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영태 분식회계추방연대 대표>

이것은 최근에 필자가 읽은 책 제목이다. 이 제목에 대하여 각자의 생각이 조금씩 다를 것이다. 한국은 자본주의 사회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 제목으로 뭐라고 쓸 내용이 있을까? 뭐 너무나 분명한 것을 가지고 쓸데 없는 주장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반면에 사유재산권이 분명하게 인정되는 자본주의 사회이기는 하지만 정상적인 선진국의 심화된 자본주의 사회와는 조금 다르다. 그것이 무엇이라고 한 마디로 분명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여타 서구 자본주의 사회와 조금 다른 면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경제민주화가 왜 필요한가를 설명하면서 필자는 이미 한국이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운영하는 식으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한 것은 사회주의 방식이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국가가 주도한 경제개발계획 운영 방식은 더 이상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운영한다. 물가도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공공요금을 제외한 모든 가격이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결정되는 자본주의 사회가 분명하다.

그런데 자본주의가 성숙된 서구사회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으며 뭔가가 다소부족한 한국식 자본주의 사회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그러면 서구와 한국의 이 문제점들이 동일한 내용일까? 동일한 문제점이라면 해법도 대책도 동일하게 세울 수가 있을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하여 ‘한국은 자본주의 사회일까?’ 라는 책의 저자는 간단하게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문제점은 자본주의가 심화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본주의가 부족해서 발생한 문제이다. 지금 한국 경제에서 가장 대표적인 문제로 꼽히는 것은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 그리고 소득 격차의 심화 문제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가 자본주의가 심화해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서는 재벌그룹이 형성되어 경제가 지나치게 기형화 되고 있다. 오늘날 한국 경제는 재벌그룹에 의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재벌 때문에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 국가 경제 왜곡도 일어 난다. 그런데 이 문제가 자본주의 문제인가? 미국, 영국 등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재벌이 없다. 원래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면

재벌이 나타날 수가 없다. 재벌은 전통사회, 국가 주도의 이권사회에서나 가능하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책 11페이지」

그러면 심화되었다는 서구 자본주의와 부족하다는 한국 자본주의는 무엇이 다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운영되는 기업의 대표적인 형태가 주식회사이다. 주식회사란 것은 모두가 잘 아는 것처럼 주식 많은 사람이 그 기업에 대한 지배권을 갖는 것이고 그 책임도 주식에 한하여 책임을 지는 것이다. 따라서 주식회사가 많은 타인 자본을 모아서 대규모 사업을 할 수가 있는 것이고 개인이나 소규모 자본으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대규모 사업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상법에 명시된 주식회사의 두 가지 운영 기능이 있다. 그것이 이사회와 주주총회라는 것이다. 서구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주식회사의 실질적인 지배권은 그 회사의 이사회 의장에게 있다. 이사회가 임명한 집행임원 즉 상무나 전무나 부사장이나 사장이나 부회장이나 회장은 이사회가 결정한 사항을 추진하는 단순한 집행조직에 불과한 것이다.

이렇게 주식회사의 주요사항을 이사회가 의결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이사회가 지는 것이 서구 자본주의 핵심이다. 만약 이사회에서 의결하여야 할 사항을 이사회 의결 없이 집행임원이 임으로 집행하였다면 이사회는 가차없이 이사회를 소집하여 그 집행임원에 대하여 책임을 따지게 되고 해당 직책에서 즉시 해임을 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성숙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식회사가 운영되는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사항이다.

미국 애플사의 창업주이고 CEO였던 스티브 잡스가 이사회에 의하여 쫓겨 났던 것이 가장 대표적이 사례이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스티브 잡스가 대주주라 하더라도 다른 대주주도 있다. 다른 대주주들이 임명한 이사들은 스티브 잡스와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책 20페이지」

주식회사의 이사회가 그 기업의 실질적인 의사결정 기구가 되기 위하여 선행되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즉 이사회 구성이 주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법으로 잘 정해져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입법의 미흡 함으로 인하여 주주의 권리를 제대로 반영한 절차에 의한 이사회 이사 선임이 어렵다.

즉 한국의 대부분 주식회사에서는 5~20%의 주식을 소유한 재벌 총수 또는 기업 대표이사의 생각에 의하여 이사회 이사가 선임되고 임명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사외이사제가 도입되었지만 그것도 하나의 형식에 불과하다. 대표이사가 임명한 대부분의 사외이사가 자기를 임명한 재벌총수 및 대표이사를 의식하여 거수기 노릇이나 하고 있다는 언론의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 보니 한국 사회에서는 재벌기업의 오너가 이사회에 의하여 쫓겨 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고 실제로 있을 수도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이런 일을 외국자본이 시도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

「그것이 SK그룹과 소버린 간의 경영권 다툼이 있었다. 소버린이 SK주식을 매수하면서 제1대 주주가 되었다. 소버린은 대주주의 권한으로 SK그룹에 대한 개혁을 요구하였다. 그러자 한국 사화가 난리가 났다. SK그룹에 대하여 고 최종현 회장의 아들이 아닌 다른 사람이 SK그룹에 대하여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국은 최태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였고, 갑자기 끼어든 소버린을 비난하고 욕하였다. 결국 소버린은 SK의 대주주였음에도 SK에서 손을 뗀다. 대주주가 소수 주주와 여론 때문에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책 22페이지」

이것이 한국식 자본주의라는 것이다. 결국 삼성의 이건희 회장 가족이 4.7%의 주식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17%의 주식 도움 덕분이다. 이 계열사 주식의 힘으로 삼성전자에 대하여 지배권을 행사한다. 현대자동차 그룹도 동일하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은 50%이고 현대자동차의 외국인 지분도 46%이지만 대주주로서의 권리행사가 쉽지 않다.

따라서 한국에서 재벌총수를 이사회가 쫓아낼 수가 절대로 없으며 이런 것을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불경죄로 몰려서 그 이사가 이사직에서 먼저 해임될 것이다. 이것이 한국 주식회사의 실정인 것이다.

「한국의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 그룹에서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이 쫓겨 나는 일이 일어 날수 있을까?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내부에서 이건희, 정몽구를 스스로 쫓아내는 일이 상상이 되나? 한국에서 이런 일은 상상하기 조차 힘들다. ~중략~ 그런데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서 쫓겨 났다. 책 18~19페이지」

그래서 이 책의 저자인 최성락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의 회사는 자본주의적일까? 아닐까?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내부의 반란 때문에 쫓겨나는 일이 상상이 되면 삼성은 자본주의적인 것이고, 이건희 회장이 삼성에서 쫓겨나는 일이 상상이 안 되면 자본주의적이 아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이사진들에 의하여 쫓겨나는 일이 가능하다면 자본주의 사회인 것이고 정몽구 회장이 쫓겨나는 일이 불가능하다면 자본주의 사회가 아니다. 책 20페이지」

이런 것들이 쉽게 상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한국 사회는 정상적으로 심화된 자본주의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마찬가지로 삼성그룹에서 또는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최성락 박사가 말한 대로 재벌총수를 쫓아 낼 수 없다면 자본주의적이지 못한 기업인 것이다. 겉만 자본주의 형식을 갖추고 있을 뿐이며 속은 재벌총수가 절대로 쫓겨나지 않도록 법으로 보호되는 한국식 재벌중심 자본주의에 불과한 것이다.

재벌중심 자본주의, 이것이 과거에는 용인 되었지만 이제 더 이상은 안 된다. 현재의 정치적인 상황과 비교해보라. 정치와 경제 민주화 사이에 얼마나 큰 괴리가 있는가를 분명하게 알 수가 있을 것이다. 정치적인 민주화는 완성되었으나 경제 민주화는 아직 첫 걸음도 떼지 못하였다. 이제 그 걸음을 시작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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