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규재TV 캡쳐>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박근혜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해 주목을 끈 ‘정규재 TV’가 16일 류상영 전 더블루K부장과 김수영 전 고은기획 대표의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류 전 부장과 김 전 대표는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의 측근이다.

공개된 녹취파일은 지난해 1월부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7월까지 류 전 부장과 김 전 대표의 통화를 녹취한 것이다. 정규재 한국경제 주필은 “고영태와 이런 무서운 아이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죽이려고 모의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럴까. 통화 내용은 류상영 전 부장과 김수영 전 대표가 오래 전부터 미르·K스포츠 재단 관련 비리를 폭로해 재단 이익을 갈취하려 한 정황이 담겼다. 류 전 부장은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6년 1월 24일 김 전 대표와의 통화에서 “(재단의) 700억을 곶감 빼먹고 수사해서 마무리하면 이 판도 오래간다. 우리가 더 전략적인 거다. 우리는 권력이 있고 그 권력을 이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세력을 꽂아야 된다”며 “김종도 나갈 사람, 철이도 나갈 사람이다. 우리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재단에 있는 돈이 우리한테 들어오는 구조를 만들고, 반부패 팀에 있는 부장 검사에 사람을 꽂고 지시를 하는 거다. 이번 정권 끝나기 전에 대대적으로 수사를 해서 판을 깨끗하게 세탁을 하는 거다. 이번 정권에서 수사종결. 다음 정권에서 수사한 것을 또 하게되면 문제가 큰 것”이라고 말했다. 즉, 박근혜 정권이 끝나기 전에 재단 관련 비리를 터트려 최순실씨를 ‘제거’한 후 재단을 갖게 되면, 다음 정권에서는 다시 수사할 일이 없기 때문에 ‘탈나지 않게’ 재단을 가로챌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수현 전 대표 역시 2016년 2월 18일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의 통화에서 비슷한 내용을 언급했다. 김 전 대표는 “형이 원하는 사람을 (가이드 러너 전문학교 관련 사업에) 거기다 넣고, 학교나 이런 걸 만들어 놓으면 소장(최순실)이 없어져도 (재단이)저희 거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걔’나 ‘그거’로 지칭하기도 했다. 그는 7월 4일 류 전 부장과의 통화에서 “소장은 이미 지는 해고 박근혜 대통령도 끝났다고 본다. 근데 걔(박 대통령)한테 받을 게 뭐 있다고 생각하나? 제가 볼 때는 없다. 소장 통해서 박근혜 대통령한테 받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거(박 대통령)를 죽이는 걸로 해가지고 딴 쪽하고 얘기하는 게 더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흥미로운 점은 김 전 대표가 국정농단 사태 폭로 이후 벌어질 상황을 정확히 예견했다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저는 1~2개월이면 끝난다고 본다. 만약에 국정 운영에 민간인이 관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국정감사를 하든 청문회를 하든 할 것”이라며 “아주 극단적으로 간다고 하면 친박에 있던 사람들이 버틸 수 있다고 생각 안한다. 와해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씨가 청와대 연설문을 받아보고 수정했다는 jtbc의 태블릿PC 보도가 10월 24일에 있었고, 정확히 2달 뒤인 12월 27일 새누리당에서 비박계 의원 29명이 탈당했다.

이어 김 전 대표는 “박근혜는 레임덕이 와서 죽을 텐데, 여기다 기름을 확 붓는 게. (고)영태 형이나 장관이나 차감독이나 이런 걸로 부어가지고 친박연대 힘을 죽여버리면 다음 대권주자는 비박이 된다. 거기서 인제 (자리를) 받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론은 최 소장 국정개입으로 끌고 간다. 최순실, 정윤회 국정개입 했다, 나라 일 제대로 못한 것으로 끌고 가고 무슨 회사(페이퍼컴퍼니)를 찾아서 차감독 보내고 김종 보내면...재단도 우리가 장악한다. 국내에서 하는 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녹취 파일 속 정황을 미루어 볼 때, 고영태 전 이사와 그 측근들의 국정농단 폭로는 오랜 시간 계획된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정규재 주필은 “(국정농단은) 대통령은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며 “이 파일을 통해 박 대통령이 깨끗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아니고 고영태의 재단 장악을 위한 악의적인 폭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특검의 판단과 다르다. 지난달 5일 특검은 국정농단 사건 첫 공판기일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범행 공모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자신한 바 있다. 실제로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 필요성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최씨가 2016년 4월18일부터 10월26일까지 약 570회 통화를 했고, 그 중 최씨가 독일에 숨어있는 동안 126회 통화한 사실을 공개해 둘의 커넥션을 증명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잇따라 공개된 고영태 측근의 녹취록이 박 대통령 측의 또 다른 ‘시간 끌기’ 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 14차 변론기일에서 박 대통령 측은 약 2300여개의 녹취파일 중 일부를 심판정에서 함께 듣고 증거조사를 하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녹취 파일이 (탄핵)소추 사유와 직접 연결된 부분은 아니다”며 “고씨의 수익 추구 정황 등은 박 대통령을 탄핵 심판을 판단할 요소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국회 측 역시 고영태 녹취는 탄핵 사유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고영태 녹취록 전문.

<2016년 1월 24일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와의 통화>

▶류상영 전 더블루K부장

우리 세력을 꽂아야 된단 말이야. 김종도 나갈 사람. 철이도 나갈 사람. 거기 남을 사람은 딱 하나야. 담당 직원들. 그 네트워크 형성하면서 우리는 재단에 있는 돈이 빨리 우리한테 들어와가지고 우리가 이런 구조 만들고, 그래서 검사를, 반부패 팀에 있는 부장 검사 바로 밑 자리 하나에 사람을 꽂고 지시를 하는거야.

무조건 스포츠계를 이번 정권 끝나기 전에 한번 대대적으로 수사를 다해라. 정말 비리있는 기업들은 다 솎아내고, 이런 큰 재단 단체들은 시정명령을 내려서 판을 다 깨끗하게 세탁을 하는거지.

700억을 곶감 빼먹고 내년에 내가 판 깬 걸로 수사 한번 해서 마무리하면 이판도 오래간다. 우리가 더 전략적인 거야. 알겠어? 우리는 권력이 있어. 그 권력을 이용해야 되는 거야.

(자신들이 고른 검사를) 반부패 부장에다 올려놓고 대대적으로 스포츠를 흔들어서 체육계 비리들을 솎아내면서 진짜 나쁜 업체들은 구속시켜버리고 (재단) 단체들 시정명령, 문체부 담당자 앞으로 지원사업에 더 적극적으로 임해라. 수사 종결. 이번 정권에서.

그 다음에 다음 정권으로 바뀌었어. 이걸 또 흔들어? 사정이다. 한번 수사한 것을 또 하게 된다. 이건 문제가 큰거야.

 

<2016년 2월 18일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의 통화>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

형이 원하는 사람을 (가이드 러너 전문학교 관련 사업에) 거기다 넣어놓고 학교나 이런 걸 만들어 놓으면 그 다음에 그거는 소장(최순실)이 없어져도 저희 거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들자고 하는 얘기예요.

 

<2016년 7월 4일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과의 통화>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

저는 솔직히 제가 얘기하는 게 맞다고 보는 게 왜 그러냐면, 소장은 이미 지는 해고 박근혜 대통령도 끝났다고 보는 거예요. 근데 걔한테 받을게 뭐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없다니까요. 제가 볼 땐 없다는 거예요. 소장 통해서 박근혜 대통령한테 받을 수 있는 거는 없다는 거예요. 그거를 죽이는 걸로 해가지고 딴 쪽하고 얘기하는 게 더 크다고 보는 거예요 저는.

지금 뭐 김종 얘기 나오고. 차감독이 타겟이 돼서 TF팀 꾸렸다고 영태형이 얘길 하는데. 소장도 인지는 하고 있다고 얘긴 하는데. 그건 봤을때 저는 1~2개월이면 끝난다고 보는 거예요. 지금까지 봐도 이명박도 안그랬어요? 노무현도 안그랬어요? 그렇게 끝나잖아요.

지금 ‘친박이 힘 빠지고’ 라는 기사는 형도 많이 보셨잖아요. 이게 만약에 국정 운영에 민간인이 관여해서 문체부도 그렇고 뭐도 그렇고, 뭐도 하고 있다고 정황상으로 드러난다고 하면. 국정감사를 하든 청문회를 하든 할 거 아니예요? 최순실을 부르든 뭐든 할거고. 아주 극단적으로 간다고 하면요. 그러면 친박에 있던 사람들이 버틸 수 있다고 생각 안하는 거예요. 와해된다고 봐요.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

새누리당 안에 지금 친박, 비박, mb계들 다 각자 지분을 갖고 싸움을 하고 있잖아. 정권을 잡을려고. 거기 중에서 친박 연대가 아닌 비박 연대 쪽 누구 새로운 사람한테 줄을 대서, 이걸 친박 세력 죽이는 용으로 쓰고 내부에서. 거기서 정권이 이양이 되면 거기서 자리를 받으려고 하는 거 아닐까?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

(고)영태형하고 딜해서 이미 죽어가는. 그러니까 위원장이 아니어도 소장은, 박근혜는, 레임덕이 와갖고 죽을텐데 여기다 기름을 확 붓는게, 자기가 알고 있는 영태형이나 장관이나 차 감독이 이런 걸로 부어가지고 완전히 친박연대를 죽여가지고 힘을 죽여버리면, 다음 대권주자는 비박이 될 거 아니예요? 거기서 이제 (자리를) 받는다는 거죠.

그때 상황을 보면 너 인터뷰하고 너 어차피 나왔으니까. 너는 한 게 아니라 그냥 꼬리 끊고 나가. 그 다음 단계 영태. 꼬리 끊고 나가. 결론은 최 소장, 국정개입, 끌고 간다. 그러면 지금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제대로 하는 일도 없고 하는데. 말도 안되는 최순실, 정윤회가 국정개입 했다? 나라 일 제대로 못했네? 저는 그런 단계로 보는 거죠.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

무슨 회사가 있나봐요.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

몇 개 있지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

그걸 어떻게 잡아서 1억짜리를 말도안 되 게 3억, 5억, 100억 주고 그런 게 있나봐요. 그걸 찾아서 차 감독 보내고 김 종 보내고, (미르) 재단도 우리가 장악하고. 그러니까 국내에서 하는 건 힘들다고 봐요.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

해외에서 조정할 수 있게끔 영태가 몰아가야겠네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

그리고 해외에서 하는 사업권을 받아가지고. 아 근데 해외를 누가 신경써요. 그냥 하는거지.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

사실 되게 빠를 수 있는 게 미얀마인데..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

솔직히 재단도 계속 그렇게 얘기했거든요. 형(고영태)이 장악을 해라. 이사장 다 들어가라 했는데 영태형이 그때는 힘들다, 그러다가 간다 그러다가 또 미르 얘기 나오고 그러니까 안간다 그러고, 좀 있다 간다 그러고.

이사장도 솔직히 미르도 영태 형이 일하는 사람 뽑아야 한다고 하는데 저는 그건 아니라고 봐요. 우리가 조정할 수 있는 사람 이사장으로 앉혀놓고 사무총장이 이런 일하는 사람을 하고. 이사장은 그냥 사인만 하는 사람 앉혀놓으면 되는거지. 그렇게 하고 있다가 정말 정치적인 색깔이 있는 사람을 하나 잡아가지고 그 사람이랑 나중에 딜을 해가지고 우리가 하나 자리 줄게요, 해서 하나씩 앉혀야지. 지금 이 상태에서 이사장으로 정치인을 딱 앉히면 그사람은 빠꼼이인데, 누구 얘길 듣겠어요?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

당연히 힘빠지면 지가 먹을려고 하지. 그러면 안되는 거지.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

지금 상태에서는 그냥 우리가 얘기해서 말 잘 듣고, 그냥 선비 같은 사람 앉혀놓고 그냥 연봉 월급이나 받아 가시고, 우리가 하려는거 사인이나 해주시고, 휴민트 있으면 연결이나 해주시고. 이렇게 해서 그 사람 그것만 딱 해놓고 하면 되는데. 솔직히 지금 재단 이사장도 자기가 뭐 막 하려고 그랬잖아요. 근데 그 사람은 워낙 그릇이 안되니까. 그나마 지금 끌고 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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