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한때 20%에 육박했던 황교안 대행의 지지율이 정체 내지 하락세를 보이면서 ‘갈 곳 없는’ 보수 표심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 대행의 지지율은 최근 15% 안팎의 박스권에 갇힌 모습이다. 여전히 여권에서는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레이스 하차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며 지지율이 가파르게 오르던 2월 초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지난 20일 매일경제 의뢰로 리얼미터가 조사·발표한 2월 3주차 여론조사에서 황 대행의 지지율은 14.8%로 전주대비 0.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32.5%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격차가 17.7%로 벌어졌을 뿐만 아니라 안희정 충남지사(20.4%)와의 2위 싸움에서도 오차범위 밖으로 밀려나며 3위에 머물렀다. 안 지사와의 지지율 격차는 5.6%포인트로 전 주 대비 4.2%포인트 확대됐다.

황 대행의 지지율 하락세는 다른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19일 국민일보의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조사·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황 대행은 12.8%로 3위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 3~4일 실시된 같은 조사와 비교해 3.2%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2위 안 지사의 지지율이 15.3%에서 23.3%로 8%포인트나 수직 상승한 것과 비교된다. 지난 17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2월 3주차 여론조사에서도 황 대행의 지지율은 일주일 전에 비해 2%포인트 하락한 9%를 기록,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황 대행의 지지율 하락이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PK) 등 전통적으로 보수가 강세인 지역에서 야권이 선전하고 있는 흐름과 연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영남의 보수진영이 빠르게 중도로 재편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 19일 발표된 '국민일보' 조사에서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를 비롯해 이재명 성남시장,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등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 총합은 TK의 경우 60.6%, PK에선 67.1%에 달했다. TK의 경우 황 대행이 지지율 26.4%로 1위를 기록하긴 했지만 지난 5일 조사에 비해 3.2%포인트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안 지사는 12.7%포인트 상승했다.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충성도가 낮은 일부 중도 계층이 이탈한 것도 최근 하락세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만약 황 대행이 대선 후보로 나온다면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대행’을 맡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고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지율까지 야권 후보들에게 뒤지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출마의 명분 자체를 확보할 수 없게 된다. 황 대행이 지지율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탄핵 인용 결정까지 내려진다면 자연스레 불출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가 실제 대선에서 득표로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하긴 이르다.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보수 결집’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표심이 발길을 되돌릴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경선 결과도 보수 표심의 향배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주당 후보가 문 전 대표로 결정될 경우 최근 안 지사에게로 향한 보수 표심이 문 전 대표로 흡수되기는 힘들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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