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가결 정족수인 200명을 겨우 넘을 것이라던 애초의 예상을 깨고 234명의 찬성이라는 압도적인 결과가 도출되었다. 야당과 무소속을 합한 국회의원 172명을 제외하면 여당에서도 무려 62명의 국회의원이 탄핵을 찬성한 것이고, 반대표가 56명인 것과 비교하면 여당에서도 과반수가 탄핵에 찬성했다는 뜻이 된다.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고,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중대한 법위반' 여부를 가려 파면결정을 해야 할지를 심사숙고해야 할 순간이 다가왔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헌법재판소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을 선고해야 한다(법 제38조). 하지만 이 조항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지키지 않을 때 강제할 수 있는 '강행규정'이 아니라, 하나의 지침으로 어겨도 강제할 수 없는 '훈시규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이에 따라 이번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다섯 가지 헌법위반 사항을 포함하여 수많은 법위반 사항이 열거되어 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180일을 훨씬 초과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이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임기를 채우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헌법상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된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서 신속하게 종국결정이 선고될 필요가 있다.

상당히 짧은 기간 내에 후임 대통령 선거를 실시하도록 하는 이유는 대통령의 권한대행이 국민의 선거로 직접 선출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대통령이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를 받아 권한행사가 정지된 상태를 헌법은 "사고"라고 부른다(헌법 제71조). 이것은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권한의 행사가 정지된 것으로 아예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궐위"와 구분된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결정을 하면 대통령은 파면되어 대통령이 궐위된 상태가 발생한다. 어쨌든 헌법은 궐위든 사고든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국무총리로부터 시작하여 법률이 정한 순서대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결론은 대통령의 궐위든 사고든 이러한 상태는 공통적으로 신속하게 극복되어야 할 국가의 '중대한 위기상황'이라는 점이다. 헌법의 관점에서 대통령의 궐위나 사고는 동일하게 심각한 비상사태인 것이다. 대통령의 사고도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니 언제까지가 되든 상관없이 무작정 연장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대통령의 궐위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아닌 사람에 의해 대통령의 권한이 대행되고 있으니 가능하면 신속하게 극복되어야 할 '비상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헌법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요구하고 있다(헌법 제68조 제2항). 이것은 대통령 궐위의 상황에 대한 언급이지만 대통령의 사고도 궐위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비상상황이라는 점에서 왜 헌법이 대통령 궐위 시 60일이라는 비교적 단기간 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요구하고 있는지를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대통령이 사망하거나 탄핵결정을 받아 궐위된 비상상황이라고 하더라도 후임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를 60일 이내에 실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상당히 짧은 기간 내에 후임 대통령 선거를 실시하도록 하는 이유는 대통령의 권한대행이 국민의 선거로 직접 선출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미국식 대통령제에서 대통령과 함께 선출되는 부통령이 대통령의 권한대행이 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사고의 상황에서도 선출되지 않은 공직자의 권한대행 기간을 줄이려면 가능한 한 궐위의 상황과 비슷한 기간 내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탄핵소추가 국회에서 가결되어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 사고의 상황에서도 헌법재판소의 최종판단은 60일을 크게 넘지 않는 기간(대략 90일 정도)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탄핵소추를 받은 대통령이 자진하여 사퇴하는 것도 비상상황을 신속하게 극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탄핵소추를 받은 대통령이 자진하여 사퇴하는 것도 비상상황을 신속하게 극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요즘 세간에 흔히 '하야(下野)'로 불리는 자진사퇴는 그때로부터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실시해야 하는 궐위의 상태를 의미한다. 헌법재판소가 탄핵결정을 내려 대통령이 궐위된 상태와 동일한 것이다. 탄핵소추는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여 국회와 함께 국정을 이끌어갈 수 없는 정치적 갈등과 대립의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상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으로 해소될 수도 있지만 대통령의 자진사퇴로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의 탄핵소추를 받은 대통령의 사임을 금지해야 할 이유는 없다. 다만 탄핵절차는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하는 절차일 뿐만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탄핵소추가 된 뒤 대통령이 사임을 해도 탄핵절차는 계속될 수 있다. 물론 대통령이 이미 사임한 상태에서 탄핵심판을 계속 진행한 경우에는 이미 대통령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단지 전직 대통령의 법위반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고 파면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탄핵절차는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으로 '파면'의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에서(헌법 제65조 제4항) 일종의 징계절차다. 당사자를 '처벌'하기 위한 형사절차와 구분된다는 뜻이다. 물론 탄핵절차는 국회가 소추하고 헌법재판소가 심판하면서 구두변론이 이루지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탄핵절차에서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이 준용되도록 요구받는다(법 제40조 제1항). 그렇다고 해도 탄핵절차는 여전히 형사절차가 아니라 징계절차를 의미한다. 탄핵이라는 징계절차에 따라 파면결정을 받은 뒤 다시 형사절차를 통해 처벌을 받는 것은 다른 문제다. 따라서 현재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에 열거된 법위반 사항에 대해 형사재판과 동일한 정도의 시간이 요구된다고 볼 수는 없다. 각각의 법위반 사실을 일일이 판단할 것이 아니라 법위반 사실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파면에 이를 만큼의 중대한 법위반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면 충분하기 때문에 형사절차보다 상당한 심리기간을 줄일 수 있다. 탄핵절차에서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도록 하면서도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만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의 의도를 고려하면 탄핵절차는 형사절차와 동일한 정도의 심리밀도가 요구될 필요가 없다.

모든 재판에서 요구되는 두 가지 필수적 덕목은 공정성과 신속성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의 경우에는 국민의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민주성'이라는 또 하나의 덕목이 추가적으로 요구된다. '즉각사퇴'를 요구하는 국민 대다수의 요구를 헌법재판소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통령의 사고라는 비상상황을 신속하게 종료시켜야 할 필요성, 탄핵절차가 징계절차로서 가지는 특수성, 헌법재판에서 요구되는 민주성 등을 고러하여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궐위 시에 선거가 실시되어야 하는 기간으로 요구되는 '60일'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기간 내에 신속한 결정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독일 킬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동대학교와 광운대학교를 거쳐 2003년부터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헌법과 인권법을 연구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위원, 국회 입법지원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전문위원 겸 조정위원 등을 지냈다. 최근 저서로는 <헌법학강의>, <13가지 죽음>, <감시와 법> 등이 있고, 발표 논문으로는 〈한국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법적 쟁점〉 〈차별, 소수자, 국가인권위원회〉 〈헌법상 혼인의 개념-동성간 혼인의 헌법적 허용가능성〉 〈대법원의 존엄사 인정과 인간의 존엄 및 생명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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