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월요신문 편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정치권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을 앞두고 최후의 결사항전에 돌입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비리 혐의로 소환된 역대 대통령 중 검찰 소환에 불응한 이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둘 밖에 없다. 둘의 항전 방식은 크게 다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거의 나홀로 항전했다. 그는 검찰이 체포에 맞서 골목성명을 통해 버텼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나홀로가 아니다. 그에겐 친박계 현역 의원 10여명이 호위무사로 지키고 있으며 법조계 호위무사도 수십명에 달한다.

민간인 결사대도 무시못할 세력이다. 지난 13일 결성된 '박근혜 지키미 결사대'는 현재 삼성동 사저 인근에 진을 치고 있다. 이들은 주변 도로에 24시간 집회 신고를 하고, 한달간 장기전에 돌입한 상태다. 이밖에도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에는 연일 지지자들이 모여들어 ‘탄핵 불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검찰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거나 수사를 대선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노련한 정치 고수다. 그가 청와대를 나오며 한 말은 딱 한마디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이었다. 이 말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 이 말을 바꿔 표현하면 “언젠가 진실이 밝혀질테니 그때까지 나를 믿고 따르라”는 함의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 즉 결사항전을 예고한 것이다.

검찰의 방침도 정해졌다. 속전속결이다. 검찰은 학습효과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전술을 이미 파악했다. 헌재 심리 과정에서 보여준 박 전 대통령측의 지연 전술을 원천봉쇄하는 방법은 조속한 소환이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소환을 통보하면 박 전 대통령은 순순히 응하기보다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과 특검 조사에 불응한 전례가 그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박 전 대통령이 소환에 불응하면 다음 수순은 체포조 투입이다. 이때 체포조의 임무 수행이 어려울 수 있다. 수백명의 박근혜지키미 결사대가 체포에 맞서 육박전을 벌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그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구상은 두 가지다. 첫째 검찰 수사 모면, 둘째 정치적 부활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지지자를 계속 붙잡아둬야 한다. 나라가 두동강 나고 국민들이 분열되는 건 그녀의 구상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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