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음식남녀' 스틸컷>

‘飮食男女, 人之大欲存焉 ‘ (음식남녀 인지대욕존언) 이라는 경구가 있다. 儒家(유가)의 禮記(예기)에 나오는 글인데, ‘먹고 마시는 것과 남녀간의 일에 인간의 가장 큰 욕망이 존재하나니…’라는 뜻이다. 즉 인간의 원초적 본능 중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욕망임을 일컫는 것이다.

1990년대 대만의 이안 감독이 연출한 영화 ‘음식남녀(飮食男女)’도 여기에서 따왔는데 음식을 매개체로 요리사 아버지와 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사랑을 표현해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중국을 연상할 때 몇 가지 상징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중국 음식이다. 음식 가짓수로 한다면 매끼 다른 음식을 먹어도 한평생 다 맛보지 못한다는 말이 중국인들 사이에 일반적으로 회자되는 만큼 그 종류가 다양하다.

중국인들은 여행을 할 때 다른 나라 사람에 비해 유난히 많은 짐을 가지고 탄다. 중국인의 짐이 많은 이유는 먹거리 보따리 때문이다. 필자가 기차 여행 중에 만난 중국인들은 거의가 음식 보따리를 필히 지니고 있었다. 그 안에는 식사거리는 물론이고 컵라면, 간식(갖가지 견과류나 해바라기 씨, 수박 씨, 과자류, 훈제 닭발, 오리목 등등)이 들어 있다. 그리고 필수적으로 보온병에 담긴 차가 가득 들어있다. 중국인들의 차 사랑은 워낙 유명해 물 마시듯 수시로 마신다. 몸에 배인 습관 탓에 여행 중에도 보온병에 차를 담아 마시는 것이다.

개인에 따라선 중간에 역에서 내려 먹거리를 또 사가지고 탄다. 한마디로 식탐이 대단한 것이다. 지루함을 음식으로 달래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열차 승무원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바닥에 쌓이는 쓰레기들을 치우는 일이다.

식사 때가 되면 다들 간식 먹는 것을 중지하고, 본격적으로 식사 준비에 돌입하게 되는데 요즘은 컵라면이나 열차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을 많이 먹는다. 흥미로운 점은 그냥 물만 부어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榨菜(쨔차이-중국식 장아찌)를 넣거나 혹은 소시지를 잘라 넣는 사람들이 꽤 많다. 컵라면 하나에도 자기만의 방식대로 요리를 해먹는 것이다. 중국 요리의 가짓수가 엄청난 것은 바로 이런 중국인의 음식문화 습관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차나 더운물을 마시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간식을 먹기 시작한다. 대화하며 끊임없이 먹거리를 즐기는 것이다. 미리 준비한 안주에 白酒 같은 독한 술도 마신다.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의 경우 열차를 타고 장시간 여행할 경우, 간단하게 요기하고 때우지만 중국인은 정반대인 것이다.

‘飮食男女, 人之大欲存焉 ‘의 뒤 구절은 ‘死亡貧苦, 人之大惡存焉’ 으로 “죽음과 가난함은 인간이 가장 싫어한다”는 뜻이다. 이는 현실적 삶을 추구하는 중국인의 속성을 제대로 표현해낸 것이다.

좋은 것은 끊임없이 추구하고 싫은 것은 노골적으로 기피하는 중국인은 그런 면에서 한국인과 상당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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