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직업훈련생아파트 준공식에 참여해 참석자와 악수를 나누는 박근혜 영애(좌측 사진). 고 최태민 목사가 준공식 현황보고를 하는 모습도 확인된다.(우측 사진) <사진=국가기록원 공개 사진>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육영재단이 한국폴리텍대학 소유였던 ‘정수아파트’를 빼앗으려고 소송을 낸 사실이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당시 육영재단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개명 전 박서영)씨가 이사장직을 맡고 있었고, 재단운영권을 놓고 박씨 가문의 암투가 치열했던 시기였다.

육영재단의 ‘폴리텍대 소유 땅’ 접수 시도는 정수 아파트 토지의 폐쇄등기부에서 발단됐다. 폴리텍대의 전신이자 논현동 땅의 이전 소유권자인 ‘한국직업훈련관리공단’과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의 소유권말소 예고등기가 2006년 5월 기록됐기 때문.

소유권말소 예고등기는 등기의 말소 소가 제기된 경우, 이 사실을 해당 부동산을 구매 등 법률행위를 하고자 하는 제3자에게 경고해 소송의 결과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기록된다. 즉, 폴리텍대의 논현동 땅 소유권에 누군가 소송을 걸었다는 얘기다.

정수아파트는 폴리텍대의 모태인 정수직업훈련원과 육영재단 산하 어린이회관 직원들의 집단 거주지였다. 그런데 2004년 폴리텍대가 정수아파트 매각을 추진하며 세 차례에 걸쳐 육영재단 측에 아파트에서 나가줄 것을 요청해 법적 다툼이 일어났다.

결국 육영재단은 2006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폴리텍대는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냈다. 육영재단이 정수아파트를 무료로 사용하는 ‘사용대차계약’을 맺고 있는데, 정수아파트를 매각할 경우 사용차권이 침해받기 때문에 폴리텍대의 소유권을 말소해야한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육영재단은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 권력을 장악한 신군부가 불법권력 행사로 정수직업훈련원과 한국직업훈련관리공단을 합병했다”며 “합병 과정에서 인감위조 등 서류를 위조해 불법으로 합병했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재단은 “훈련원과 공단의 합병 자체가 무효기 때문에 논현동 땅의 소유권이전등기 역시 무효”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법원은 “폴리텍이 해당 부동산을 매각해 육영재단이 사용차주로서 권리를 침해받는다고 해도 사용대차계약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할 뿐”이라며 “정수직업훈련원과 공단(현 폴리텍)의 합병의 무효를 다툴 근거가 아니다”고 판결했다. 이에 육영재단은 고등법원과 대법원에 재차 항소, 상고했으나 모두 기각판결을 받았다.

폴리텍대 총무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육영재단이 폴리텍대에 정수아파트 문제로 소송을 건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육영재단 산하 어린이회관은 정수아파트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인 ‘사용대차계약’을 맺고 있어 폴리텍대와 함께 관사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폴리텍대가 해당 부동산을 매각하면 육영재단의 사용권리가 사라지기 때문에 소송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폴리텍대 관계자는 정수아파트 매각 이유에 대해 “공단에서 폴리텍대로 승격 운영되는 시점에서 사학법에 따라 사학연금에 가입하는 등 직원 퇴직금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갑자기 그런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몇몇 직원에게 특혜가 돌아가는 정수아파트를 처분하고 채무를 정산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이사회를 거쳐 노동부 승인을 받고 논현동 땅을 처분했다”고 밝혔다.

육영재단의 ‘폴리텍 논현동 땅 접수 시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09년 9월, 재단은 공탁금 18억원을 담보로 내놓기까지 정수아파트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했다. 그러나 이 역시 11월 가압류 신청이 기각됐고, 결국 정수아파트는 12월 민간에 팔렸다.

현재 정수아파트는 삼성중공업이 준공해 지하 4층~지상 10층 1개동에 전용면적 240·263㎡형 18가구 규모의 최고급 주거단지로 재개발됐다. 메이드룸까지 포함해 방 6개에 욕실만 4개가 있고 골프연습장, 파티룸, 영화감상실 등의 커뮤니티 시설들이 마련돼 있다. 실제 유명 연예인이 다수 거주하는 이 빌라의 분양가는 30억~50억원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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