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 분식회계추방연대 대표
분식회계 및 회계사기 방지를 위한 대안에 대하여 ‘감사보수 최저한도법’을 만들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엉터리 주장에 대하여 네 차례에 걸쳐서 필자가 반론을 제기한 바가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다른 종류의 헛소리에 가까운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관련 기사를 먼저 살펴보자.
  「금융당국이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회계법인에만 상장사의 외부감사를 허용하는 ‘감사인 등록제‘ 도입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수조원대 회계사기로 실적을 부풀리다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친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회계법인으로선 부적격 회사를 걸러내지 못하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수 있는 만큼 회계장부를 더 꼼꼼히 살펴보게 될 것이란 판단이다.

12월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회계 투명성 개선방안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 금융위는 대우조선의 대규모 회계사기 사건을 계기로 올 상반기부터 금감원을 비롯해 회계업계가 참여하는 TF를 꾸리고 상장사의 회계사기를 막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 중이다. 금융위는 금감원이 낸 개선안과 TF에서 논의된 안을 바탕으로 늦어도 내달 초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가장 큰 관심은 감사인 등록제의 포함 여부다. 정부는 지난 2011년 저축은행의 대규모 부실 사태로 회사의 분식회계를 감시해야 할 회계법인(감사인)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 빗발치자 감사인 등록제 도입을 중심으로 한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금융당국과 외부위원이 중심이 된 심사위원회가 회계법인의 감사 품질을 평가해 일정 요건을 갖춘 회계법인에만 상장사와 금융회사의 외부감사를 허용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지금은 형식적 요건(공인회계사 10인·자본금 5억원 이상)만 갖추면 외부감사를 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보니 회계법인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일보 2016.12.4」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마치 중.소규모의 회계법인 때문에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단 말인가? 이것은 금융감독원의 권한만 키우겠다는 한심한 생각처럼 보인다.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의 감사보수를 인상하면 회계분식 문제가 해결된다는 논리가 엉터리인 것과 같이 금융감독원의 감사인 등록제라는 구 시대적인 발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도 엉터리 논리에 불과한 것이다.
이것은 분식회계로 인한 문제를 제대로 개선 또는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 기회를 그저 제 밥 그릇만 키우겠다는 안이한 생각에서 나온 아주 허무맹랑한 발상이라고 비난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필자의 말이 틀렸다고 하려면 금융감독원은 과연 「대우조선해양만 그럴까?」에서 예를 든 ‘포휴먼’이라는 중소 규모 업체의 회계사기를 제대로 감리하지 못한 회계법인이 감사인 등록제를 시행하면 사라질 소규모의 회계법인이었음을 증명하여야 한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에게는 불행하게도 포휴먼을 감사한 회계법인은 삼일 회계법인이었다. 이 삼일 회계법인이 감사인 등록제를 실시하면 사라질 회계법인이라는 증거를 금융감독원이 제시할 수가 있을까?

아니면 감사인 등록제를 시행하였으면 삼일 회계법인이 포휴먼에 적정의견을 주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여야 한다.

그러나 감사인 등록제를 실시하는 것과 삼일 회계법인이 감사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포휴먼에 적정의견을 준 것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지금도 삼일 회계법인은 포휴먼 투자자들과 2심 소송 중에 있다. 포휴먼이 상장폐지가 되자 투자자들이 삼일 회계법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1심에서 승소하였다.

그런데 삼일 회계법인은 국내최대이며 첫 번째인 가장 큰 회계법인이다. 2015년까지 대우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을 외부 감사한 것도 삼일 회계법인이었다. 삼일 회계법인이 인적 능력이 부족하여 적정의견을 주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도 눈 감고 현실을 외면하는 것에 불과하다.
 
삼일 회계법인이 감사한 ‘포휴먼’에 대한 내용을 「과연 대우조선해양만 그럴까?」 에서 말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적정의견을 준 삼일 회계법인은 국세청에서 허위거래를 적발하자 그제서야 허겁지겁 2011년에 포휴먼에 대한 의견거절을 제시하였다.

「삼일 회계법인은 천인이 공노할 ㈜포휴먼의 회계감사를 6년간 하면서 2005~2010년까지는 감사적정보고서를 냈고, 2011년 만 의견거절 보고서를 냈다. 그 해는 감사 전 이미 중부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진행되어 일부 장부가 영치된 상태라 적정의견을 낼 수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삼일 회계법인이 법정주요증빙인 세금계산서 수수에 대하여 단순히 세법과 기업회계기준과의 차이에 불과하다는 안이한 감사태도로 인해, 매출의 경우 매년 상당액의 세금계산서 미발행이 존재했음에도 당해 차이가 다음 년도에 소멸되는지 여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없어 그 차이가 상당했음에도 간과하였다. ~ 생략 ~
 조세일보 2014.11」
 
먼저 ‘포휴먼’의 재무제표 중에서 매출채권을 한번 보자. 2005년 14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채권이 2009년에 235억원이 되었다. 2009년 매출액은 96억원이었다. 그러면 매출채권회전율은 0.4회전 밖에 되지 않는다.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되는 숫자인가?

정상적인 기업의 매출채권회전율은 통상적으로 10회전은 되어야 한다. 그런데 2005년 4회전, 2006년 1.6회전, 2007년 1.5회전, 2008년 1회전, 2009년 0.4회전 이런 결과를 두고 삼일 회계법인은 어떻게 감사를 하였단 말인가? 전세계 어느 나라에도 저런 재무제표를 보고서도 정상적인 기업으로 판단하여 적정의견을 제시할 멍텅구리는 없다.

매출채권회전율이 1회전이나 0.4회전임을 보고도 적정의견을 주었다는 것은 ‘해외토픽’감이다. 회계에 대하여 A 또는 B만 알아도 저 정도는 아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을 몰랐다고 하면 누가 그 말을 믿을까? 더구나 대한민국 최고의 삼일 회계법인이 설마하니 그걸 몰랐다고 변명을 하나?
다시 한번 조금 더 상세하게 살펴보자. 2005년 14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채권이 2006년 40억원 2007년 83억원, 2008년 202억원, 2009년 235억원으로 계상되어 있다. 매출채권이 2005년 대비하여 3배,6배,14배,17배로 증가하였다.

즉, 2005년 매출액 50억원이 2009년 96억원으로 약 2배 증가할 때 매출채권은 14억원에서 235억원으로 무려 17배나 증가하였다. 이것을 한 마디로 요약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포휴먼의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매출액 증가는 매출채권 증가라는 분식회계 또는 회계사기 수법을 이용한 엉터리에 불과하였다.
 
과연 감사인 등록제를 실시하면 삼일 회계법인의 저런 잘못이 고쳐질까? 예방이 가능 하였을까? 아니 전혀 고쳐지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삼일 회계법인은 감사인 등록제가 아닌 이런 방식의 그 어떠한 제도를 만들어도 전혀 걱정을 하지 않는다. 삼일 회계법인에 대하여 감사인 지정을 하지 않을 강심장은 대한민국에 없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일 회계법인을 위시한 4대 메이저 회계법인이 두려워하는 것은 단 두 가지 제도 밖에 없다. 그것이 ‘감사인 지정제’와 ‘분식회계 및 회계사기범 처벌법’이다. 두 제도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이미 ‘회계사기에 대한 잘못된 판단④’에서 필자가 강조하였으니 다시 한번 읽어 보기 바란다.

만약 금융위원회가 저 두 가지 제도를 외면하고 ‘감사보수 최저한도’ 및 ‘감사인 등록제’를 분식회계 및 회계사기에 대한 대책으로 제시한다면 이는 모든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며 명백한 직무유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가 없을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다음 기사를 금융위원장이 곰곰이 읽어보기를 권한다.

「검찰에 따르면 안진 회계법이의 배 전 이사는 대우조선해양에 이중장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데다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에게 회계사기 정황을 듣고도 이를 눈감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안진회계법인 감사팀이 대우조선해양의 매출 과대계상 등 회계문제를 인식하고 내부적으로 문제제기를 했지만 이를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비롯한 새 경영진이 분식회계를 바로잡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안진회계법인 감사팀은 이전 방식으로 회계처리를 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안진회계법인 감사팀은 대우조선해양이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하면 금융감독원 등에서 부실감사와 관련해 책임을 물을 것을 염려했다”며 “사실상 분식회계를 계속하라는 요청이었는데 새 경영진이 이를 거절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Business post 2016년 11월 22일」
 
검찰은 안진 회계법인이 조직적으로 분식회계 및 회계사기를 권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정성립 신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저 안진 회계법인의 권고를 받아들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정사장도 검찰 수사선 상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을 것이다.

만약 지금 금융위원회가 ‘감사인 지정제’를 피하기 위하여 ‘감사인 등록제’라는 ‘짝퉁’을 들고 나온 것이라면 국민을 속이고 우롱하기 위한 ‘짝퉁’ 전략을 버릴 것을 엄중하게 권고하는 하는 바이다. 국민은 더 이상 ‘짝퉁’에 속을 만큼 어리석지 않으며 ‘짝퉁’ 대책으로는 절대 지금의 ‘분식회계 및 회계사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김영태 분식회계추방연대 대표

2008년 현대자동차 미국 알라바마 공장 CFO, 2012년 현대자동차 재경사업부장, 2015년 현대엔지니어링 재경본부장 등을 지냈다. 2015년 11월에는 대우조선해양을 분식회계 혐의로 신고한 바 있다. 그 후 분식회계추방연대를 결성, 분식회계 근절활동을 추진 중이다. 저서로는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10개 기업의 분식회계 여부를 비교분석한 <과연 대우조선해양만 그럴까?>와 현대건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상세한 분석 및 분식회계와 주가하락으로 인한 피해에 관해 다룬 <분식회계 그 피해자들은 누구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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