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중국인들에게 “종교를 믿느냐”고 물어보면 답이 시원치 않게 돌아온다. 중국어에 종교라는 단어가 따로 없거니와 말뜻을 이해해도 “크게 믿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어떤 종교를 믿느냐”라는 질문 대신 “어떤 가르침을 믿느냐”라고 묻으면 확실한 답이 돌아온다. 이는 종교를 대하는 중국인의 생각을 읽게 한다.

중국에선 도교와 불교 신자가 가장 많고 기독교 이슬람 천주교 세력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이유는 무엇일까. 도교 불교 외에 중국인의 신앙 대상으로 사당인 묘(廟)가 있다. 이 사당에는 성인(聖人)이나 장군 등 역사적으로 뛰어난 활약을 한 인물이 모셔져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관우다. 노자, 화타, 제갈량 등 유명인물들을 각 사당의 지역적 특성과 관습적 취향에 따라 모시는 것이다.

중국인들이 이런 인물을 선정하는 기준은 종파를 따지지 않고 가르침을 남겼거나 뚜렷한 역사적 발자취를 남긴 경우다. 흥미로운 점은 신을 모시면서 다른 신상도 함께 모신다는 점이다. 장소도 거창하거나 특별하지 않고 평범하다. 일반 가정이나 식당에서 신을 모시는데 예를 들면 관우상에 십자가도 놓고 부처상도 놓는다. 한국의 개신교 신자들이 보면 우상 숭배라며 기겁을 하겠지만 중국인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제단에 모시지 못할 금기의 인물은 없다는 게 중국인들의 생각이다. 그러다 보니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본인이 추앙하는 인물도 모신다. 심지어는 살아있는 사람에게 향을 피우며 소원을 비는 경우도 있다.

시골에서는 민원을 담당하는 관청의 공무원 사진을 걸어 놓고, 향을 피우며 하루 빨리 일이 처리되기를 기원한다.

중국 정부는 외래 종교에 대해 매우 엄격한 편이다. 표면적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작년에는 절강성(浙江省)의 교회 십자가를 철거해 버렸다. 불법건축물을 단속한다는 구실이었지만 종교 탄압 아니냐는 비판을 들었다. 올해 들어서는 테러 감시라는 명목 하에 교회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다.

신강(新疆) 위구르 자치구는 천만 명 가량의 무슬림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전통복식을 금지하는 등 단속을 벌이고 있다.

중국정부는 어떤 집단이든 세력이 만들어지는 것을 가장 꺼려한다. 파룬궁이 대표적인 예다.파룬궁은 중국 지린성 태생의 리훙즈가 1992년 창시했다. 불교와 도교 사상을 바탕으로 전통문화를 덧붙였으며 심성을 기르고 인간의 건강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심신수련법이다. 파룬궁 수련자들은 우주의 최고 특성인 진(眞), 선(善), 인(忍)에 따라 수련하며 이를 통해 도(道)를 얻고 원만을 이루려 한다. 중국 정부는 파룬궁의 세력이 크게 늘자 사교(邪敎)로 규정하고 지도부와 수련자들을 구금하는 등 대대적 탄압에 나섰다.

중국의 자생 종교인 전능신교도 마찬가지다. 전능 신교를 믿는 신자들이 급속도로 늘자 중국 공안당국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탄압했다. 그 결과 전민신교 신자들은 중국을 탈출해 한국, 일본 등지로 활동무대를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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