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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서 각종 청탁 명목으로 뒷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도형 부장판사)는 변호사법과 특가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홍 변호사에게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의 실형과 추징금 5억원을 선고했다. 범죄 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된 법무법인 ‘화목’에는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변호사는 단순히 개인적 이익·영리를 추구하는 직업인이 아니라 법치주의 실현의 한 축으로 정의와 인권을 수호해야 하는 공적 지위를 가진다"며 "그런데 홍 변호사는 검찰 관계자와의 개인적 친분 등을 내세워 의뢰인의 수사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주겠다는 명목 등으로 돈을 받아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 변호사의 범행은 형사사법체계 전반의 신뢰를 실추시킬 위험성이 있는 것"이라며 "정당하고 자연스러운 수사 결과나 재판 결과도 부당한 영향력이나 연고 등에 의해 좌우된다는 국민들의 의혹이 커져 신뢰를 하지 못하게 되면 법치주의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되고 공정성은 치명적 손상을 입게 된다"고 강조했다. 

홍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정 전 대표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홍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홍 변호사가 작년 8월 검찰에서 상습 도박 혐의로 수사 받던 정씨에게서 수사 무마 등의 청탁과 함께 3억원을 받은 데 대해 "홍 변호사가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채 검찰 관계자를 만나 수사 진행상황, 선처 가능성 등을 물었다"며 "이는 변호사법이 금지한 활동으로 합법적이고 정당한 변호활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홍 변호사는 검찰 관계자를 만난 뒤 정 전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하니 향후 수사확대 방지를 위해 힘써보자", "상습도박은 횡령보다 형이 적으니 걱정말고 건강 챙겨라", "차장, 부장을 통해 추가 수사는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얘기가 됐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정 전 대표가 건넨 3억원에는 홍 변호사가 개인적 친분을 통해 정 전 대표가 원하는 것과 같이 수사의 확대를 막고, 구속을 피하게 해달라는 청탁 명목의 대가가 불가분적으로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홍 변호사가 정 전 대표의 지하철 매장 임대사업 관련 청탁 대가로 2억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돈이 건네질 당시의 상황, 돈이 건네진 후 일이 진행된 경과, 홍 변호사가 실제 관계자를 만나 부탁을 한 정황 등을 고려할 때 청탁 대가 성격이 분명히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의 이런 범행은 서울메트로가 수행한 공공사업뿐 아니라 공직자들의 공공성, 청렴성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훼손하는 것으로 죄질이 나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만 홍 변호사가 15억원 상당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홍 변호사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13억원 상당만을 유죄로 판단했다. 

홍 변호사는 지난 6월 100억원대 해외 원정 상습 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는 정 대표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3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홍 변호사는 또 2011년 9월 네이처리퍼블릭의 지하철 매장 임대 사업과 관련해, 서울메트로 고위 관계자에게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정 대표로부터 2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그는 선임계를 내지 않고 변론 활동을 하거나 사건 수임 내용을 축소 신고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임료 약 32억원을 소득 신고에서 빠트리고, 세금 13억원을 내지 않은 혐의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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