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출처=각 은행>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ㆍ국민ㆍKEB하나ㆍ우리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미국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 8일 이후 25일까지 적게는 연 0.31%에서 많게는 0.66%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KEB하나은행은 최고 금리를 연 4.01%에서 연 4.67%로 0.66%포인트 인상했다. 신한은행은 연 4.28%에서 4.68%로 0.4% 올렸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도 각각 0.39%, 0.31%포인트씩 최고 금리를 높였다. 이 때문에 이 기간 4대 시중은행의 고정금리형 주택대출 최고 금리는 평균 연 4.23%에서 4.67%로 뛰었다.

매월 등락 폭이 0.1%포인트를 밑돌던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이달 들어 하루가 다르게 오른 데는 국고채 및 금융채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9일 1.671%였던 국채 10년물 금리는 25일 2.184%로 51.3bp(1bp=0.01%포인트) 뛰었다. 21일 한은이 2008년 이후 8년 만에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국채 단순매입(직접매입)을 단행하기도 했지만 영향은 미미했다. 금융채 금리의 상승은 더 빨랐다. 지난 7월 연 1.41%였던 금융채 금리는 이달 25일 연 2.164%를 기록해 넉 달 만에 0.754% 상승했다. 특히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9일 이후에만 0.498%포인트 올랐다.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상승 폭보다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에 연동되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름세를 보였다. 신한은행의 변동금리는 지난 9일까지만 해도 3.00~4.30%였으나 25일 3.16~4.46%로 0.16% 상승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2.80~3.70%에서 2.86~3.98%로 0.28% 올랐고, 국민은행 역시 2.80~4.11%에서 2.86~4.17%로 0.06% 상승했다. 우리은행의 변동금리도 0.06% 오른 2.91~4.21%로 나타났다.

은행권 대출 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자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금리 산정 체계 점검에 나섰다.

28일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금융개혁추진위원회에서 시장금리의 상승과 관련 “단호하게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할 것”이라면서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의 합동 비상금융상황대응팀 운영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과의 긴밀한 협조 ▲시장변동에 적기 대응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전방위적으로 뛰는 금리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내놓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채 규모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황영지 신한은행 PWM이촌동센터 팀장은 “미국의 다음달 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중금리에 선반영되면서 신규 대출금리가 많이 올랐다”며 “이미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에 육박한다. 대출금리가 0.5%포인트만 올라도 개인이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 부담은 상당히 커지는 만큼 대출을 최대한 상환해 금리 인상기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미정 KEB하나은행 도곡PB센터 PB부장 역시 “다음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장기간 지속되던 저금리 시대가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워낙 금리가 낮다보니 대출을 받아 주식 등에 투자한 사람들도 많았다. 이런 부분을 정리해 대출 비중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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