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요즘 중국 전문가가 참 많은 것 같다. 각 정부기관에도 있고 기업마다 중국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정치인 중에서도 자칭 ‘중국통’이 상당수 있다. 이들은 중국인 혹은 중국문화에 대한 이해와 식견을 자랑한다.

중국 전문가의 필요 충분조건으로 중국의 역사, 철학, 문학, 인맥 등을 고루 갖춘 사람을 든다. 중국인의 사고를 예측하고 필요한 계획을 도출해낼 수 있는 사람도 전문가로 통한다. 필자 생각은 좀 다르다. 요즘 같은 한중 갈등 상황에서 중국을 잘 이해하고 약점을 파악해 공략하거나 우리 국익에 보탬이 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중국전문가라고 생각한다.

중국통을 자처하며 중국 측의 입장이나 견해를 나열하는 식으로 소개하면 그건 전문가가 아니라 대변자에 가깝다. 중국의 계획과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했다손 치더라도 중국인의 관점에서 보는 것과 한국인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인은 자기주장을 펼치기 좋아한다. 또 자기중심적 사고가 지나치다. 중화사상(中華思想)이 대표적인 예다. 중국 한민족(漢民族)은 예로부터 이 사상을 통해 자기 민족의 우월성을 자랑해왔다. 자기 민족이 세계의 중심이 되는 가장 문명한 민족이라는 의미에서 '중화'라는 말을 썼는데 그 유명한 〈삼국지〉에 처음 등장한다. 하지만 중화사상이 출현한 것은 그보다 오래 전이다.

과거 한민족은 황허 강[黃河] 유역에서 농경생활을 하면서 문명을 개척했다. 서주시대(西周時代)에 이르러 주위 민족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이 커지면서 중화사상이 잉태됐다. 중(中)은 지리적·문화적으로 '중앙'이라는 뜻이며, 화(華)는 '뛰어난 문화'를 뜻한다.

중화사상은 그 내면에 이민족 천시 풍조가 있어 화이사상(華夷思想)이라고도 한다. 춘추시대에는 이민족의 침입이 심해 그들을 한민족 공동의 적으로 삼고 중화의 문물·제도를 지키고자 양이(攘夷)를 부르짖었다. 춘추전국시대부터 진(秦)·한(漢) 시대에 걸쳐 유학(儒學)의 발달과 함께 중화사상도 구체적인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예교에서 벗어난 이민족을 금수로 취급했으며 세계는 덕이 높은 중국의 천자가 모든 이민족을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년 전부터 중국이 남중국해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등 대국굴기를 꿈꾸는 것도 밑바탕에는 이런 중화사상이 깔려 있다. 그 중화사상의 불똥은 지금 한반도에도 튀고 있다.

중국어에 파이마피(拍马屁-pai ma pi)라는 말이 있다. ‘말 엉덩이를 두드리다’ 라는 뜻으로 아부하다, 아첨하다, 비위를 맞추다 등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옛날 북방민족이 상대방의 말 엉덩이를 두드리며 칭찬한데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2013년 6월 있었던 한중 정상회담이 떠오른다. 당시 시진핑 주석은 박 대통령을 극진하게 환대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엉덩이를 두드려주지는 않았지만 깍듯한 매너와 립서비스로 공주님의 기분을 업(UP)시켰다. 그때 중국은 뒤로 실리를 많이 챙겼다. 4년이 지난 지금 시진핑의 자세는 백팔십도 변했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중국도 달라진다. 그렇다고 머리를 조아리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그런 이민족을 업신여겨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고려시대 서희장군이 보인 외교력이다. 그리고 또 하나, 상대방이 말 엉덩이를 두들길 때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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