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개권유익(開卷有益)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송나라 황제 태종이 매일 하루 세 권씩 책을 읽자 신하들이 건강을 염려하여 간하였더니, ‘책을 펼치기만 해도 이로움이 있으니 고생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에서 유래됐다.

이 이야기는 송나라 왕벽지(王闢之)가 남송(南宋) 고종(高宗) 이전의 잡다한 일화들을 모아 엮은 《승수연담록(繩水燕談錄)》에 나온다. 예나 지금이나 독서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다. 중국의 책방과 출판 문화는 한국과 어떻게 다를까. 중국의 대표적 서점은 신화서점이다. 1937년 4월 24일 연안(延安)에서 1호점이 생긴 후 중국 각지에 여러 분점을 두고 있는 유명한 서점이다. 우리나라 대형서점처럼 신화서점은 늘 인파로 붐빈다. 여기저기 선 채로 책을 읽거나 약속장소로 이용된다.

신화서점을 비롯한 중국의 서점에는 실용서적이나 전문서적이 유난히 많다. 예를 들면 공무원 시험에 대비한 서적들이다. 중국도 한국처럼 공무원 시험 열풍이 대단한데 서점에 진열된 어마어마한 책 종류를 보면 실감이 간다. 잡지 종류도 많다. 일본은 잡지의 종이 많은 나라로 유명한데 중국도 이에 못지않은 것이다. 중국 서점에는 또 사진 교재가 많은데 그 이유는 중국인들이 사진 찍는 것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사진 교재의 종류도 상당하다.

중국 서점가에선 <돈 버는 방법>과 <성공하는 법> 같은 경제서적이 잘 팔린다. 한국은 ‘황금을 보기를 돌 같이 하라’는 선조의 가르침이 교과서에까지 전해져 오고 있지만 중국은 다르다. 중국사람들은 황금을 정말 좋아한다. 물신(物神)을 좇는 그들의 악착스런 본능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보다 타고났다. 신화서점에서 각종 경제서적이 불티나게 판매되는 이유는 중국인의 이런 성정에 코드를 맞춘 것이다.

중국의 서점을 조금 신경 써서 들여다보면 외국 번역 서적이 상당히 부족함을 느낄 수 있다. 단, 예외가 있는데 ‘돈을 어떻게 버는가’라는 주제를 담은 번역서는 많이 볼 수 있다. 또 외국어 코너는 있지만 외국문학코너는 찾기 어려운 것도 특징이다. 이는 외국문화의 무차별적 유입을 차단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정책에 기인한다.

특가서점도 중국인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특가 서점은 책 벼룩시장의 일종으로 중국 길거리나, 야시장을 다니다보면 흔히 목격된다. 책 종류는 많지 않지만, 값이 싼 편이다. 잡지의 경우, 신간은 1권에 10원(한화 약 2천원), 구간은 2권에 10원에 판매한다. 하지만 이런 가판대 서점도 대도시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베이징 중심지에서 서북쪽에 위치한 하이덴취 책방골목은 베이징 시내에 남아있는 유일한 책방이었으나 최근 자취를 감췄다. 한때 길이만 200미터에 달했던 이 책방 골목에 남아 있는 서점은 정부 소속의 ‘중국서점(中國書店)’이 유일하다. 서점이 사라진 자리에는 카페와 식당이 들어섰다.

가판대 서점의 몰락은 인터넷의 영향이 크다. 인터넷의 발달은 소비 패턴까지 바꾸고 있다. 거대 대륙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임성수(중국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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