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자기 희생이 아니라 힐링이죠”

왼쪽부터 '아기천사의 합창' 부회장 조준모, 이진아, 이아란, 강명구, 회장 이종우.

[월요신문 조원준 기자] ‘아기천사의 합창’(이하 아천합)은 국내 최초의 ‘체계적’ 봉사단체이다. 단기적 봉사에 회의를 느낀 이들에게 좀 더 체계적이며 책임감 있는 봉사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다음카페 순수 봉사활동 커뮤니티 중 3만 명에 가까운 회원 수를 자랑하며 10년 이상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7시, 회장단 각자가 본업을 끝마치고 힘든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하기 위해 구로디지털단지 커피숍에 모였다. 올해 새로 선출된 이종우(회장), 강명구(부회장), 이진아(부회장), 조준모(부회장) 회장단은 입을 모아, “한 번만 왔다가 정주고 가버리는 것이 천사들(시설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큰 상처를 남긴다.”며 “시설에 있는 사람들도 먹을 것을 줄 사람보다는 같이 먹을 사람, 정을 줄 사람을 원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그들의 눈에는 봉사활동에 대한 열의가 엿보였다.

- 네이밍이 잘 어울린다. 처음에 어떻게 설립됐는지 궁금하다.

이종우: 단기간하고 쉽게 끝나 버리는 봉사에 회의를 느낀 이들에게 체계적인 봉사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04년 만들었다. 그 이후로 매년 운영진을 새로 선출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 봉사 활동이 다양할 것 같다. 주로 어떤 이가 대상인가.

이종우: 수도권에 다양한 봉사지가 분포돼있어 시설별로 봉사지원자들을 모집한다. 피봉사자 연령대로는 아동부터 초등학생에 거쳐 노인까지 다양하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뇌 병변 장애인, 중증 장애인, 부랑자까지 다양하다. 봉사대상자들과 말동무를 하며 교감하고 산책한다. 움직임이 불편한 분들에겐 음식을 대접하거나 식사보조도 한다.

이진아: 노력 봉사와 야외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지체장애인들은 노력 봉사의 일환인 목욕 봉사 위주로 하며, 활동할 수 있는 아이들은 야외활동을 한다. 박물관에 가는 등 문화행사를 즐기고 눈썰매장을 방문해 놀기도 한다.

- 여기서 개인적으로 얻는 수익은 없나.

이종우: 수익은 전혀 없다.

강명구: 심지어 마이너스다. (일동 웃음) 아니 이건 꼭 말해야 돼. 회장단을 맡으면 솔직히 마이너스다. 활동 시에 마이너스만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구상 중이다.

- 회장단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이종우: 2005년도 가평꽃동네에서 부팀장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군 제대 후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다짐을 더는 미루면 안 될 것 같아서 운영진부터 시작했다. 2014년도에는 임마누엘 봉사지의 팀장을 맡고 현재까지 회장 자리에 있게 됐다.

강명구: 봉사활동 나온 지 5~6년 정도 됐다. 처음부터 운영진을 하고 싶진 않았다.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길 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 일에 지장이 생기면서까지 봉사를 참여하면 안 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었다. 회사 다닐 때는 철야근무가 너무 많아서 시간을 내기 힘들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한 봉사지만 고정적으로 나갔다. 그렇게 계속 나가면서 아이들과 친해지고 지속적으로 활동했다. 활동하며 지켜보니 연말마다 운영진들을 뽑을 때 지원자가 많이 없어 힘들었다. 그때 없어지면 안 되겠다 생각해 회장단을 지원했다. 힘들다가도 아이들이 안겨서 웃는 표정 한 번만 지으면 행복해진다.

이진아: 회장단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운영이 힘든 게 눈에 보이고, 지원자가 많이 나오지 않으니까 이러다간 없어지지 않을까 그런 걱정도 들고 해서 지원했다.

조준모: 상록보육원 봉사지만 고정적으로 나갔었다. 솔직히 말해서 상록보육원에 조금이라도 더 보탬이 되고 싶어서 했다. 상록보육원 내에서 팀장만을 할 때는 모르던 것을 회장단 하면서 알 수 있다. 물론 힘든 부분이 있다. 다들 직장이 있다 보니 시간 뺏기는 건 당연하고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운영진은 1년 이상 안 한다는 소리를 한다. 우리가 돈 받는 것도 아니고, 내 할 일 못 하면서 해야 하니까.

- 봉사활동을 하며 힘든 점도 많을 것 같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을 소개하면.

강명구: 외부활동 시 비가 오면 스케줄을 완전히 조정해야 된다. 장애시설이든 아이들이든 비가 오면 위험하니까 나가지 못하게 한다. 그럴 경우 힘들 게 짠 일정을 전부 취소하고 실내 스케줄로 바꿔야 한다.

이종우: 기본적으로 봉사하는 사람들은 ‘착하다’라는 인식이 있다. 근데 여기도 워낙 사람이 많이 모이는 집단이다 보니 안 그런 사람도 있다. 물론 대부분 착한 사람들이지만, 이성이나 꾀어보려고 온다든지 혹은 친해지고 돈을 빌려서 잠적하는 경우가 있다. 아무래도 봉사지에선 서로 손쉽게 전화번호를 주고받고 친해진다. 그런 와중에 개인적으로 계속 연락이 오고 만나자고 매달리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오래 못 버틴다. 정체가 탄로 나면 카페 자체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든다. 그런 사람은 활동정지 시키거나 못 나오게 한다. 각 시설 운영진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

- 후원금은 넉넉히 들어오는 편인가.

이종우: 작년에 모아둔 자금이 3백만 원 정도 있긴 하다. 허나 작년에비해 올해 같은 기간 후원금이 많이 부족한 상태다.

조준모: 봉사 인원이 부족한 편이다. 봉사지를 한 달에 네다섯 군데 이상 가는 사람은 없다. 꾸준히 다니는 분들 기준으로 한 달에 세 번 나간다. 그래서 양쪽 봉사지의 운영진들(팀장˙부팀장)이 서로 기간이 겹치지 않을 때 지원봉사를 나가거나 교차 후원금을 내기도 한다. 일반 봉사자가 후원금을 내는 경우는 드물다.

- 봉사지는 많은 편인가.

이 회장: 처음에 7개 시설밖에 없었다. 점차 늘어나다 최대 21개까지 늘어났었다. 신청자가 많아지고 봉사 인원이 늘면서 그때마다 새로운 봉사지를 열었다. 봉사자들은 대부분 직장인이다. 그러다 보니 주말만 봉사활동이 가능하다. 같은 날 봉사지가 겹치면 서로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시설끼리 최대한 봉사자가 분산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 SNS 등을 통해 홍보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종우: 작년까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했다. 사실 큰 홍보는 되지 않았다. 대신 이따금 재능기부가 들어와서 도움이 됐다.

- 티셔츠 사업을 한 이유는.

이종우: 당연히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서 했다. 제작비가 7천 원이면 만 원에 팔아서 3천 원을 남기는 식이다. 단합의 의미도 있다. 외부활동을 할 때 같은 티셔츠를 입고 가면 좋을 거로 생각했다.

강명구: 참고로 한 벌에 얼마 남는다고 모두 오픈하고 진행했다.(일동 웃음) 디자인은 공모를 통해 모집했다.

이종구: 개인 봉사자들로부터 디자인을 모집한다. 그림판으로 그리든 직접 그리든 아이디어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한다.

강명구: 사실 수익에 크게 도움은 안됐다

이종구: 재정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든 안 되든 한 푼이라도 기부금을 모금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 일일 호프 사업을 하고 있는데 보탬이 되나.

이종우: 회원분들만 온다. 홍보가 안돼 쉽지 않다. 지인을 통해 가게 대여비를 싸게 주게 행사를 한다.

강명구: 외부에 조금 더 알려지면 수익을 낼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본다.

-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이종우: 봉사활동을 마치고 수고했다고 말해줄 때다.

강명구: 시설 내 운영진이었을 때는 아이들을 위해서 프로그램을 짜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봉사자들끼리 서로 고생했다고 격려했다. 또 그걸 사진으론 남겨 애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

조준모: 봉사지에 처음 가면 나는 아무래도 남자고 예쁘장한 얼굴이 아니므로 아이들이 거부한다. 그래도 한번 가고 두 번 가면 슬슬 알아보기 시작하다 또 만나면 반갑다고 달려오고 업어 달라고 그런다. 그런데서 만족감을 느낀다.

- 봉사활동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지 싶다. 어떤 말로 표현하고 싶은가.

이종우: 나는 봉사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없애려고 카페 내에서 홍보해본 적이 있다. ‘봉사’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다.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쓴다’고 나와 있었다. 봉사는 희생하는 것이 아니다. 2005년부터 꾸준히 나와 ‘아천합’은 사람을 만들어주는 곳이라 생각했다. 여기 나와서 좋은 사람들과 피봉사자를 만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래서 봉사활동 간다는 표현이 미안하다. 지인들에겐 봉사활동갈 때 항상 ‘놀러 간다’라고 얘기한다. 실제로 가서 놀고.

강명구: 처음에는 봉사를 ‘한다’는 개념으로 오지만, 하다 보면 봉사를 ‘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주기적으로 나간 봉사지에서는 우리가 놀아주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우리와 놀아준다. 일주일 동안 힘들다가 아이들 보면 ‘이래서 빨리 애를 낳아야 하는데’라는 생각까지 한다.

이진아: 봉사는 힐링이다.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도 있고. 피봉사자들과 소통하다 보면 어렸을 때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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