 신흔여행을 못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결혼식 비용이 평균 수천만원씩 드는데 비해 축의금은 턱없이 부족하게 들어와 신혼여행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도 도시의 선남선녀는 나은 편이다. 농촌에는 돈 때문에 결혼을 못하는 총각들이 수두룩하다. 이 또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낳은 중국 사회의 한 단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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