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고용노동부 산하 직업교육훈련기관인 한국 폴리텍대학이 막대한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서 직원들은 산학협력단 소속 비정규직 신분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일정 비율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거나, 사업 주체인 대학과 ‘직접 계약’을 맺어야 하는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폴리텍대 산학협력단에서 근무했던 A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폴리텍대 내 비정규직 문제점을 토로했다. A씨는 “정부의 일자리 사업인 ‘공동훈련센터’는 폴리텍대 산학협력단이 맡아서 하고 있다. 관련 규정 상 산학협력단 직원은 대학과 직접계약이 되어야 하고 일정 비율 이상 무기계약직을 채용해야 하지만 폴리텍대는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노동부나 산업인력공단도 이 사실을 알면서도 봐주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공동훈련센터는 ‘일학습병행제’, ‘지역산업맞춤형인력양성사업’ 등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위탁받은 사업체다. 정부는 공동훈련센터에 인건비와 운영비 등의 지원금을 80%까지 지급해 운영하고 있다.

노동부가 고시한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운영규정’에 따르면 공동훈련센터는 해당 센터 소속 직원의 일정 비율을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해야 한다. 폴리텍대는 ▲직접 계약 ▲무기계약직 60% 이상 사항을 지켜야 연간 3억원에서 10억원에 달하는 사업 운영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폴리택대는 이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 지원금이 지급됐다.

<사진=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사이트 캡쳐>

 

올해 ‘공동훈련센터 참여현황’에 나타난 공동훈련센터명은 ‘한국폴리텍○대학 △△캠퍼스’등으로 명시돼 있다. 공동훈련센터 사업을 신청하는 주체는 각 폴리텍대학 캠퍼스 학장이다. 규정대로라면 공동훈련센터 사업 주체가 폴리텍대 캠퍼스이기 때문에 산학협력단 직원들은 폴리텍대 각 캠퍼스와 직접계약이 체결되어야 한다.

 

<자료=노동부 '16년9월 공동훈련센터참여현황'>

 

무기계약직 비율도 문제다. 폴리텍1대학 정수캠퍼스 산학협력단의 경우 올해 전체 25명의 인력 중 20명이 2년 이하 기간제 계약직이다. 겸직교원 2명을 제외한 정규직(무기계약직)은 단 3명에 불과하다. 고용주체를 산학협력단 자체 임용직원으로 한정하면 단 10%만 무기계약직이고 나머지 90%는 단기계약직인 것. 정부 지원금 선정 과정에서 관련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확인되지 않고 지원금이 지급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정부 지원금 지급 심사를 하는 산업인력공단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무기계약직 60% 이상’ 규정은 2016년도가 아닌 2017년도부터 적용되는 규정이기 때문. 공단 관계자는 “새로운 규정이 도입되면 각 사업장에 혼란이 오기 때문에 유예 기간을 뒀다”며 “2017년도부터는 해당 규정을 제대로 적용해서 지원금 지급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폴리텍대 공동훈련센터 직원들이 ‘산학협력단’과 근로계약이 체결되어있는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하다. ‘직접 계약’ 규정을 따르려면 해당 직원들이 사업 주체인 캠퍼스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거나 공동훈련센터 사업 주체가 산학협력단이 돼야 한다.

A씨는 “각 산학협력단이 공동훈련센터 사업을 신청하지 않고 폴리텍대 각 캠퍼스가 사업 신청을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며 “공동훈련센터 사업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법인인 ‘산학협력단’이 필요한데, 폴리텍대의 몇 개 캠퍼스는 산학협력단 설립 기준에 미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폴리텍대는 각 캠퍼스에 ‘산학협력처’를 만들어 지사 형태로 타 캠퍼스 산학협력단에 포함시켰다. 예컨대 폴리택1대학의 경우, 정수캠퍼스 산학협력단이 있고, 그 아래 강서지사, 성남지사, 제주지사가 있다. 강서캠퍼스 산업협력체는 ‘정수캠퍼스 산학협력단 강서지소’로 분류된다.

<사진=폴리텍대 사이트 캡쳐>

폴리텍대학 관계자는 “폴리텍대학은 8개 대학이고 각 캠퍼스별로 산학협력단을 구성할 수 없어 지소 형태로 산학협력체를 뒀다. 같은 지역 내 산학협력단을 만들 수 없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공동훈련센터의 직접계약 등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센터 직원들은 각 산학협력단과 지소와 근로계약을 맺고 있다. 공동훈련센터 사업 역시 사업 주체는 ‘산학협력단(산학협력체)’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노동부의 ‘공동훈련센터 참여현황’에 공동훈련센터명이 각 캠퍼스로 되어 있는 점과 사업 신청자 ‘캠퍼스 학장’이기 때문에 캠퍼스가 사업주체가 아니냐고 묻자 “노동부 목록은 표기법이 편의를 위해 단순히 캠퍼스로 했을 수 있다. 사업 신청이 학장으로 되어 있는 부분은 법적 관계까지는 확인을 해야겠지만 대학에 전체적인 책임자가 기관장이기 때문에 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공단 역시 실제 사업을 산학협력단이 하면서 사업 신청은 캠퍼스가 해도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공단 관계자는 “산학법 25조에 따르면 산학협력단은 대학이 설립한 조직이다. 결국 대학에 소속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복잡한 절차를 따질 것 없이, 단순히 대학과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든가 공동훈련센터 사업 신청을 산학협력단이 맡아서 하면 될 일이다. 공단 관계자는 “무기계약직 60% 이상 고용 규정은 각 사업장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정한 것이고 직접계약은 파견업체 인력 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정부가 솔선하여 ‘괜찮은 일자리’를 보장하기 위해 규정을 만들었지만 어떻게든 대학 고용인력을 줄여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폴리텍대가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폴리텍대 산학협력단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산학협력단 비정규직들은 학교 아래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학교와 근로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 물가상승률에 따른 임금인상이나 복지제도는 학교와 근로계약을 맺은 극소수에게만 돌아간다”며 “산학협력단 직원들이 열심히 일을 해서 성과를 내도 이 성과는 모두 학교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산학협력단 직원들의 업무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돕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단기 계약직’의 굴레 속에 갇혀버린 신세가 되어버렸다. 정부의 ‘좋은 일자리 정책’을 위해 일하면서, 정작 정부 기관이 고용하는 직원들은 ‘비정규직’으로 전락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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