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중국 속담에 “바닷물은 온갖 하천을 다 받아들인다(海水容?百川)”는 말이 있다. 전국시대 맹상군이 바로 그러한 인물이었다. 사람을 가리지 않고 정성스레 대했던 맹상군은 죄를 짓고 도망친 자, 천한자도 모두 감싸 안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맹상군이 삼천이 넘는 재주 있는 식객들을 양성하며 위험에 처했을 때, 이들의 도움으로 난관을 헤쳐 나가는 장면은 어떤 이야깃거리보다 흥미롭다. 맹상군의 이 고사는 중국인 특유의 꽌시(關係)을 연상시킨다.

중국인들이 사회활동과 유대관계에 있어 가장 중시하는 게 바로 이 꽌시다. 꽌시는 적극적으로 내 인맥을 구축해 나가는 것도 있지만 남과 원한 관계나 오해 관계를 맺지 않는 것도 포함 된다. 예전에 江西省(강서성)에서 이웃에 사는 아이를 교통사고로 치어 죽인 사고가 있었는데 사고를 낸 부부가 6년째 아이 제사에 참배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남에게 가슴에 맺힐 일을 하지 않되, 하게 되면 어떻게든 그것을 풀어 보려고 하는 것이다.

꽌시는 한 번 맺어지면 서로에게 친밀감과 의리가 생기고 상대방이 어려움에 처하면 도움을 주기 위해 희생까지 한다. 꽌시의 힘은 중국 신흥부자의 창업스토리에서도 자주 발견된다. 꽌시의 영향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기업을 일군 사례가 적지 않다. 같은 일을 처리하더라도 꽌시 덕분에 더 빨리, 순조롭게 처리되기도 한다.

하지만 꽌시'가 갖는 단점도 있다.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외부 집단에 대해 매우 배타적인 면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중국인들 사이에서 반한 감정이 번지고 있는데 그들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1780년 연암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에는 "중국은 3리마다 성(城)이요 5리마다 곽(廓)이다"라고 쓰여 있다. 성(城)은 일반적인 성채를 말하고, 곽(廓)은 규모가 더 큰 성곽을 말한다.

중국 '꽌시'와 한국 '네트워크'는 전혀 다른 의미이다. 중국 꽌시를 한국 네크워크로 이해하고 중국인과 사귀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 힘들 뿐 아니라, 언젠가는 "내가 그 동안 당신에게 얼마나 잘해주었는데 당신이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라는 말을 하게 된다.

중국에서 꽌시는 작은 공동생활집단이다. 역사적으로 많은 전쟁을 치르며 개인과 가족의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국가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 경험이 오랫동안 쌓이면서, 이를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 꽌시라는 공동생활집단을 만들어진 것이다. 중국의 이 전통을 잘 이해해야 한다.

중국인은 자국이 우월하다고 느끼는 중화사상을 바탕으로 자긍심이 매우 강한 한편, 체면과 인맥 그리고 개인주의가 그들 특유의 행동이나 사고를 반영한다. 중국은 법 규제보다 체면과 인맥이 크게 작용하는데 사회 모든 분야에 퍼져 있다. 따라서 중국에서 사업이든 뭐든 도모하려면 먼저 인간적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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