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출처=한국무역협회>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한중 관계가 1992년 수교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 정부의 연이은 사드보복조치에 국내 기업들의 피해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보복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꼬일 대로 꼬인 한중 관계를 풀 해법은 무엇일까. 본지는 중국 전문가 3인에게 해법을 물었다.

전문가들은 “사드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내달 초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 오는 5월에 치러질 한국 대선, 올해 말 열릴 중국 공산당 전당대회 등 양국의 정치·외교적 이벤트가 출구전략을 마련할 수 있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외대 강준영 교수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강준영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내달 초 미국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이 하나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정상회담의 분위기나 결과에 따라 사드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전략적 틀이 마련될 것으로 본다. 시진핑과 트럼프의 만남이 사드 문제 해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하나의 전환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그동안 우리가 외교적으로 실책을 많이 했기 때문에 상황이 더 악화된 측면이 있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국가 수장이 부재한데다 두 달 후 조기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상당히 제한돼 있다. 원론적인 처방이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북핵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과도한 경제보복에 대해 문제제기를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장규 선임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장규 선임연구원은 “사드 배치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중국 정부의 사드 반대 입장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사드 배치 반대를 표명한 시 주석 입장에서는 크게 체면을 구긴 셈이다. 한국 지도자들에게 철저히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강력한 경제 보복을 주문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일단 단추는 잘못 끼워졌고 이걸 풀 만한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보이지 않는다”면서 “결국에는 정부 고위급에서 외교적 노력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누군가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마디로 대선 전까지는 특별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기업들이 중국 현지 지방정부나 관료들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현실적인 얘기는 아니다”면서 “중국이 평소에는 외국 기업에 대해 세금감면 등을 통해 배려해주기도 하고 소소한 위법에 대해서는 눈감아주기도 한다. 그렇게 눈감아주더라도 관련 기록은 다 가지고 있다. 그러다가 필요할 때 푼다. 중국이 그래서 무서운 나라다. 물론 소방법 등 중국 국내법을 모두 다 지켜가면서 비즈니스를 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나마 자금력이 있는 몇몇 대기업들은 이면 채널을 통해 대처할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한림대 성시일 교수

한림대학교 중국학과 성시일 교수는 “사드 문제를 한중 양국 간의 외교적 차원에서 해결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됐다. 가장 큰 이유는 사드 문제의 근원인 ‘북핵 문제’가 한중 양국 간에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사드 배치가 결정된 것이지만 그러다보니 중국을 자극하게 됐다. 양국이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려면 접점을 찾아야 하는데 북핵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우선 한국 정부 입장에서 사드 배치를 철회하기는 명분상 어려운 일이다. 사드 문제가 우리 군사안보상의 문제인데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심화되면서 반중 감정도 고조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반대에 밀려 사드 배치를 철회한다면 자칫 우리 안보를 포기한다거나 안보에 대한 내정간섭을 앞으로도 계속 받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입장에서도 시진핑 주석이 여러 차례 반대의견을 표명했고 중국 내 반한 감정도 고조돼 있어 이 문제를 유야무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한중 양국이 출구전략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명분 찾기가 시작돼야 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선이 중요한 변곡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대선주자들이 어떤 공약을 제시할지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새로 집권한 대통령이 중국과 협의해 타협점을 찾았다’라는 그림이 양국 입장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출구전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19차 중국 공산당 전당대회가 이번 가을에 열리는데 그 전에 어떤 변화가 있어야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외부적으로는 다음 달 초 열릴 미중 정상회담도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성 교수는 대선 전 한국 정부가 취해야 할 입장에 대해서는 “권한대행 체제에서 새로운 정책을 시도하는 건 차기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지금으로선 현행유지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서 “외교통상부를 중심으로 중국의 통상정책에 계속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다음 정권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이어 “최근 중국이 사드보복 수위를 조절하고 나선 것은 중국 입장에서도 그만큼 한국을 신경 쓰고 있다는 증거다. 감정적 대응보다는 향후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응 수위를 맞춰갈 필요가 있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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