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담보 무이자로 빌려주고 사랑으로 돌려받아요”

7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인권연대 사무실에서 만난 장발장은행 오창익 대표.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지난 2015년 2월 25일 ‘돈 없는’ 은행이 문을 열었다. 통상적 의미에서의 예금은 받지 않는다. 대신 대출이 주요 업무다. 대출금은 100% 시민들의 자발적 모금으로 충당한다. 이자놀이로 수익을 올리는데 혈안이 된 시중은행들과 달리 이 은행은 돈을 버는 데는 아예 관심이 없다. 게다가 무담보·무이자로 돈을 빌려준다. 하지만 아무에게나 돈을 빌려주는 것은 아니다. 오직 ‘장발장’들만이 이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

인권연대 책임하에 운영되고 있는 ‘장발장은행’ 이야기다. 장발장은행은 벌금형을 선고 받았으나 가난 때문에 벌금을 내지 못해 교도소에 갇힐 위기에 처한 사회적 약자들에게 벌금을 대출해주는 곳이다. 인권연대는 그동안 벌금제의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인권연대는 ‘가난이 곧 교도소인 사회’, ‘소득불평등이 곧 형벌불평등인 사회’를 조금이라도 빨리 밀어내고자 장발장은행을 설립했다고 한다. 가난 때문에 자유를 포기해야만 하는 사람들을 위해 은행이 설립된 것은 세계 최초다.

본지는 지난 7일 서울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인권연대 사무실을 찾아가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을 만났다. 오 사무국장은 현재 장발장은행 대표직을 겸하고 있다. 1시간 20분가량 진행된 이날 인터뷰를 통해서 장발장은행의 설립배경에서부터 최근 근황에 이르기까지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인권운동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자연스럽게 풍겨났던 오 사무국장의 모습에 나를 한번 되돌아볼 수 있었던 것은 덤이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장발장은행은 어떤 곳인가.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벌금을 낼 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교도소에서 부역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무담보·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일을 한다. 은행 이름은 프랑스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의 이름을 땄다. 인권연대에서 같이 활동하는 서해성 작가가 아이디어를 냈다. 빵 한 쪽을 훔친 죄로 19년 동안 수감된 장발장이야말로 과잉형벌의 상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장발장은행을 설립해 운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벌금제를 개혁하는 차원에서 진행한 일종의 궁여지책이었다. 장발장은행은 인권연대가 벌금제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펼쳐 온 ‘43,199’캠페인에서 비롯됐다. ‘43,199’는 지난 2009년 벌금을 낼 돈이 없어서 감옥에 갇힌 사람들의 수다. 현재는 약 5만명에 달한다. 이 사람들은 죄질이 나쁘거나 위험해서 교도소에 갇힌 게 아니다. 오직 벌금을 낼 형편이 못 됐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의 숫자를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탄생한 것이 장발장은행이다.

벌금제의 폐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벌금은 형사적 제재 수단의 하나로 감옥에 보내지 않아도 될 만한 경미한 범죄자들에게 선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벌금을 내지 못하면 감옥에 가야한다. 다른 나라도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크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디테일한 부분으로 들어가면 문제가 많다.

우선 ‘총액벌금제’ 국가인 한국은 벌금 부과에 있어 소득이나 재산이라는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는다. 소득이나 재산과 상관없이 ‘동일 범죄에 대해 동일한 벌금’을 부과한다는 말이다. 때문에 부자에게는 유리하고 가난한 사람에게는 불리한 구조다. 또 벌금은 한 달 내에 현찰로 완납해야 하며 카드납부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징역형의 경우 3년까지는 집행유예가 있는데 벌금형에는 집행유예가 없다.

여기서 모순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장발장들’은 먹고 살 돈이 없어서 범죄를 저지른 생계형 범죄자다. 그러다보니 이들 중 상당수는 경범죄에도 불구하고 벌금을 내지 못해 교도소로 간다. 반면 훨씬 더 무거운 범죄로 징역형을 받은 사람들 중에는 집행유예를 받아 사실상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래서 이같은 벌금제의 폐해를 고칠 때까지 궁여지책으로 시작한 것이 장발장은행이다. 벌금제를 개혁해서 장발장은행 문 닫는 게 저희 목표다.

하지만 범죄행위를 판단하는데 소득이 고려 대상이 되면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형벌은 죄를 지은 사람에게 고통을 부과하는 과정이다. 그러한 고통의 과정 속에서 자성하고 회개해 사회와 화해하게 하려는 목적이 있다. 하지만 그 고통은 의미가 있어야 된다. 그런데 단지 벌금을 내지 못해서, 돈이 없다는 이유로 교도소에 가게 된다면 정말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고통을 당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돈 없는 사람들이 느끼게 될 모멸감도 심각한 문제다.

징역형의 하루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24시간이기 때문에 고통의 크기가 같다. 그런데 벌금은 100만원이 같은 100만원이 아니다. 돈이 많은 사람에게 100만원은 껌 값 수준이지만 돈이 없는 사람에게 100만원은 감옥에 가야 할 정도로 큰 고통이다. 벌금의 액수가 같아도 소득이나 재산의 크기에 따라 고통의 크기가 다르다는 말이다. 때문에 고통의 크기를 맞추려면 소득수준에 따라 벌금을 차등적으로 부과하는 ‘일수벌금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일수벌금제란 돈이 많은 사람은 더 많은 벌금을 내게 하는 제도인가.

그렇다. 일수벌금제는 가해자의 하루 수입을 단위로 벌금을 정하는 제도다. 쉽게 말해 소득이 10배면 벌금도 10배를 내게 하자는 거다.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핀란드, 덴마크, 멕시코, 오스티리아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이같은 일수벌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은 정확한 소득 파악이 어려워 일수벌금제를 도입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반대의견도 있다.

어차피 100% 정확한 재산과 소득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아주 정확한 건 아니지만 비슷하게는 맞추자는 거다. 그런데 이게 다른 분야에서는 이미 채택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을 보면 소득수준에 따라 액수를 달리 내고 있지 않나. 따라서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의 소득 데이터를 활용해 일수벌금을 부과할 경우 추가로 비용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내가 일수벌금을 낼 대상이라고 하면 국민연금공단에 가서 내가 소득 몇 분위에 속하는지 간단한 증명만 받아 제출하면 된다. 그러면 가난한 사람들은 지금보다 조금 덜 내게 되고 부자들은 좀 더 많이 내게 된다. 지금보다 훨씬 더 공평해진다.

일수벌금제의 도입을 주장하는 것에는 부자들에게 더 많은 ‘고통’을 부과할 목적도 있나.

결과적으로 부자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수벌금제는 부자들에게 골탕을 먹이려는 게 아니다. 솔직히 말해 우린 부자들이 벌금을 많이 내는 데 큰 관심이 없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건 가난한 사람들이다. 재산도 없고 소득도 없는, 정말 가진 건 ‘몸뚱아리’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겪는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그런 사람들에게 벌금 300만원을 부과하는 것은 그냥 감옥에 가라는 말과 같다. 그래서 벌금형을 선고하지 말고 차라리 징역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구하는 피고인들도 많다. 징역형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벌금도 안내고 감옥도 안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개념적으로는 징역형이 벌금형보다 훨씬 더 무거운 형벌인데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벌금형이 실질적으로 더 무서운 거다.

장발장은행이 설립된 지 2년이 지났다. 현재까지 어떤 성과가 있었나.

오늘(7일) 기준으로 450명의 ‘장발장’에게 8억5513만7000원을 대출했다. 그리고 올해 12월부터 몇 가지가 바뀐다. 우선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집행유예제도가 도입된다. 분할납부, 납부연기 및 신용카드납부도 가능해진다.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득이나 재산에 따른 벌금형 산정은 ‘시기상조’라는 법무부 의견에 부딪혀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대출금을 포함한 운영 경비는 어떻게 마련하나.

장발장은행의 재원은 전액 시민들의 자발적 성금으로 마련된다. 정부나 기업으로부터는 받지 않는다. 지난 4월 2일 기준 4693명으로부터 9억1195만2566원을 후원받았다. 후원받은 돈은 대출금 송금시 발생하는 송금수수료를 제외하고는 100% 목적사업에만 쓴다. 나머지 필요경비는 인권연대가 부담하고 있다.

장발장은행을 알리기 위해 홍보활동을 따로 하나.

특별히 홍보활동이라고 할 만 한 건 없다. 일반적으로는 언론보도나 입소문 등을 통해 대출신청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피의자가 돈이 없는데 나눠서 내면 안 되냐고 하소연하면 검찰청 등 유관기관에서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장발장은행을 찾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가난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평범한 이웃들이다. 사실 가난이라는 게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안전망이 없는 사회에서는 누구나 가난해질 수 있다. 살다가 ‘삐꺽’ 하면 가난해지는 거고, 가족 중에 누가 아파도 가난해지는 거고.

장발장들은 주로 어떤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받나.

1년에 벌금형을 선고받는 사람들이 대략 100만명 정도다. 그 중에 60만명 정도가 운전과 관련된 사람들이다. 그 중에는 음주운전으로 걸린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자동차 보험가입을 못했거나, 보험을 갱신해야 하는데 몇일 늦어 자동차 손해보장법 위반에 걸린 사람들도 있다. 다양한 이유로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됐는데 잠깐 운전한 사람들도 있고,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아 도로교통법 위반 및 공용물 손괴죄로 벌금형을 받은 사람들도 있다. 이 사람들이 특별한 범죄의식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 살다보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이런 것들은 행정벌의 일종인 과태료만 매겨도 되는데 납부율이 높다는 이유로 국가가 벌금으로 해 놓은 거다.

생계형 범죄도 많다. 예컨대 자가 트럭을 이용해 생닭을 판매하는 행위도 다 범죄에 속한다. 농축산물 관리법에 보면 일정한 요건들이 죽 나열돼 있는데 그런 요건들을 자영업자가 충족하지 못한다.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행위도 범죄다. 폐수시설을 갖춘 포장마차가 어디 있나. 그런데 법원이나 경찰이 기획으로 한 번씩 엮을 때가 있다. 그래서 어떤 날은 전국에서 닭을 판매하는 업자들이, 또 어떤 날은 개장수들이 쭉 검거돼 있다. 상황이 좀 웃긴다. 가벼운 폭행도 벌금형이 나오긴 하지만 벌금형이라는 게 기본적으로는 가벼운 범죄들이다.

대출심사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일반 은행이라면 부채 상환 가능성이나 담보의 종류가 대출심사의 기준이 된다. 하지만 장발장은행의 대출심사에서는 ‘지금 이 사람에게 돈이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한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를 객관화하기는 힘들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어린 애들이 있는 한 부모 가정의 가장들, 혹은 부모나 가족이 연로하거나 병들어 수발을 들어야 하는 사람들이 감옥에 가는 일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돈 몇 백만원 때문에 감옥에 가는 것도 문제다. 이들 중에는 가족이 있지만 관계가 끊어졌거나, 있더라도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친구들이 돈 때문에 감옥에 가면 미래를 차압당하는 것 같고 사회에 대한 앙심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 이런 식으로 그 사람들이 처한 상황을 보고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

대출 가능한 최고 금액이 300만원이다. 충분하다고 보나.

물론 1000만원이나 그 이상이면 더 좋겠지만 재정상의 제약도 있고, 1000만원을 한 사람에게 주는 것보다는 여러 명에게 나눠주는 게 더 낫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리고 애초에 우리가 생각한 대상이 경미한 범죄이기 때문에 300이면 무난한 액수라고 판단했다. 벌금을 못 내서 교도소에 가는 사람들의 평균 벌금 액수가 200 정도인데 그것보다는 조금 더 높게 잡은 셈이다. 벌금을 500만원 이상 받는 분들은 보통 전과가 좀 쌓인 경우다.

대출해준 돈을 받지 못한 사례는 없었나.

좀 있다. 하지만 삶이라는 게 생각처럼 돈을 못 벌수도 있고, 벌었는데 애들 분유 값이 더 급할 수도 있잖나. 그래서 그럴 경우에는 빚쟁이로 만들어버리는 게 아니라 ‘3개월 후부터 다시 갚아가자’고 시간을 주고 다시 계약을 한다. 그렇게 해서 상환을 유도한다. 만약 못 갚게 되더라도 마음은 좀 낫지 않겠나. 나는 못 갚은 게 아니라 아직 때가 안 된 거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대출 결정 통보를 받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대출심사위원회에서 서류심사를 통해 대출을 결정하면 당사자에게 전화를 드린다. 그런데 대출해드리겠다고 말하는 순간 저쪽에서 무너지는 걸 여러 번 봤다. “어휴 살았다”, “하느님 맙소사”라면서 갑자기 울기 시작한다. 불과 200~300만원 때문에. 얘기를 들어보면 다 사연이 있다. 애가 돌도 안 지났는데 애를 맡길 때도 없고 전전긍긍하다가 전화를 받은 사람도 있고. 그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장발장은행을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후원해주는 사람들의 존재를 확인할 때다. 예전에 어떤 할머니는 이름도 얘기 않고 “계좌번호가 맞냐”고 물어보시고는 전화를 끊더라. 그리고 조금 있다가 돈이 들어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 돈을 꺼낸다는 것. 이게 쉬운 일이 아닌데. 그 할머니는 왜 그랬을까. 그런데 그 할머니처럼 자기돈 써서 뭔가 하는 사람들이 우리사회에 꽤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그 하나의 사례가 장발장은행이다. 실제로 장발장은행을 처음 만들었을 때 1000만원만 모금이 되면 대출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금방 들어오더라. 그래서 바로 대출을 시작했다. 처음엔 그렇게 많은 성금이 들어올 줄 몰랐다. 그런 점에 있어서 우리사회에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부분들이 꽤 있다고 생각한다.

장발장은행이 그리는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우리 사회가 완벽하게 세팅된 것 같지만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한 부분도 많이 있다. 장발장은행도 새로운 상상력의 산물이다. 벌금제 개혁 문제로 장발장은행을 시작하면서 세상에 얘기하고 싶었다. 무담보 무이자 은행도 있을 수 있다고. 우리가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에 익숙해져서 그렇지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장발장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돈을 다 갚았다. 생각을 바꾸면 다 살 수 있는 거다. 매해 4~5만명이 벌금을 못내서 감옥을 가는데도 우리가 잘 몰랐던 것처럼 우리사회에는 우리가 살피지 못한 고통들이 꽤 있다. 그 이유는 우리사회에 그분들의 목소리를 담을 스피커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왜 우리사회가 천박한 부동산계급사회가 됐을까. 바로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약탈적·투기적 행태가 이어진다. 그럴수록 늘어나는 건 자살율, 줄어드는 건 출산율이다. 하지만 우리사회가 안전하면 안 그래도 된다. 안전하다는 건 뭘까. 돈을 예로 들자면, 내가 정말 급한 돈은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융통할 수 있는 거다. 그러면 안전해진다. 우리사회가 지속가능하려면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방향으로 변해야 하지 않을까. 제2, 제3의 장발장은행같은 프로젝트가 많이 나와서 숨통을 트여줄 수 있는 공간들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걸 국가가 만들어주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되면 시민사회라도 노력해야 한다.

장발장은행 후속사업으로 계획하는 것이 있나.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기리자는 의미에서 ‘5월 걸상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5.18이 광주에만 국한돼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의 민주주의나 인권은 아직도 1980년 5월에 걸터앉아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반성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5.18의 전국화와 현재화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걸상을 만들기로 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거기에 걸터앉아 있으니까. 그래서 국회의사당과 청와대를 시작으로 전국에 ‘오월 걸상’을 설치할 예정이다. 우리의 생각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독일 퀠른 대성당 앞에 설치된 ‘오월 걸상’으로 나아간다. 5.18정신의 세계화다. 그래서 거리 곳곳에서 소리가 들렸으면 좋겠다. “핸드폰 사세요” 이런 소리 말고.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이런 소리. 물론 걸상이 말을 하진 않겠지만. 그게 뭐든지 도시에 이야기도 있고. 그럼 좀 살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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